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국내에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있을 때 뉴스의 중심에 설 때가 많습니다. 별다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외교행사에도, 수행기자단은 일정량의 기사를 쏟아내야 하는 까닭입니다.

해외 순방 계기에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일한다'는 이미지를 등에 엎고 초연한 입장에서 국내 정쟁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불이 났을 때는 하던 싸움도 멈추고 모두 함께 물을 퍼 날라야 한다"는 17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그 말이 야당과 대다수 서민들에게 무게 있게 다가가지는 않은 듯 합니다.

"야당과 국민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물을 엄청 나르고 있다. 그런데 나르면 뭐 하나", "강만수 장관을 비롯한 현 정부의 경제팀이 물 날라서 끌만 하면 불을 내서, 연쇄방화범을 잡아야 물 나르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 아닌가"는 반박이 그것입니다.

이는 대통령 스스로가 초래한 것입니다. 대통령은 이날 여야를 초월하고 정쟁을 초월한 위치를 자임했지만, 그 자신이 가장 당파적인 발언과 행동과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애써 눈 감고 있습니다.

멀리 찾을 것도 없습니다. 종부세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유례없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 줌도 안 되는 '강부자'들에게 이미 거둬들인 세금 6,300억원을 돌려주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의견을 제출했던 이 정권이, 하루 살기 힘든 서민들에게는 전기세와 가스세, 수도세를 줄줄이 올린다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짓을 하면서 '모두 함께 물을 퍼날라야 한다'니요. 어쩌면 이렇게 낯 두꺼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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