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이 ‘배후’라는 책자를 통하여 허위의 사실을 주장함으로써 의도적으로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안기부 직원들을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한 점은 충분히 인정됩니다.”

국가정보원 전현직 직원 5명이 KAL858기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배후』의 작가와 출판사 대표를 고소한 사건이 항소심에서 기각되자 검찰은 지난 17일 이같이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2일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소설 『배후』의 작가 서현우(본명 서현필)와 창해출판사 전형배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상고이유서’에서 “이 사건 ‘배후’라는 책자는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출간한 위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소설의 형태를 가장한 다큐멘터리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위 책의 내용은 ‘대한항공 858 폭파사건’ 수사가 날조되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므로 일반인들이 위 책의 내용을 진실한 것으로 오인할 위험성이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설령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 ‘배후’라는 책이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소설이라는 이름을 빌어 단순한 의혹제기 차원을 넘어 뚜렷한 근거 없이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 수사가 날조되었다는 취지로 당시 수사를 담당한 안기부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위 사건은 이미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 확정되었고, 위 판결을 뒤집을 만한 뚜렷한 증거가 발견된 바도 전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아무런 근거 없이 위 사건 수사가 날조되었다고 주장하였는바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논지를 펴고 “원심판결의 파기.시정을 구하기 위하여 본건 상고를 제기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사건의 변호를 맡은 심재환 변호사는 “이 사건 관련 적용 법리는 선례가 굉장히 많고 판례가 확립돼 있다”며 “판례를 알면서도 검찰이 그냥 우기는 것에 불과하고 무조건 기각될 것이다”고 낙관했다.

상고이유서


사 건 2008노3194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피고인 1. 서현필 2. 전형배

위 사건에 관하여 검사는 다음과 같이 상고이유를 개진합니다.


다 음

Ⅰ. 공소사실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서현필은 2001. 말경부터 2002. 말경까지 울산 이하 불상지에서, 「안기부는 1987. 대선에서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자가 당선을 위하여 북한의 지령을 받은 북한 공작원 김승일, 김현희가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한 것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하기로 사전에 각본을 짜놓고,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미리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 858기 화물칸에 외교행낭을 가장한 폭약을 탑재해 놓은 후, 대한항공 858기가 1987. 11. 29. 아부다비를 이륙하여 서울을 향하여 인도양 상공을 운항하고 있을 때 폭파시키고, 바레인 당국에 의해 체포된 김현희를 한국으로 압송한 후,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이 북한의 지령에 의한 김현희의 범행이라고 허위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안기부와 미국중앙정보국(CIA)은 위 폭파 공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남산’의 해외공작원 조용훈이 이러한 비밀을 누설할 것을 두려워하여 살해하려 하였으나, 조용훈이 사전에 눈치를 채고 피신하면서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다 미국으로 송환된 전 미국중앙정보국 요원을 통해 노태우 대통령, 전직 안기부 고위 관계자 등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을 조작한 정부요인들을 협박하여 도피자금을 마련하고 해외에 은신하는데, 필자가 1997. 이후 조용훈을 우연히 만나서 이러한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의 실체에 대해 듣게 된다」는 요지의 원고를 집필하였다.

이어 피고인 서현필은 2003. 3. 26.경 서울 마포구 성산동 209의5 진영빌딩 5층에 있는 위 도서출판 창해 사무실에서 피고인 전형배를 만나 위 원고를 책으로 발간해줄 것을 제의하였고, 피고인 전형배는 이를 승낙하여, 피고인들은 2003. 4. 초순경 출판계약을 체결한 후, 위 책자의 제목을 ‘배후’로 정하고, 1, 2권으로 나누어 제작에 들어갔고 2003. 11. 19.경에 ‘배후’ 보강판 제1권 및 제2권을 출판하고, 판매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사실은 1987. 11. 29. 발생한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은 북한 공작원 김승일과 김현희가 북한 김정일의 지령에 의하여 서울올림픽 개최를 방해하기 위해 자행한 테러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인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 발생 당시 해외업무 담당 부서인 ‘1국’의 간부 및 직원들 및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 수사 담당 부서인 ‘수사국’의 간부 및 직원들을 비방할 목적으로, 출판물에 의하여 공연히 위 안기부가 당시 집권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자의 대통령 당선을 위하여 마치 북한이 자행한 테러인 것처럼 꾸며 대한항공 858 여객기를 폭파하고 북한의 소행인 것처럼 날조한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위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입니다.


Ⅱ. 검사항소 기각이유

원심은,

○ 형법 제309조 제1항의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 있어 서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인인지 아니면 사인에 불과한지 여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여부, 피해자가 그와 같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그 침해의 정도, 그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 이상 부수적으로 다른 개인적인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며(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2137 판결 등 참조),

○ 이 사건 소설의 전체적 흐름은 작가가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에 관하여 가지고 있는 의혹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으나 내용 중 대부분은 작가의 상상에 근거한 허구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소설을 읽는 일반 독자들로서는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에 관한 의문을 갖게 될 수는 있어도 소설의 전체 내용을 모두 진실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 위와 같은 점에서 이 사건 소설이 일반 독자들에게 소설상의 내용을 직접 진실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들도 주장하고 있듯이 피고인들이 가지고 있는 의혹을 소설의 형식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 한편 이 사건 소설은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과 관련한 의혹을 소재로 한 것으로 냉전시대에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던 상황에서 커다란 인명피해를 일으켰던 위 사건의 진상이 완전히 규명되는 것은 피해자 가족은 물론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라고 할 것이며,

○ 이 사건 전부터 ‘김현희 KAL기 사건 희생자가족 진상규명 대책위’가 KAL858기 폭파사건과 관련된 의혹 제기 및 진상규명을 끊임없이 촉구하여 왔고, 이 사건 전후로 ‘천주교 인권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의 여러 단체가 위 폭파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요구하였고, KAL 858기 폭파사건과 관련된 의혹이 여러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수차례 방영된 바 있으며, 안기부의 후신인 국가정보원이 위 폭파사건을 재조사한 바도 있고,

○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결과적으로 이 사건 소설의 전체적 흐름이 관련자들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음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피고인들이 이 사건 소설을 집필, 출간한 행위는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에 관한 새로운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호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달리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Ⅲ. 상고이유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결론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1. 피고인들이 발간한 ‘배후’라는 책자가 소설인지 여부

○ 이 사건 ‘배후’라는 책자는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출간한 위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소설의 형태를 가장한 다큐멘터리라고 봄이 상당합니다. 검사가 제기한 공소사실에도 나와 있듯이 ‘배후’라는 책의 본문, 앞․뒤 겉표지, 앞․뒤 안표지, 띠지, 서문, 후기 등의 내용을 살펴보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라는 점이 객관적으로 잘 드러나 있습니다.

○ 또한 피고인들이 발간한 ‘배후’의 보강판에는 초판의 ‘서현우 장편소설’이라는 문구대신 ‘서현우 실화소설’이라는 문구를 넣어 실화에 기초하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초판에는 없던 ‘대한항공 858기 폭파’ 관련 사진, 신문기사 등을 게재하고, 위 사건이 북한의 지령에 의한 김승일과 김현희의 소행이라는 것은 거짓이라는 취지의 문구 등을 넣어 위 사진에 대한 설명을 함으로써 위 책자가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의 가려진 진상을 다루고 있는 실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피고인 서현필은 자신이 조사팀장으로 있던 ‘KAL 858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 등에서 국정원 과거사위가 위 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한다고 할 당시 민간위원들을 신뢰할 수 있다고 환영하다가 자신들이 기대한 것과 달리 안기부 자작극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자 이를 맹비난하면서 진실화해위의 결정을 다시 봐야 된다고 진술하는 등 전혀 입장을 바꾸지 아니하였고 검찰이 기소하면 법정에서 모든 의혹을 제기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피고인들의 태도를 보면 피고인들이 발간한 책자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사실에 바탕을 두고 집필한 책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 원심은 이 사건 소설의 전체적 흐름은 작가가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에 관하여 가지고 있는 의혹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으나 내용 중 대부분은 작가의 상상에 근거한 허구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소설을 읽는 일반 독자들로서는 ‘대한한공 858기 폭파사건’에 관한 의문을 갖게 될 수는 있어도 소설의 전체 내용을 모두 진실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위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위 책의 내용은 ‘대한항공 858 폭파사건’ 수사가 날조되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므로 일반인들이 위 책의 내용을 진실한 것으로 오인할 위험성이 다분하다고 할 것입니다.

○ 설령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 ‘배후’라는 책이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소설이라는 이름을 빌어 단순한 의혹제기 차원을 넘어 뚜렷한 근거 없이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 수사가 날조되었다는 취지로 당시 수사를 담당한 안기부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발간한 ‘배후’라는 책자는 단순한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책의 전체적인 내용, 피고인들이 위 책을 발간한 취지 등을 무시하고 그 형식만을 문제 삼아 이를 소설이라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2. 피고인들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여부

○ 원심은 이 사건 전부터 ‘김현희 KAL기 사건 희생자가족 진상규명 대책위’ 등 여러 단체에서 위 폭파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요구하였고, ‘KAL 858기 폭파사건’과 관련된 의혹이 여러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수차례 방영된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소설의 전체적 흐름이 관련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이 사건 소설을 집필, 출간한 행위는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에 관한 새로운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호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그러나, 피고인들이 ‘배후’라는 소설을 발표할 당시는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에 대해 안기부, 검찰의 수사를 거쳐 기소가 되었고, 1심, 2심 법원의 판단을 받은 후 대법원에서 위 사건은 북한 공작원 김승일과 김현희가 북한의 지령에 의해 서울올림픽 개최를 방해하기 위해 자행한 테러라는 내용으로 그 판결이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특정 사건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건전한 비판이 허용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위 사건은 이미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 확정되었고, 위 판결을 뒤집을 만한 뚜렷한 증거가 발견된 바도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아무런 근거 없이 위 사건 수사가 날조되었다고 주장하였는바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 따라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소설을 집필, 출간한 행위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판단한 원심에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3. 소결

○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배후’라는 책자를 통하여 허위의 사실을 주장함으로써 의도적으로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안기부 직원들을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한 점은 충분히 인정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들이 발간한 ‘배후’라는 책이 소설이라는 점,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들어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채증법칙 위배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Ⅳ. 결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심의 판단에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법리오해 및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의 파기․시정을 구하기 위하여 본건 상고를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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