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종구 청계천로 예금보험공사 건물 앞에서 '용산철거민 범국민추모대회'가 열렸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오후 6시 30분께 유가족과 시민들은 추모대회를 마치고 명동성당 방향으로 추모대행진을 펼쳤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경찰의 원천봉쇄에도 아랑곳 않고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희생된 용산 철거민들을 애도하는 5천 여 불빛이 차가운 아스팔트를 뜨겁게 지폈다.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31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중구 청계천로 예금보험공사 건물 앞에서 범국민 추모대회를 열고 망자들의 넋을 달랬다.

애초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예정이었던 범국민 추모대회는 경찰이 사전 불허 통보를 내린 터라, 개최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경찰은 오후 1시께부터 청계광장에 15개 중대 1,350여 명의 병력을 배치했고, 오후 2시 30분께 청계광장 외곽을 경찰차량으로 완전히 에워싸 시민들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구멍이라는 구멍은 모두 막았다"며 항의하던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청계광장을 빠져나와 변경된 장소에서 추모대회를 개최, 경찰의 원천봉쇄를 무색케 했다.

'근조 열사정신 계승'이라는 검은 리본을 단 5천여(주최측 8천) 시민들은 '김석기, 원세훈 구속수사', '학살만행 이명박 퇴진'이라는 손 팻말을 가슴 높이로 들었고, 무대차량 제일 앞 쪽에는 고인의 영정을 가슴에 품은 유가족들이 뒤늦게 자리를 잡았다.

각계 인사들이 대거 참가한 이날,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인파가 청계천 일대에 모였다. 범대위 소속 시민사회단체들을 비롯해 정당, 누리꾼, 대학생 등 추모객들의 발길은 청계천의 시작점인 첫 번째 다리 모전교에서 광통교 일대를 가득 메웠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여사(가운데)도 추모대회에 함께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방인성 목사는 "몸으로 투쟁한 외침이 있었기에 우리는 희망과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다섯 분 열사의 피를 잊지 않고 함께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는 한 이 땅에 희망이 있다"고 고인들을 추도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는 무대에 올라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니까 87년 내 모습이 저렇게 처참하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면서 "사람은 한번 나서 돌아온 자리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공권력에 의해서 목숨을 빼앗긴다는 것은 이 세상 누구도 용납할 수 없고 헤아릴 수도 없을 것이다"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그는 "명색이 국민을 하늘과 같이 섬기겠다는 이명박은 1년도 못 되서 아까운, 귀중한 목숨을 공권력으로 빼앗아갔다"며 "이 목숨들의 대가는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라고 절절한 마음을 토해냈다.

시민들이 간간이 외치는 "살려내라. 살려내라"는 애타는 목소리가 "이명박은 퇴진하라"는 구호와 번갈아가며 청계천 일대 밤공기를 흔들었다.

숨진 용산 철거민 이상림 씨의 딸이자, 구속된 이충연 용산 철거민 대책위원장의 누나인 이현선(40) 씨는 유가족들을 대표해 추모객들과 마주 섰다.

▲ 고인 이상림 씨의 딸 현선씨.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아버지가 돌아가지 않았더라면 저와 동생들은 집회에 나와서 발언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담담한 목소리로 시작한 그의 인사는 "아버지 품에 안겨서 차마 하지 못했던 말, '아버지 사랑합니다' 이 한 마디만 하게 해 달라"는 눈물의 절규로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TV를 보다보면 두통약을 먹는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TV에 나와 용산 참사 얘기 나오자 법치주의 들먹이며 동문서답을 했다. 말이 좋아 법이지. 도대체 누구더러 그 법을 지키라 하냐."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 또 다른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흘렀다.

"처음 집회에 나왔다. 살기 위해서. 운동권? 그런거 모른다. 운동권은 누가 만드나? 이 세상 정권과 부자들이 만든다."

"아버지, 사랑합니다"라는 울부짖음에 추모객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쳤다. 어스름한 청계천 일대를 밝힌 5천 여 '촛불'들은 그의 구구절절한 사연에 눈물을 아끼지 않았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6명의 생명이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는데 아직까지 이명박 정권이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정치권에서 제대로 하지 못해서 유족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조의를 표했다.

노래패 우리나라가 추모공연을, 김해자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이 추모시를 고인들에게 바쳤다.

오후 6시 30분께 시민들은 추모대회를 마치고 명동성당 방향으로 추모대행진을 펼쳤다. 유가족들이 선두에 섰고, 수많은 촛불들이 뒤를 따랐다.  

▲명동 롯데백화점 앞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을지로 1가 사거리와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경찰병력이 막아섰지만 별다른 충돌없이 명동성당까지 행진을 이어갔고, 명동성당에서 정리 집회를 하고 공식적인 추모대회를 마감했다.

그러나 1천여 명의 시민들은 롯데백화점 앞 도로를 점거해 경찰과 1시간 가량 대치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연행자가 생겨나기도 했지만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100개 중대 1만 여명을 청계광장과 서울역, 명동 일대에 배치해 청계광장을 완전히 둘러싸고, 광교 도로 부분을 차량으로 완전히 가로막아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 추모대회가 열리는 주변 곳곳에서는 경찰들과 시민들의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사지를 들고 시민을 연행해가는 경찰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일부 누리꾼들이 추모대회 도중에 영풍빌딩 방면에 배치된 경찰 차량 앞에서 경찰 병력 철수를 요구하며 차량 바퀴의 바람을 빼고 차량 창문을 부수는 등 강하게 항의해 살수차가 배치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으나, 충돌이나 사상자는 없었다.

범대위는 민주당 등 야 4당과 민생민주국민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2월 1일 오후 3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폭력살인진압 규탄 및 MB악법 저지를 위한 국민대회'를 공동 개최해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할 계획이다.

▲영정을 들고 서 있는 용산철거민 유가족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살인정권 물러나라!"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청계광장을 원천봉쇄한 경찰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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