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관 기자(ckkim@tongilnews.com)

 


지난 14-16일 금강산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발표 1돌 기념 민족통일대토론회(대토론회)`는 670여명의 남북, 해외의 각계, 각 단체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분단의 세월을 넘어 대화의 마당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북측의 경우 200명의 대표단 이외에도 복무원, 의례원, 해설원, 기자 등 행사를 뒷받침하기 위해 많은 `보장 성원`들이 함께 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과거 그 어떤 남북 공동행사보다도 참가자들간의 자유로운 일상 접촉이 많았다.
15일 오전에 열린 대토론회, 문예공연, 오찬 연회, 모란봉 교예단 공연 관람과 부문별 간담회, 16일의 금강산 구룡연 산행, 공동 점심식사 및 즉석 공연, 송별회 등이 그것이다.
사실상 행사 전과정을 남북 대표단이 함께 했다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기자가 만난 몇몇 북측 인사들을 소개해 본다.

▲ `뱃심` 김영대 단장

▶대토론회 본행사에서 북측 대표로 축하연설
을 하고 있는 김영대 단장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이번 대토론회에서 북측 인사 중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단연 김영대(사회민주당 중앙위원회 위원장, 민족화해협의회 회장, 6.15-8.15민족통일촉진운동을위한 북측준비위원회 위원장) 단장이다. 거대한 체구에 짙은 선글라스가 인상적인 김 단장은 항상 자신감 있고 힘있게 행동하고 발언했다. 

15일 대토론회를 치르고 금강산 호텔에서 남북 참가단 전체가 함께 한 연회장에서 김영대 단장을 만났다. 토론회가 잘 치뤄진 탓인지 밝은 표정이었다.

기자가 토론회에 대한 소감을 묻자 "아주 성과적으로 잘 됐습니다.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또하나의 큰 자욱을 남겼습니다. 이것은 여기에 오신 북과 남의 모든 분들이 함께 노력해주신 덕입니다"라고 힘주어 또박또박 말했다.

▶이돈명 남측단장 (가운데)과 함께 산행에 나선 김영대 단장(좌측)
가벼운 복장과 두둑한 `뱃심`이 돋보인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산행에는 가벼운 티셔츠 차림에 역시 짙은 선글라스와 중절모 스타일의 모자로 한껏 여유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산행 중 `월간 민족21`과의 인터뷰에서는 `남북교류협력위원회`가 새로운 남측 사업 파트너로 구성될 예정인지를 묻는 질문에 "듣다 처음입니다"라고 확정적 답변을 하는가 하면, 김 단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사회민주당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는 "유럽 사민당은 허튼 소리"라고 단호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 `모범생` 김기묵 부부장

15일 대토론회가 금강산 호텔 앞마당에서 열리는 동안 남북 대표단은 의자에 앉아 토론자들의 발제를 경청하고 있었다. 기자가 잠깐 자리에 앉은 옆자리에는 장년의 소박한 북측 대표가 앉아있었다. 함경남도에서 왔다는 김기묵(함경남도 농업근로자동맹위원회 선전부부장)씨다.

▶민족통일대토론회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김기묵 부부장(우측)
"매우 가물이 세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김 부부장은 작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4.8합의서가 나온 이후 기대는 했었지만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것은 대용단"이었다고 평하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가뭄으로 농민들이 많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가물이 세다"며 "동쪽보다 서부쪽"이 더 심하다고 근심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방에서 평양으로 올라와 대회에 참석하게 되었다는 김 부부장은 대토론회에 귀 기울이는데 기자의 질문이 방해가 되었던지 "끝나고 합시다"라고 정중히 기자를 물리쳤다. 마치 모범생이 선생님 강의를 놓칠 수 없다는 듯이 진지함과 바른 경청의 자세를 보인 북측 농민 대표의 소박한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 `아저씨` 박동근 후보원사

길을 지나거나 산행을 하다 마주친 사람들은 그가 누구이던 상관없이 보통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을 준다.
이번 금강산 산행에 함께한 북측 대표들도 산에서 만나면 모두가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다.
단 북측 인사들이 즐겨쓰는 짙은 선글라스 만 빼고.
그러나 그들 한명 한명이 모두 각계를 대표하는 막강한 사람들이다.

▶산행에서 만난 박동근 참사. 남쪽 강만길 교수의 글을 빠짐없이
보고있다고 한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기자가 산행에서 만난 박동근 (71세, 조국통일연구원 참사)씨.
평범한 외모에 연세가 지긋한 이분이 작년에 `후보원사` 칭호를 받은 분이다.
북에서 `원사`는 박사 보다 영예로운 명예 칭호이다.

박동근 후보원사는 지금도 "강만길 교수의 글을 빠짐없이 보고" 있다며, "남북간의 기본관계의 흐름에 종속적이기는 하지만 역사분야의 공동발굴과 조사에서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제가 가뭄으로 옮겨가자 "밭 작물은 관수체계가 안돼 물이 부족"이라며 걱정했으나 "수리화를 완전무결하게 해서 수백년대의 가물이지만 논은 모두 모내기를 했다"고 자랑했다. 고난의 행군기에 대해 내외의 어려운 여건을 들며 "몇년이 지나 그 환경에서 살아남았다"며 "기본은 우리 힘으로 자력갱생, 간고분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그림자` 조학선 기자

이번 대토론회에는 남측만이 아니라 북측에서도 많은 기자들이 나와 행사 취재에 여념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행사기간 전과정을 함께 한 사람이 있었다. 조학선(42세, 내나라 비데오 기사)씨가 그이다.

▶행사기간 내내 함께한 조학선 기자(왼쪽)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김형직 사범대를 나와 교직을 거쳐 내나라 비데오의 촬영반 소속으로 기사 경력은 5년째라고 한다. 그의 가족은 교직에 있는 부인과 아들, 딸이 하나씩 있다.

내나라 비데오는 북측의 공식 기록을 찍는 곳으로 국장과 연출가가 대토론회 북측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조학선 기자는 촬영 전담이며 편집은 다른 전문가가 하는데 함께 필름을 보며 의논해서 처리한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기자는 기자끼리 어울리게 마련인지 행사 기간 중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사람 중의 한 명인 그는 남측의 통일 정세 등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기자도 평소 북측 사람들에게 궁금한 것들을 무람없이 물을 수 있었다.

산행에서도 서로가 보이지 않으면 기다려주고 과자도 나눠 먹어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취재와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 그 시간이 짧아 아쉽기는 했지만 그림자처럼 함께 했던 그이다.

산행 후 김밥을 함께 나눠먹고 송별장에서도 함께 손을 맞잡았던 조학선씨.
가무잡잡한 얼굴에 약간 허스키한 조용한 목소리의 그는 기자가 가장 가까이서 만난 북측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 `놓친 물고기` 홍서헌 총장

금강산을 오르며 중절모 스타일의 밀짚모자에 어딘가 낯익은 사람이 눈에 띄었다. 주변에서 총장이라 불러 무슨 총장인지 궁금증이 발동했다. 다가가 낯이 익다고 인사를 건네자 "나만 보면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사람이 많다"고 웃음 짓는다.

▶산행 짬짬이 인터뷰에 응한 홍서헌 총장. 대토론회 결과에 매우 흡족
해 했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홍서헌(김책공업종합대학 총장)씨.
중국에 북경대학과 공과계통의 칭화대학이 있다면 북에는 김일성대학과 김책공대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서울대에 비견될 만한 공과대학이 없어 개념 잡기가 조금 힘들다. 포항공대가 있긴 하지만 북의 김책공대와 같은 레벨은 아니다.
총장 중에서도 센 총장을 만난 것이다.

홍서헌 총장은 김책공대는 평양 중구에 자리하고 있으며, 남측의 포항공대, 한양대 공대 등에서 교류의사를 전달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남쪽의 성균관대 총장이 "리조 성균관 600돌 행사를 기념해 고려성균관을 찾아와 만난 적이 있다"며 고려성균관의 역사는 1천년이라고 자랑했다.

▶산행 중에 다리쉼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홍서헌 총장 (좌측
두번째)과 박동근 후보원사(우측 두번째)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일행인 박동근 후보원사가 대토론회가 잘 진행됐다는 평에 대해 "아주 잘 진행됐다고 해야지"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홍 총장은 금강산 명 해설원 백순희씨의 안내를 충실히 따르며 해설에 귀를 기울이며 느긋한 산행을 즐겼다.

산행 짬짬이 질문을 던지는 기자에게 오르면서 이야기하면 힘들다며 천천히 하자고 하더니 마지막에는 산행 종착지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끝내 본격적인 인터뷰 기회를 놓치고 산행후 점심시간에도 만나지 못하고 말았다. 나중에 만난 홍 총장은 기자에게 "미안하게 됐다"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나즈막한 키에 안경과 모자가 평범하지만 왠지 어디에서나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인 그를 다음에 만나면 놓치지 않으리라.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