▲11일 오후 6시,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 특별강연-6.15로 돌아가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제가 마음으로부터 피맺힌 심정으로 말합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 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1일 민주주의의 위기를 크게 우려하면서 국민들에게 이같이 호소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 특별강연-6.15로 돌아가자'에서 30여분 간의 특별연설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모두 행동하는 양심이 되서 자유, 서민경제,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지키는 일에 우리가 모두 들고 일어나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는 나라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독재가 왔을 때 반드시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오랜 정치 감각으로, 만일 이명박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나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할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말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을 내릴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고초를 겪을 때 오백만 명의 문상객 십분의 일, 오십만 만이라도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 이런 예우를 할 수 없다. 정신적 타격을, 수치를 주고 이렇게 할 수 없다'고 서명을 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거듭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전 대통령은 연설 서두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회고로 시작했다. 그는 "6.15와 10.4선언,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농민의 자손으로 상고를 나오고 가난으로 대학에 가지 못하는 등 '닮은 점'을 꼽으며 "부음을 듣고 내 맘이 반쪽으로 무너진 것 같다고 했는데, 여간한 인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대북송금 특검문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마찰이 일었던 취임 첫 해와 임기 마지막 해를 제외한 3년간 연이어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특히 2004년 4주년 행사 때는 북측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노 전 대통령과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여파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강연 시간에 맞춰 행사 시작 40여분이 지나 휠체어를 타고 입장했다.

▲ 행사장에 참석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건강이 좋지 않은 김 전 대통령은 행사 시작 40분 후에야 입장했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 대통령, 전직 대통령 두 사람 합의한 6.15, 10.4선언 지켜야"


김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저는 이명박 대통령에 강력히 충고하고 싶다.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합의한 6.15, 10.4선언을 이 대통령은 반드시 지켜라. 그래야 문제가 풀린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기숙사 건설 등을 언급 "우리가 이행하겠다는 것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도 "극단적인 핵도발로 가는 것은 절대로 지지할 수 없다"며 "김정일 위원장은 6자회담에 하루빨리 참가해서 미국과 교섭하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서 한반도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결의문'을 발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2005년 9.19공동성명을 준수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6.15, 10.4선언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6자회담 참가국 각국에 제언하는 내용이 담긴 이 결의문은 김 전 대통령의 구술로 작성된 것이라고 최경환 비서관이 전했다.

먼저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는 "지금 북한은 미국이 세계 도처의 문제 해결에는 적극 나서면서 북한문제만은 소홀히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면서 "대북정책을 선명히 하고 9.19합의 실천에 대한 결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관계자 등 각계인사 1천 여명이 함께해 성황을 이뤘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중국에는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관대한 태도를 취해 온 것을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핵만큼은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북한 핵을 반대하는 중국의 확고부동한 태도는 문제해결에서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중도적 입장'을 적극 활용해 북한의 핵 포기와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일본에는 "6자회담은 북한 핵문제 해결이 목적이지 일본인 납치문제가 목적은 아니"라고 상시시키며 '현실적이고 여유 있는 태도'를 주문했다.

끝으로 우리 정부에 대해선 "북한과 관계개선 노력을 통해 북한 핵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며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수용과 실천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6.15공동선언은 한반도에 화해와 협력의 새 역사를 열었다. 6.15로 돌아가자! 6.15를 살리자! 그리하여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이룩하고 북한 핵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자!"고 강조했다.

한편, 행사위원장을 맡은 한명숙 전 총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각각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이재정 전 장관과 이명박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인 김하중 전 장관, 민주당 정세균, 민주노동당 강기갑,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 등 각계인사 1천여 명이 자리했다.

▲6.15선언 9주년을 축하하는 문화공연도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현 정부에선 홍양호 통일부 차관이 참석했다. 축사를 한 백낙청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명예대표는 "어제 (통일부 장관이) 못 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갑자기 저에게 전화가 와서 대신 축사를 하라는 말씀이 있었다"며 "이 자리에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과 홍양호 현 차관이 있긴 하지만, 장관께서 오셔서 축사를 못하게 된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대북특사로 물꼬를 튼 박지원 민주당 의원(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6.15공동선언의 산파' 임동원 한겨레평화재단 이사장(당시 국정원장), 특별수행원으로 함께 방북했던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 회담의 주역 3인방은 9년 전을 회고하고 향후 전망을 하는 특별강연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특별강연(전문)>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



존경하는 선배 동지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많이 나와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6.15와 10.4선언을 생각할 때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 대통령과 저만이 북한에 가서 남북정상회담을 한 그 사건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과 저하고 이상하게 닮은 점이 많습니다. 둘 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고, 노 대통령은 부산상고, 저는 목포상고를 나왔습니다(청중 웃음).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돈이 없어 대학에 못 갔고 저도 돈이 없어 대학에 못 갔습니다(청중 웃음). 노 대통령은 대학 못간 뒤 열심히 공부해서 변호사가 됐고, 저는 열심히 사업해서 돈 좀 벌었습니다(청중 웃음). 그 후로 저는 이승만 정권, 노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 등 독재정권에 분개해 본업을 버리고 정치에 들어간 것입니다.

정치에 들어가서 또 다시 반독재투쟁을 같이 하는 등 노 대통령과 저는 참으로 연분이 많습니다. 당도 같이 했고, 국회의원도 같이 했고, 그리고 북한도 교대로 다녀왔습니다. 이런 걸 가만히 보니까 전생에 노 대통령과 저하고 무슨 형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형님은 제가 되고요(청중 웃음). 제가 노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내 몸의 반쪽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것은 지나간 과거만 봐도 여간한 인연이 아닙니다. 제가 대통령할 때 노 대통령을 해양수산부장관을 시켰습니다.

저는 오늘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을 맞이해서 먼저 이명박 대통령과 북한에 대해서 몇 말씀하고 싶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 국민이 얼마나 불안하게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하겠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북한에서는 매일같이 남한이 하는 일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 무력대항 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이렇게 60년 동안이나 이러고 있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강력히 충고하고 싶습니다.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합의해 놓은 6.15와 10.4를 이 대통령은 반드시 지키십시오. 그래야 문제가 풀립니다.

그리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철수한 금강산 관광을 다시 복구시켜야 합니다. 개성공단에 노동자를 위한 숙소를 지어주기로 우리가 약속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6.15와 10.4의 약속을 지키고, 금강산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한 것을 철회하고, 개성공단 숙소 건설을 약속한 것 등 우리의 의무사항을 우리가 이행하겠다는 것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어떻습니까(박수).

다음에는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에게 말씀하고 싶습니다. 저는 북한이 많은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994년 제네바협정을 해 가지고 북한은 핵을 포기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경수로를 지어주고 경제 원조를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클린턴 대통령이 합의해 놓은 것을 부시 대통령이 들어서 완전히 뒤집어버렸습니다. 여기에서 불신이 생겨났습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운동 중에 자기가 당선되면 북한과 이란의 수반들을 직접 만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후 자기의 대북정책은 부시 정책이 아니라 클린턴 행정부가 하던 정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북한의 기대가 아주 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 중동, 러시아, 심지어 쿠바까지 대화하겠다고 손 내밀면서 북한에 대해서 한마디도 안 한다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참으로 참기 어려운 모욕입니다. 북한이 또 다시 속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는 것은 무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극단적인 핵개발까지 끌고 나간 것은 절대로 지지할 수 없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6자회담에 하루 빨리 참가해서, 또 미국과 교섭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해야 합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절대적인 조건입입니다. 제가 이번에 중국에 가서 시진핑 부주석을 만나 1시간 정도 얘기했는데, 중국 지도자 누구를 만나 봐도 북한 핵을 반대하는 것은 틀림없었습니다. 저는 중국이 북한 핵을 상당히 반대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니까 중국이 상당히 엄격한 비난을 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대북결의안이 합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억울한 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핵을 만들면 누구에게 쓰겠습니까. 거기에는 우리 남한 사람도 포함돼 있을 것입니다. 1,300년 통일국가, 5,000년 역사를 가진 우리가 우리끼리 상대방을 전멸시키는 전쟁을 해서 되겠습니까.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계속해서 아직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발표 안했기 때문에 기다릴 필요 있습니다. 물론 초조한 심정은 알겠지만,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정책을 따라가겠다고 한 말이 있으므로 기다려야 합니다.

이번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저와 만찬을 했는데, 클린턴 대통령은 저와 같이 한 햇볕정책을 실천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도 북한 핵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고, 그러나 상대방에 대해 상응하는 대가를 주면서 상대방 기분도 챙겨가면서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여러 가지 건의를 했는데, 자기가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여사에게 전달하겠다는 말도 한 일이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요구한 안전보장과 경제재건, 미국과 일본과의 국교 재개 등을 미국이 존중하고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북한 핵 문제는 1994년 제네바 회담에서 합의되었고, 2005년 6자회담 9.19 합의에 의해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열고, 한반도는 평화협정을 맺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경제적 지원을 한다는 것을 합의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교섭과 인내심을 가지고 연구하면서 해야지, 핵 문제를 갖고 나온다는 것은 안 된다고 김정일 위원장에게 강력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결국 제가 말한 것은 외교는 윈-윈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신도 좋고 나도 좋아야 외교가 성공합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장거리 미사일까지도 포기하는 단계까지 갔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에 줄 것은 줘야 합니다. 그래서 외교도 해주고 경제원조도 하고 한반도 평화협정도 맺어야 합니다. 다 합의되어 있는 얘기를 미국이 실천을 안 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 되었을 때 제가 당선된 것처럼 기뻤습니다. 또 힐러리 여사가 국무장관이 되었을 때 클린턴 대통령의 아내이기 때문에 기뻤습니다. 북핵 문제는 제네바 합의에 의해서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의 핵 포기가 결정됐고, 그리고 6자 회담 합의에 의해서 북한 핵 문제가 다 합의되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클린턴 대통령에게도 ‘무엇이 안 되냐, 북한도 합의했고, 미국도 합의했다. 오바마 정부는 부시하고 다른데, 왜 북한을 안심하게 하고 북한도 기다릴 수 있는 기회를 안 주고 이런 데 까지 왔느냐’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께 다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도처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 민주주의를 역행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에 전국에서 500만명이 문상을 한 것을 보더라도 지금 우리 국민들의 심정이 어떤지 우리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국민이 걱정하는, 과거 50년간 피 흘려서 쟁취한 10년간의 민주주의가 위태롭지 않느냐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불안합니다.

민주주의는 나라의 기본입니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죽었습니까. 광주에서, 인혁당 사건 등으로 많이 죽었습니다. 우리는 과거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세 독재정권을 국민의 힘으로 극복했습니다. 그래서 여야 정권교체를 통해서 ‘국민의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그 모든 민주주의적 정치가 계속됐습니다. 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했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청중 박수).

저는 오랜 정치 경험과 감각으로, 만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지금과 같은 길로 계속 나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하다는 것을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리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을 내리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더불어 여러분께도 간곡히 피맺힌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정권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그 분들의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을 다 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누구든지 양심이 있습니다. 그것이 옳은 일인 줄을 알면서도 행동하면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 보니까 회피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죄 없이 세상을 뜨고 여러 가지 수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이룩한 민주주의를 우리는 누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우리 양심에 합당한 일입니까.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만일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고초를 겪을 때 500만명 문상객 중 10분지 1인 50만명이라도, ‘그럴 수는 없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 이럴 순 없다. 매일 같이 혐의를 흘리면서 정신적 타격을 주고, 스트레스 주고, 그럴 수는 없다.’ 50만명만 그렇게 나섰어도 노 전 대통령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얼마나 부끄럽고, 억울하고, 희생자들에 대해 가슴 아픈 일입니까.

저는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려면 양심을 지키십시오. 진정 평화롭고 정의롭게 사는 나라가 되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입니다.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고, 벼슬하고 이런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로운 민주주의, 정의로운 경제, 남북간 화해 협력을 이룩하는 모든 조건은 우리의 마음에 있는 양심의 소리에 순종해서 표현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선거 때는 나쁜 정당 말고 좋은 정당에 투표해야 하고, 여론조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4,700만 국민이 모두 양심을 갖고 서로 충고하고 비판하고 격려한다면 어떻게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일어나고, 소수 사람들만 영화를 누리고, 다수 사람들이 힘든 이런 사회가 되겠습니까.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을 반대입니다. 그렇지만 반대는 어디까지나 6자회담에서, 미국과의 회담에서 반대해야지, 절대로 전쟁의 길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통일을 할 때 100년, 1000년이 걸리더라도 전쟁으로 통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모두 행동하는 양심으로 자유와 서민경제를 지키고,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지키는 일에 모두 들고 일어나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듭시다. 감사합니다.

<출처 - 김대중평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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