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지난 1년 동안 남북관계의 새로운 정립 토대는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11일 떠나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남갈등과 국론분열을 시키지 않고 일해 나간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상생공영 기조 하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원칙을 견지하면서 상황이 발생하면 유연하고도 의연하게 대처함으로써 눈에 띄는 효과는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북관계를 상당히 안정적으로 관리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것을 많은 국민이 지지해줬다”고 평가했다.

특히 “많은 분들이 이 대통령은 (대북정책이) 강경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가 경험한 이 대통령은 절대 강경론자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하고 “대통령은 항상 제 입장, 통일부 입장을 이해해 주시고 지지해주셨다”며 “다만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환경이 여의치 않아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라고 전했다. “장관으로서 대통령과 언제든지 어떤 문제 깊이 있게 말씀 드렸고 대통령도 생각을 말씀하셨다”고도 했다.

‘재임중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3월 27일에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우리 직원들을 철수시켰을 때. 그때 막 우리가 상생공영 정책을 보고했는데 그날 새벽에 일이 생기니까 좀 당황했다”고 회고하고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과 12.1 육로통행 제한 조치 등도 거론했다.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는 “남북관계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보람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렵고 결과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황을 잘 관리해 나가고 있다고 하는 보람을 느낄 때는 많이 있었다”고 답했다.

▲ 이임 오찬 간담회에는 많은 기자들이 참석했지만 김하중 장관은 끝까지 말을 삼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 장관은 “사실 우리 맘 속에 조정기 보다는 결과를 내고 싶었는데 여건이 그렇게 안 됐다”며 “굉장히 많이 북에 대해 대화를 반복적으로 얘기했지만 북이 듣지 않고 강경한 입장을 취한 것”이라며 북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남북관계를 처음부터 발전시키려고 굉장히 노력했었다. 그렇게 했는데 북이 그렇게 안 했고 계속 우릴 압박하고 공격했기 때문에 우리가 한다고 하는 발전은 못했지만 그렇다고 북이 우릴 공격했다고 우리가 흥분하거나 냉정 잃지 않고 우리가 침착하게 대했기 때문에 조정기로 끌어 갈 수 있었다”라는 것.

김대중 정부시절 안보수석을 역임했던 김 장관은 “2000년 6월에 갔는데 그때는 굉장했다”며 “북이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이나, 갔을 때 대우하는 정도나 열기가 굉장했는데 지난 1년동안의 북 태도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변화를 왜 북이 가졌나 하는 의아심 떨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모든 대통령은 남북관계 돌파구를 열어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은 다 갖고 있다”며 “그분들이 성장해온 배경이나 처해 있는 상황 등이 다르기 때문에 방법과 생각, 그에 따른 속도도 다르겠지만 기본적인 지향점은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후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현재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은데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도 자세한 것은 나오지 않고 있고 북한이 우리에 강경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금년 남북관계는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 오찬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일일이 마지막 악수를 나누고 있는 김하중 장관.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 장관은 “지난해 통일부 조직이 인원이 많이 축소돼서 직원들이 말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다”며 “통일부 직원들의 사무실 환경과 인원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 아프고 힘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통일부 직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MB 정부라는 보수정권에서 남북관계가 쉽게 풀릴 거라고 생각 안 했다”며 “적당한 선에서 떠나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이 시기에 떠나는 것에 대해 다른 생각은 전혀 없고 감사한 마음으로 떠난다”고 목소리를 낮췄다.

김 장관은 “외교부에서 35년 근무하다가 통일부 장관을 11개월 하고 이번에 이렇게 떠나게 되니 너무 감사하고 제가 생각했던 방식으로 공직 떠나게 돼서 아주 감사하다”며 “공직자라는 건 공직에 몸을 담고 있는 한 초봄에 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다”고 그간 조심스런 태도로 일관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15분 정부종합청사 별관 2층 강당에서 이임식을 가질 예정이며, 현인택 내정자는 12일 취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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