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오후 개성공단 입주기업주들과 홍양호 통일부 차관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개성공단 유지를 위해 우리 정부가 한 게 뭐가 있나? 입주기업만 큰 피해를 입고 있다.”

18일 오후 7시 홍양호 통일부 차관과의 간담회를 위해 서울시내 중식집 하림각에 모인 개성공단기업협회(회장 김학권) 소속 기업주들은 최근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관련 대처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정기섭 (주)에스엔지 사장은 “유씨 문제는 입주기업에게도 중요한 문제지만 북측 총국(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경제 부처로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 결정 권한이 없다”며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유씨 문제와 개성공단 문제는 별도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전임 회장인 문창섭 삼덕통상 대표 역시 “이미 답은 다 나와 있다”며 “유씨 문제를 별도로 다루고 공단 문제는 경제논리로 풀면 된다”고 단언했다.

이들은 유씨 문제와 개성공단 재협상 문제를 분리하자는 데에서는 대체로 한 목소리를 냈으며, 한 기업주는 “개성공단 운영 5년 동안 수많은 사람 중에 단 한 건의 문제가 생긴 것이고, 이 정도면 있을 수 있는 수준인데 개성공단 전체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개성공단의 미래에 대해서는 진단은 같더라도 처한 입장에 따라 처방은 달랐다.

김철영 성화물산 대표는 “정부에서 투자하라고 했으니, 정부가 6.15선언을 이행하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창섭 대표는 “임금이나 토지임대료를 올리면 거기에 맞게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 방식의 해결책이 가능하다”며 “정부가 여건만 마련해주면 기업들이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정기섭 사장은 “지금 이 상태로는 정상 조업이 어려우니, 정부가 6.15, 10.4선언을 이행하지 못할 바에는 질질 끌지 말고 차라리 빨리 폐쇄하는 것이 손해를 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입주한 기업의 경우 근로인력 중 40,50대가 절반이나 되고 생선성도 떨어져 경쟁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 홍양호 차관은 남북간 '대화'를 언급했지만 '유씨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홍양호 차관은 모두발언에서 “기업이 안전하게 투자하고 경영하는 데는 기업환경이 안정적이어야 하고 수익이 나야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며 “이번 북한이 취한 조치는 안정성, 수익성 보장,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본다면 기업 활동을 하는데 상당히 장애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북측을 겨냥했다.

홍 차관은 “북한이 비록 일방적 조치를 한 것에 대해서 단호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은 대화를 통해서 개성공단이 계속 유지, 안정적으로 발전되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슬기로운, 건설적인 대안들이 이 자리에서 많이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개성공단기업협회 소속 기업대표 19명과 홍양호 차관을 비롯해 김영탁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등 통일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추가> “경협보험 제도 개선 적극 검토 바란다”

통일부는 2시간여 동안 진행된 간담회 결과에 대해, 김학권 회장은 “북한의 무효선언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풀어가기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간담회에서 입주기업 대표들은 북한의 잇단 조치로 개성공단 환경이 불확실해 지고 있는데 많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임금, 토지사용료, 세금 등은 기업의 지불능력, 제반 기업활동 여건에 맞게 정해져야 할 사안으로, 북한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그렇게 되지 않도록 기업도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며, 정부도 기업들이 경영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개성공단 현안해결, 남북관계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해 주기를 요청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북한의 일방적 조치에 따른 입주기업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경협보험 제도 개선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양호 차관은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정부는 개성공단을 유지,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그렇게 하기 위해 북한과 끈기 있게 대화해 나갈 것”이라며 “경협 보험 등 기업들의 건의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재원, 관계부처 입장 등을 보면서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주재원의 신변안전은 우리 기업들이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입주기업들도 유씨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한다는데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홍 차관도 “정부와 직접 이해당사자인 입주기업들이 한마음, 한목소리로 이번 사태에 인내심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19일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일일브리핑에서 전날 홍 차관과 개성공단기업협회 소속 입주기업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유씨 문제’와 개성공단 관련 협의를 별도로 진행하라는 의견 제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 자리에서는 정부에게 협상방식등과 관련해서 기업이 다른 제안을 한것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종주 부대변인은 “북측이 현재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 가운데 임금이나 토지사용료와 같은 문제들은 기업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고, 주재원 신변안전과 같은 문제들은 정부가 좀더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고 하는 식으로 사안의 성격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기업대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문제를 빨리 풀어나가자 이런 얘기는 여러 분이 주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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