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만이 유일한 길..죄와 벌 방식 안 통해"
"북, 정치환경 변해야 경제변화 리스크 감수"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은 26일(현지시간) 북한 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이날 뉴욕 브루클린의 사무실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관련,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에 '죄와 벌' 방식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전에도 성과를 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등 제재 조치를 적대적인 정책의 증거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해 아마도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추가로 더 할 것이고, 핵 실험도 추가로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북 제재보다는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시걸 국장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월 미국의 다른 한반도 전문가들과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다음은 시걸 국장과의 일문일답.

--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의 진짜 목적은.

▲ 북한이 정말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북한 내부적인 목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유는 분명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핵무기 등에 의한 전쟁억지력을 향상시키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과 일본, 미국이 6자회담에서 취한 행동과 관계가 있다. 2007년 10월 베이징 합의에 따라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에너지 지원 등을 대가로 불능화를 하기로 했지만 한.미.일은 북핵 검증의정서의 문서화를 원했고 당초 베이징 합의에 없던 검증의정서 문서화 합의는 작년 12월 실패했다. 이것이 대북 에너지 지원 중단 발표로 이어지자 북한은 바로 불능화를 중단하고 인공위성이라는 명목으로 미사일 테스트 준비에 들어갔다. 이어 지난달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의장성명을 통해 제재에 나섰고 북한은 이를 구실로 핵 실험 준비에 들어갔다.

-- 추가 핵실험 가능성은.

▲ 북한은 이제 핵실험을 했고 관련국들은 이를 응징하는 '죄와 벌' 방식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죄와 벌' 방식은 북한 문제에서 전에도 작동한 적이 전혀 없다. 어떠한 제재도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도 북한에 어떤 영향을 주기에 충분치 않기 때문에 북한은 상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문제가 된다. 북한은 이를 적대적인 정책의 증거로 보고 있다. 북한은 이에 대응해 아마도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추가로 더 할 것이고, 핵 실험도 이번에 잘 안됐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내야 하기 때문에 추가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일련의 과정이고, 북한은 이것이 자신들이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 미국이 북한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하는데.

▲ 우리가 북한에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노력하지만 성과를 거둔 적이 없다. 제재가 진짜 성공을 거두려면 북한과 국경을 맞댄 한.중.러 3국이 진짜로 모든 것을 끊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에 3개국 누구도 진정으로 원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2006년에도 미사일 발사로 안보리 제재가 있었지만 10월에 핵 실험을 했다. 이는 북한이 어떤 제재를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봉쇄하고 제재해도 실제로 북한에 영향이 없다. 오직 정치적 영향이 갈 뿐인데 이는 우리가 원하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 효과가 난다.

--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하나.

▲ 유일한 방안은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는 것이다. 전에도 대화를 안 하는 동안 북한은 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갖게 됐다. 이제는 조만간 이를 실용화할 수도 있다. 협상을 해야만 어떻게 이를 막을 수 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그 대가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시도를 해야 한다. 협상에 복귀하면 북한에 적대성을 해소하는 중요하고도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이 지속되는 것을 막으려면 협상을 해야 하고, 협상을 시작하면 핵프로그램을 종료시키고 무기를 없애는데 얼마나 더 걸려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언제 끝날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를 알아내는 것은 협상밖에 없다.

-- 구체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 적대정책을 버리는 것에 관한 구체적인 증거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이는 외교관계는 물론 대통령의 방북, 안전 보장, 투자 지원 등을 포함하는 것이고 미국만 여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관련국들이 자신들의 정권 교체를 시도하지 않고, 경제발전을 막지 않고, 침공하지 않는다는 것 등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다.

북한은 2012년까지 '강성대국' 건설을 주민들에게 약속하고 있다. 핵무기와 미사일은 북한에 강인함을 주지만 번성은 아니다. 번성하려면 북한이 자원을 재배분해야 한다. 군 생산시설을 민간 산업시설로 바꿔야 하는 데 이는 적대적 환경이 제거돼야 가능하다. 두 번째로 외부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지원이 필요하다. 이것도 한국.일본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이 강성대국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한.미.일과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정치적 환경이 변해야 경제 변화에 나설 리스크를 북한도 감수할 것이다.

-- 북-미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나.

▲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려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이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문제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북한과의 협상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만을 원한다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일본과의 양자 대화도 원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경우에서 그런 시도를 했다. 일본에 새 정권이 들어선다면 북한과 일본의 양자 대화를 목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와 양자 대화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 한국 정부가 입장을 바꿔 정말로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하면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도 있지만 이는 아무도 모른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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