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지난 16일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보내온 통지문에 따라 21일 개성공단에서 현 정부 들어 처음 남북 당국간 공식 접촉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북측 통지문에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된’, ‘중대 사안을 통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낙관적 전망보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20일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장관 대책회의 열려

정부는 18일 오후 3시에서야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의 긴급 현안 브리핑을 통해 북측이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해 당국자를 포함한 접촉을 제의해왔다고 밝혔지만 통지문에 일부 언론이 보도한 ‘중대 사안을 통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북측의 제안에 대해 정부는 대책회의를 거쳐 21일 개성 접촉에 김영탁 개성공단사업지원단 단장을 비롯해 문무홍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7명의 대표단을 파견키로 했고, 이들이 21일 오전 9시 출입사무소를 통과해 개성으로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측이 제안한 21일 개성 접촉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북측의 정확한 의중을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 심지어 접촉을 하루 앞둔 오늘까지 북측 대표단으로 누가 나설 것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회담을 하루 앞둔 20일 아침, 청와대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긴급소집으로 청와대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 안보관계 장관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오전 10시부터는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현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성접촉 실무대책회의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북한은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한 문제라고 밝혀 왔다”며 “우리 측은 국민의 신변안전과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이 주요한 관심사항이다”고 밝힌 바 있다.

북측이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된 문제로 당국자 접촉을 요청했으므로, 통일부에서 개성공단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김영탁 단장이 대표격으로 참석하게 된 것이다.

개성 접촉에 외교부 당국자는 없다

그러나 정부는 관심을 끌고 있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참여 문제와 남북관계와의 연관성은 철저히 부인하고 있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대표단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개성 접촉을 제의한 이틀 뒤인 18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대한 '전면참여' 등을 통하여 가하려는 그 어떤 압력도 그것은 곧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대결포고, 선전포고로 된다”며 “이명박 역적 패당은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50㎞ 안팎에 있다는 것을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19일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PSI는 국제사회의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노력으로 특정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며, 남북관계와 별개의 조치로 북한에 대한 대결.선전 포고가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는 지난 15일 ‘남북관계 현안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PSI 전면참여 발표를 19일로 미룬바 있고, 18일 다시 북측의 개성접촉 제의를 이유로 발표를 늦춰 PSI 전면참여와 남북관계가 별개라는 정부의 논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북측이 PSI 전면참여 문제를 제기할 경우 통일부 대변인 논평에서 밝힌 바 있는 기존 정부의 입장을 북측에 설명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통제 강화나 사실상 폐쇄 수순?

21일 실무접촉에서 북측이 ‘통지’할 ‘중대 사안’을 두고는 대체로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먼저 22일째 북측에 의해 조사를 받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 모씨의 조사 결과가 통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를 함께 부른 것은 개성공단 차원에서의 통상적 제재 조치인 벌금이나 추방 수준을 넘어서는 조치가 통지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유 모씨 사건과 연관해 보안조치 강화 등을 이유로 개성공단 출입경이나 일상활동에 보다 엄격한 통제조치가 통보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유 모씨 사건 관련 외에도 최근 남북관계의 악화와 PSI 전면참여 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개성공단에 대한 모종의 통제 조치나 사실상 폐쇄 조치 등 그야말로 ‘중대 조치’가 통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이 이미 우리 정부의 PSI 전면참여 발표 방침을 숙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 당국자에게 PSI 전면참여는 곧바로 6.15공동선언의 산물인 개성공단 폐쇄를 의미한다고 통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사안보다는 북측이 통지문에 명기한 대로 개성공단 자체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는 “개성공단 운영이나 존폐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 통보하지 않을까 관측된다”며 그 근거로 남측이 약속한 북측 근로자 기숙사 건설이 지연돼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30여개 업체 5천명 정도의 근로인력 부족이 발생했고, 4,5월경 준공 예정인 29개 업체의 신규 근로인력 1만 5천명에 대해서도 대책이 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한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개성공단에서 신규 공장 건설이 중단된 상태 등을 감안할 때 “기존 업체들의 기업활동은 보장하되 더 이상 근로인력 공급이 어렵고 개성공단 사업의 확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중대 결단을 통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북측이 먼저 개성공단 폐쇄나 축소를 남측에 통보하기 보다는 강력한 통제방침을 통보함으로써 남측이 자진 철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부 ‘남북대화 실마리’ 낙관적 전망도 

이와는 달리 다른 일각에서는 일말의 희망섞인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판단의 기저에는 무엇보다 북측이 먼저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당국자간 접촉을 제의한 것은 북 스스로 ‘남측 당국자 북측 지역 금족령’을 풀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실무적인 조치는 아닐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또한 4월 5일 인공위성 발사로 북미 관계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인 북측이 북미 간 대화까지 걸릴 시간적 공백을 고려해 남북관계의 실마리를 풀어두려는 전술적 고려도 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보태지고 있다.

어차피 북미 양자대화가 시작되면 남북관계도 곧 풀어가야 할 상황이라면 먼저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남북 대화를 끌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한편 우리 정부는 국민의 신변안전과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을 주로 거론할 예정이며, PSI 문제에 대해서는 북측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남북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후 김영탁 단장은 개성공단에서 돌아오는 대로 통일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남북 접촉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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