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가 4일 실시된 대선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에 압승을 거둬 제44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의 당선은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고 해서 인종차별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때 미국의 대통령은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말도 있었던 만큼 여전히 세계적 차원에서 미 대통령의 역할이 큰 것도 현실이다. 그러기에 이번 대선은 미국내 못지않게 세계 각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우리는 오바마의 당선을 보면서 이는 매케인의 패배라기보다는 엄밀한 의미에서 부시의 패배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미국의 패배라고 규정짓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 매케인의 패인은 자명하다.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불리는 경제위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 경제위기를 몰고 왔고 이 경제위기는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그로부터 표출된 일방주의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다른 한편, 오바마의 승인 역시 명확하다. 오바마는 줄곧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고 이는 이라크전 반대와 경제위기 극복과 맞아떨어졌다. 미국민은 오바마의 변화를 받아들였다. 그 근저에는 부시가 이라크전을 일으키면서 보여준 일방주의가 미국을 고립시킨 점, 그리고 그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미국민의 난처함이 있었다. 이런 면에서 오바마의 승리는 미국의 ‘고립’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미국인의 반란이라고 할만하다.

좋든 싫든 미국은 1945년 우리 민족의 해방과 분단 이후 지금까지 단순한 제3자가 아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 군림해왔다. 어느 땐 남측을 제치고 북측과 함께 한반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도 했다. 우리가 오바마의 당선에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늘 그래왔듯이 그의 당선은 한반도 정세, 특히 북미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오바마가 강조한 변화의 의미와 그 확산이다. 우리는 오바마가 주장해 온 변화가 미국내만이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도 작지않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판단한다. 아울러 그 변화가 한반도 정세와 우리 민족의 명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어느 면에서는 오바마 시대의 북미관계가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00년, 보다 정확하게는 클린턴 행정부 말기 북미공동코뮈니케가 채택되던 때로 돌아갈 수도 있다. 당시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방북을 했었고 이어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도 예견되던 때였다. 현재가 8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겠지만 북미관계가 급물살을 탈 수 있는 근거와 조건은 된다. 먼저, 부시 행정부 말기에 와서 북미관계와 6자회담이 다소 고착상태이기는 하지만 순조로운 고착상태라 할만하다. 무엇보다도 지난 10월 11일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었고, 핵폐기 2단계를 마치고 3단계로 넘어갈 안정적 기반에 서 있다. 여기에다, 오바마는 선거기간 중 대북정책과 관련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간 직접대화를 밝혔다. 더 나아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및 수교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

북미관계가 풀린다는 것은 한반도 정세가 안정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명박 정부의 스텐스가 불안하다. 이명박 정부는 부시 행정부와 코드를 맞춰온 만큼 새로운 오바마 행정부와는 엇박자를 낼 수도 있다. 한미동맹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북미관계가 밀착될수록 한미동맹에는 균열이 나기 마련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무대책으로 있다면 남북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 오바마의 변화는 북미관계를 급속도로 변화시킬 기세다. 이에 맞춰 남북관계도 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부터 변해야 한다. 미국이 변하고 북미관계가 변화 발전할 것이 뻔한 마당에 이명박 정부가 예전처럼 부동(不動)한다면 속된 말로 왕따를 당하고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릴없이 변하기에 앞서 조금이라도 먼저 변할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