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전상영 '뜨겁습니다' 대표를 만났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기자]
수년전 재일조선인 마을 ‘우토로’ 문제가 알려지고, 다큐영화 ‘우리학교’가 개봉되면서 우리 사회에도 일본에서 민족교육을 하며 우리의 민족성을 지키고 살아가는 재일동포들의 삶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리학교’ 영화에서 오히려 일본에 있기 때문에 민족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면의 마음가짐 뿐 아니라 겉으로도 치마저고리를 입으며 정신무장을 단단히 해야 한다고 말하던 여학생의 말처럼 재일동포들은 일본의 온갖 차별 속에서도 민족성을 지키기 위해 치열히 노력하고 있다.

영화에서도 일부 나오듯, 북한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될수록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 상황에서 민족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도 고집스럽게도 민족교육을 받는 그들의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

이런 재일동포들의 삶을 국내에 알리고 관심을 모아 지원하기 위해 모인 재일동포 민족학교 책보내기 모임 ‘뜨겁습니다’(http://cafe.daum.net/feelsohot)의 전상영 대표를 지난 20일 만나봤다.

‘여름휴가로 시작된 인연’

▲ '뜨겁습니다'는 일본 민족학교에 책을 지원해오고 있다. [사진제공-뜨겁습니다]
지난 2003년 8월 처음 개설된 ‘뜨겁습니다’ 카페는 현재 1,2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수년간 일본 시즈오카와 고베 지역 등에 수만 여 권의 책을 지원할 정도로 큰 모임이다.

그러나 이들은 평범한 직장인, 학생, 주부 등으로 구성돼 특별한 조직이나 사무실 하나 갖지 않은 채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평범한 이들이 어떤 계기로 재일동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이에 전 대표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시작된 일이라고 말한다.

“지난 2003년 8월 초 서강대 선후배 3명이 일본으로 여름휴가를 갔어요. 저는 이 때 일본의 다른 지역으로 신혼여행 중이었고... 인천공항에서 떠나며 선후배들과 나중에 일본에서 연락을 해 만나자고 했으나 잘 되진 않았어요.(웃음) 나머지 세 명은 여행을 떠나기 전 알던 재일동포를 만나 갑자기 ‘네가 나온 학교 한 번 가보자’해 무작정 재일동포의 학교를 방문합니다. 이때 우연히 방문한 곳이 시즈오카 초중급학교입니다. 갑자기 방문했음에도 선생님들은 따뜻하게 대해주었고 이 때 차별을 심하게 받으면서도 민족성을 지키는 조선학교의 상황을 알게 됐지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은 남녘땅에서도 이들을 알리고 응원하는 뭔가 뜻 깊은 일을 해보자 하면서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 책보내기 운동을 하자고 합니다. 책을 지원하기 위해 출판사나 서점 등에 지원을 부탁하고 카페를 개설하면서 모임이 시작됐습니다.”

‘일본 전역 조선학교에 책보내기 목표’

▲ 책을 받아보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사진제공-뜨겁습니다]
처음엔 우연한 학교 방문이었지만 이듬해엔 공식적으로 학교방문을 하기에 이른다. 이 때 시즈오카교육회 분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 역시 ‘뜨겁습니다’ 카페 회원이 됐다. 이렇게 남녘에서 또 일본에서 뜻있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원칙과 체계도 갖추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말 배우기에 가장 친숙한 동화책을 우선 지원하는 것으로 했다. 일본에서 우리말로 된 동화책을 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으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동화책에 대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기 위해 지난 2004년 사설도서관 운동을 하는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를 찾아가 좋은 동화책 100선을 선정해 달라고 하고 도서관에서 단체 구입을 할 때 조금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이점을 활용해 책을 좀 더 구매하도록 부탁을 해 책을 지원하도록 했다.

이후에는 어린이도서관협회 측에서도 직접 재일동포 책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한글문화연대, 동화작가들 등 참여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처음 시즈오카, 기우, 미애현 지역의 학교 중심으로 방문을 했으나 이들 지역은 어린이도서관협회 측에 맡기고 ‘뜨겁습니다’ 회원들은 지난 2007년부터 고베 지역으로 활동영역을 늘려나갔다.

“점점 일본 내 조선학교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현재 일본 전역에 50여 곳이 조금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중 1/3 정도의 학교에 책이 지원됐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책만 보내는 것보다 직접 학교도 찾아가며 교류를 해야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효과가 높습니다. 어린이도서관협회처럼 남녘에 교류를 원하는 단체가 있으면 이어주고 또 카페 회원들이 늘어나면 지원하는 학교도 늘려갈 예정으로 앞으로 일본에 있는 모든 조선학교에 책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책 매개로 재일동포들과 교류’

▲ 2007년 민족학교 어린이책 문화교류 기념사진. [사진제공-뜨겁습니다]
책은 주로 어린이 동화책이 위주이며 일본에서 따로 원하는 책이 있으면 구해주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단소배우기, 민속악기 악보 등을 보내기도 했고 만화영화 노래 등의 영상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뜨겁습니다’는 단순히 책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재일동포들과 교류를 하는데 힘을 쓴다.

“학교를 중심으로 지원을 하다 보니 학교의 체육대회나 동포 행사에 참여를 하기도 하고 제일동포 1세들이 계시는 양로시설에 방문을 하기도 합니다. 고베 지역 같은 경우는 징용, 건설 현장 등 1세 분들이 끌려가 일을 했던 곳을 방문하기도 하는 등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방문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또 일본에서 남녘으로 유학을 온 학생들에게 하숙집이나 어학당을 알아봐주고 우리말 알려주기, 체육대회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1일에는 영화 ‘우리학교’ 팬카페와 함께 체육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재일동포 교류사업의 일환이라고.

‘뜨겁습니다’ 카페 회원들은 ‘우리학교’ 영화의 기획 등에도 도움이 됐고 영화가 개봉되면서는 공동체 상영 등 홍보에 주력했다. 이에 많은 카페회원들이 ‘우리학교’ 팬카페 회원이란다.

‘우리학교’ 영화 팬카페는 영화를 찍은 곳이 홋카이도라 홋카이도 학교 출신의 재일동포 유학생들과 교류가 많은데 ‘뜨겁습니다’ 카페는 시즈오카와 고베 출신의 유학생들과 교류가 많아 이들 카페의 교류는 남녘땅에 유학을 온 재일동포학생들끼리 친해지는 계기도 됐다.

‘작은 관심이 재일동포에게 큰 힘’

▲ 추석 송편빚기를 함께 한 민족학교 학생들. [사진제공-뜨겁습니다]
전 대표는 이런 활동들 속에서 수없이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는 것은 물론 ‘책을 보내줘 고맙다’는 감사편지를 받기도 했단다.

특히 단순히 책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풍습이나 문화를 알리는데 도움이 됐다고 느껴졌을 때 참 많이 뿌듯했다고 한다.

“동화책 중에 ‘솔이의 추석이야기’라는 책이 있어요. 일본에서는 동포의 반 정도만 추석을 지내 아이들이 추석에 대해 잘 모르는데 책을 읽고 추석에 대해 알게 됐고 어린이도서관협회 측 선생님들이 송편 만드는 재료 등을 준비해 방문, 아이들과 함께 송편을 만들어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하는데 ‘내가 하는 일이 적어도 옳지 않은 일은 아니구나!’ 느꼈습니다.”

그러나 전 대표는 무엇보다 카페의 활동들이 재일동포들에게 큰 힘이 됐다는 사실이 보람된다고 말했다.

“‘항상 일본에 살고 있는데 왜 우리말을 배워야 하는지 몰랐는데 남쪽에서 온 손님들과 우리말로 이야기 할 수 있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우리말을 배우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던 조선학교 학생의 말이 기억납니다. 또 ‘고이즈미 방북시 북에서 납치 문제를 시인해 재일동포들이 어렵고 힘들었는데 그 때 남쪽에서 보내온 책을 보고 멀리 조국에서 우리를 잊지 않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큰 힘을 얻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남녘의 작은 관심이 재일동포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고 그 때 더욱더 많은 남녘 사람들에게 재일동포, 조선학교를 알리고 지지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어요.”

‘휴가 내기 가장 어려워’

▲ '뜨겁습니다' 회원들은 매번 직장에 휴가를 내서 일본으로 향한다. [사진제공-뜨겁습니다]
카페 활동에서 개인적인 어려운 점은 별로 없지만 전 대표의 경우 평범한 직장인이다 보니 휴가를 내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여름이나 겨울엔 방학을 하고 대부분 조선학교의 행사 전후에 방문을 하곤 하는데 추석 지나고 즈음이라고 하니 직장인이 추석 연휴 지나 또 휴가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눈치 보이는 지…(웃음).”

개인적인 어려움 외에 ‘뜨겁습니다’ 카페 차원에서는 좀 더 많은 지원 사업을 하기 위해 임의단체로 가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저희가 사단법인도 아니고 그저 온라인 모임이기 때문에 후원을 받더라도 단순히 개인에게 후원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기업 후원 등을 받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 카드사 등에서는 포인트를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혜택도 마련하고 있는데 이 역시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저희는 전혀 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재일조선학교랑 재일조선인들이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을 남쪽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임의단체로 가입하는 것을 고민 중입니다.”

이들은 6월 중에 ‘재일조선학교 돕기 일일주점’을 열 계획이다. 오는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재일조선학교 지원을 위한 콘서트를 여는데 콘서트 지원을 위해 ‘뜨겁습니다’도 한몫을 하기로 한 것이다. 많은 이들의 참여와 후원을 부탁했다.(후원금 계좌: 국민은행, 예금주: 전상영, 계좌번호: 532001-01-105499)

처음 카페를 만들 때 의기투합을 했던 서강대 선후배들은 ‘죽이 되던 밥이 되던 10년은 가보자’고 했다고 한다. 10년 뒤 우리가 한 일을 평가해보자고 약속을 했다는 이들, 다가오는 10년과 평가, 그 이후의 활동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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