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전, 서울 명동 천주교인권위에서 KAL858기 가족회와 시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최근 '김현희 편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KAL858기 사건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KAL858기 사건 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남과 북의 공동조사를 요구했다.

'KAL858기 가족회'(회장 차옥정, 이하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병상, 이하 시민대책위)는 16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 천주교인권위원회 3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AL858기 사건은) 남과 북 어느 한 쪽만의 조사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으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할 수가 없다"며 남북이 공동으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김현희 씨가 보수인사들을 통해 세상에 공개한 자필편지 내용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씨는 KAL858기 사건의 주범으로 사형을 선고를 받았으나 사면됐고, 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결혼과 함께 잠적해 있다가 최근 <조갑제닷컴>을 통해 편지를 공개한 바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만일 김현희가 KAL858기의 진짜 폭파범이라면 어떻게 가족들을 정치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로 묘사하고, 마치 자신만이 이 사건의 피해자인 것처럼 말할 수 있는가"라며 "이는 21년 전 KAL858기 안에 탑승했던 115명에 대한 모독이고, 긴 세월을 힘겹게 살아오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밝혔다.

차옥정 KAL858 가족회 회장은 "김현희 테러범이 이동복, 조갑제에게 편지를 썼다.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피난생활을 한다고"라며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죄를 범했는지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이 기자회견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가족회 차옥정 회장(가운데)과 류인자 부회장. [사진 - 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은 "KAL858기 진실에 대해 논박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전제하고는 "우리는 오랫동안 김현희 씨 역시 역사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안타까워했다. 자필서신이 공개되지 않았더라면 이런 기자회견도 열지 않았을 것이고, 진실화해위를 통한 조사에 응해서 진실을 밝히라는 것 외에는 김현희 씨에게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김현희 씨의 편지가 사실상 '논란'의 시발점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한나라당이 거대여당이 되면서 (과거사 진상규명 활동을)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를 전 방위에서 펼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공개된 서신은 그 시기가 매우 절묘하다"면서 "이 서신의 공개와 함께 보수진영과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황당무계한 주장들을 일제히 펴내며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KAL858 가족회와 시민대책위는 "지난 21년 동안 쳇바퀴가 제자리를 돌 듯 KAL858기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활동은 늘 한 곳에 머물러 있다"며 "남과 북이 모두 KAL858기 사건의 진실에서 자유롭다면 (공동조사를) 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공동조사를 통해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했음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남북 공동조사를 거듭 촉구했다.

서현우 "KAL 사건 이해관계자 누구와도 공개토론 대환영, 조사내용 조만간 발표할 것"

▲ 소설 『배후』의 작가이자 시민대책위 조사팀장인 서현우. [사진 - 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KAL858기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 『배후』의 저자인 서현우 작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갑제 씨나 이동복 씨, 정형근 전 의원을 포함한 당시 안기부 수사관들, 그리고 김현희 국선 변호사를 역임했던 안동일 변호사, 국정원 과거사 발전위원회 수사관 등 이 사건 이해관계자 어느 누구와도 공개토론을 조건으로 한 어떠한 토론도 대환영"한다고 밝혔다.

서 작가는 김 씨에 대한 재판과 수사기록에 대한 몇 가지 의혹들을 제기하면서 "지난 안기부의 신문조서와 김현희의 자필진술서를 살펴보면 혹시 무엇인가를 보고 그대로 베껴 쓴 것이거나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받아 적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기게 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며 8가지의 사례를 들어 '조작' 의혹을 뒷받침했다. 

시민대책위 조사팀장이기도 한 그는 먼저 김현희 씨가 쓴 자필진술서의 앞뒤 문맥이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수 있다며 "베껴 쓰거나 받아 적다가" 일부 단어를 "빼먹은 것이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 씨가 평양에 대해 진술하는 과정에서도 '대성산유원지'를 초기 자필진술서엔, '대성산, 유원지'라고 각기 따로 기술하다 신문조서엔 '대성산유원지'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또 "안기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사발표 시 김현희가 체류한 실제의 유고슬라비아의 '메트로폴 호텔'을 '메트로폴리탄 호텔'이라 오인하였는데, 김현희는 초기에 '메트로폴리탄'이라 하다 후기에 '메트로폴'이라 정정하였으나, 다시 '리탄'을 첨가하여 '메트로폴리탄'이라 정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개된 검찰과 법원의 수사 기록을 모두 분석한 결과 새롭고, 예전에 비해서 수준 높은 결정적인 의혹들, 그리고 기존의 수사발표를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사실들이 방대하게 드러났다"며 "A4지 300여 쪽 분량의 방대한 보고서를 완간한 상태"라고 밝히고 향후 조사내용을 발표하는 공개적인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날 기자회견에는 가족회 회원들이 배석했으며, 언론사들도 예전보다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 - 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한편, 서현우 작가와 전형배 창해 출판사 대표는 지난 12일, 소설 『배후』에 의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의 고소사건 항소심에서 승소해 사실상 무죄가 확정됐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국가기관의 조사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채 은거하던 김현희 씨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장문의 편지와 탄원서 등을 제출하는가 하면,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 됨으로써 KAL858기 사건의 진상규명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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