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상황에서는 (무력충돌) 우려가 있었다고 보지만, 현재상황에서는 없다고 본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임박한 가운데, 권종락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3일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정당화 해 빈축을 샀다.

권 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제1차관 시절인 2006년 국정감사에서 남북 간 무력충돌 가능성을 들어 PSI에 전면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을 지적한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그 때 상황에서는 (무력충돌) 우려가 있었다고 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요격 방침과 이에 대한 북한의 '보복타격' 발언 등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일촉즉발의 상황과는 정반대의 상황인식으로, PSI 전면 참여를 위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남 의원은 "차관의 답변을 듣고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으면서 "지금 무력충돌 가능성이 없기에 참여해도 된다는 말씀을 듣고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을 지 의심이 든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폭넓은 의견수렴을 걸쳐서 신중하게 결정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유명환 장관은 제1차관이던 2006년 외교통상부장관 직무대리로 당시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PSI를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 우리가 그대로 이행을 한다면 남북한 간에 긴박한 군사적인 대치 상황에 있어서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그러한 무력 충돌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 저희들은 PSI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한국은 총 8개의 PSI 활동 가운데 5개항만 옵서버(참관국)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고,  △역내 차단 훈련 때 물적 지원 △역외 차단 훈련 때 물적 지원 △정식 참여 등 3개항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따른 군사적 충돌 우려에 따라 유보해 왔다.

여당서도 'PSI 신중' 주문... "정부, '한반도 주변 수역 훈련' 왜 설명 안 하나?"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정부의 대응책과 관련한 PSI 참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권 차관은 '적극 검토'라는 종전의 입장에서 나아가 사실상 '전면 참여 방침'을 정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권 차관은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이 "'적극 검토'라고 얘기하지 말라. 당연히 참가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말하자 "예"라고 답변했다. 이어 "검토한다고 운만 띄우지 말고, 당연히 PSI 참여한다고 못박으라"는 거듭된 추궁에 "잘 알겠다"고 확인했다. 또 문학진 민주당 의원이 'PSI 전면 참여가 지금 적절하냐'고 따져 묻자 "적절하고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권 차관은 윤 의원이 북한의 로켓 발사가 유엔 결의안 1718호 위반이라며 "그렇다면 대북제재는 당연히 참여 해야죠"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싸고 군사적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외교부의 이 같은 입장에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은 "아까 어느 의원이 PSI 참여한다고 선언하라는 제안에 '잘 알겠다'고 답했는데, 남북 간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대응은 단호해야 하지만, 발언은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성급한 수긍은 주의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어 "PSI 참여 검토로 인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엉뚱한 상황이 발생되는 것은 당연히 막아야 한다"고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다. 또 PSI가 '파키스탄, 인도 등에 대해서는 소홀하고 북한, 이란 등 문제국가에게만 집중 타겟팅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제도운영의 보편성에 대해서 미국 측의 합리적 답변을 해야 하고, PSI 참여에 대한 대국민설명도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학진 의원도 "가뜩이나 이렇게 얼어붙어 있고 이런 위중한 상황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PSI 전면 참여를 하는 게, 과연 적절하고 남북관계를 풀어낼 수 있는 그런 현명한 접근법인지, 비판적 여론도 만만찮게 있다"고 우려했다.

PSI에 전면 참여시 실시되는 '역내.외 차단 훈련 때 물적 지원'에 따른 군사적 충돌 위험성을 정부가 알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참여정부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지금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해나 서해나 남해에서 차단 훈련을 다른 나라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파장 때문에 (정식 참여를) 신중하게 해 온 것이다. 이것을 정부가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면서 "차관께서 모 신문에도 기고를 했던데, 역내외 훈련 언급했나?"고 따졌다.

청와대, 오바마 발언 '유추해석' 논란

한편, 지난 2일 런던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대북 제재 결의안" 발언이 우리 정부가 유추해석 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남경필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청와대 측의 브리핑과 달리 백악관 측은 '한국과 단호하고 일치된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만 밝혔다며 "이런 차이가 발생한 원인이 뭐냐"고 따졌다.

이에 권 차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것은 어떤 결의안, 새 결의안 취지의 발언을 했고, 제재 결의안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존 결의안에 제재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는데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한다면 기존 결의안과 최소한 같은 맥락이거나 더욱 강한 내용이 들어있어야 하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다. 정확하게 '제재'라는 말은 하지 않았더라도 제재라는 것이 들어가지 않겠냐고 추정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 말대로라면, 청와대 측이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유추해석' 해 브리핑 했다는 말이 된다. 남 의원은 "우리가 우리 대통령 발언을 두고 그렇게 유추해서 브리핑 하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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