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김용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의 서울방문은 6.15 공동선언 이행에 대한 북측의 확고한 의지를 남측에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북측은 6.15 공동선언에 따라 두 차례의 장관급 회담을 비롯해 한 차례의 적십자 회담과 8.15 이산가족 상봉 등을 실천으로 옮긴 데 이어 이번 김 비서의 방문을 통해 다시 한번 확고한 이행 의지를 밝혔다.

남북간 회담이나 접촉이 있을 때마다 공동보도문 서두에 `공동선언을 성실히 이행해 나가기 위해...`라는 문구가 포함된 것이나 지난 11일 김 비서가 서울에 도착했을 때도 6.15 공동선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하나같이 공동선언의 이행을 강조하는 것이어서 현재로서는 공동선언 이행에 별다른 장애물은 없는 것 같다.

이번 김 비서의 방문을 통해 남북 양측이 이산가족촵친척의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에 합의한 것은 가장 눈에 띄는 성과다.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점 외에도 유독 북측이 남북간 합의사항 가운데 비전향장기수 송환 즉시 적십자 회담 개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일부에서 가졌던 의구심을 말끔히 가시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은 우선 생사확인을 한 뒤에 서신교환과 면회소에서의 상봉을 통해 지속적인 연락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 100명의 극소수 인원에게만 상봉 기회를 부여하는 `고비용 저효율`의 일회성 상봉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북측이 비전향장기수 송환 즉시 면회소 설치 협의 약속을 어기긴 했지만 2차 장관급 회담에서 이산가족 교환방문 사업을 두 차례 더 실시하고 서신교환 문제를 협의키로 한 것은 면회소 설치 협의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 2차 장관급 회담에서는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사업을 두 차례 더 진행하고 서신 거래를 추진하는 등의 문제들을 양측 적십자 단체가 협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공동보도문 첫번째 항에 명기했다.

북측이 외양상 약속을 어겼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2차 장관급 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긍정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양측은 또 공동선언 4항의 경제협력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 약속에 따라 오는 25일 경제 실무접촉을 갖는 한편 경의선 복원, 북측 경제시찰단 파견, 임진강 유역 공동 수방사업 추진에 합의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문제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이 `가까운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며 이에 앞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먼저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게다가 제3국에서 국방장관급 회담이 실제로 개최될 경우 남북 양측은 `가외의 소득`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북측이 군사분야 논의가 6.15 공동선언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난색을 표시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방장관급 회담은 북측의 `양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6.15 공동선언의 이행에 대한 북측의 또 다른 의지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연합200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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