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현지시간 1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북한이 불능화 재개를 밝히면서, '대북화해협력정책의 적자'를 자처하는 민주당(대표 정세균)이 현 정권을 향해 파상공세에 나섰다.

먼저, 13일 최고위원회의 명의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조치를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 3000이라는 국제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폐기하고 6.15, 10.4 정상회담 승계를 통한 구체적 이행방안을 위한 남북간 논의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논의'의 방향으로는 "이산가족 상봉재개와 개성공단 사업의 차질없는 추진, 그리고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당국자간 회담이 시급히 필요함을 강조한다"면서 "한러정상간 합의한 시베리아천연개스 파이프라인 설치 등 후속조치를 위해서도 남북간 당국자회담은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은 교착된 남북간 당국자간 회담 중재를 위해 정세균대표가 평양방문의 용의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고 상기하면서 "민주당은 남북당국자 회담 재개를 통해 남북화해협력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시 한번 밝혀두는 바"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이념논쟁 중단하라"

정세균 대표도 거들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에서) 테러지원국 해제조치에 대한 환영 말씀을 드렸는데 이 기회가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비핵개방 3000이라는 비현실적이고 전혀 시의적절치 않는 대북강경기조를 전환활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대북기조 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꾸고 남북 공영 화해 협력의 길로 나갈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또 금융위기 국면에서 이 정권이 취해야할 정책과 관련해 "국민갈등을 조장하는 이념논쟁을 중단하"고 "공안 탄압과 보복사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언론 장악시도를 그만두고 YTN 언론 학살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등의 대승적 결단"과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사회통합적 경제를 운영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최재성 대변인도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개최한 현안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가 이뤄진 시점에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때"이며 "앞서서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북.미협상 국면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했"으며 "테러지원국 해제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는 그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남북관계는 우리민족의 가늠하는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권이 어느 정권으로 바뀌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정부가 남북관계만큼은 제 역할을 해야 민족의 운명이 그르쳐지지 않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의 정책적 기조를 바꾸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최 대변인은 "제발 이 중요한 남북문제에 있어서 역할을 찾기 바란다. 더 이상 이정부 고집 때문에 남북문제가 엉키거나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찾아볼 수 없다면 우리의 장래는 불행해지는 것이다"라고 거듭 쏘아부쳤다.

민노 "6.15 10.4선언 인정" vs 선진 "북 테러지원국 해제, 매우 유감"

'진보' 정당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테러지원국 해제'를 언급하면서 "북미관계는 개선되고 있는 반면 남북관계는 어느 때보다 경색돼 있다"고 진단하고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추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북정책을 모두 뒤집어버렸다. 어렵게 구축한 신뢰관계를 모두 깨버렸다"고 추궁했다.

강 대표는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남북관계 정상화에 나서야" 하며 "남북대화를 다시 시작하고, 금강산 관광도 재개해야 한다"고 현 정권을 향해 촉구했다. 특히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인정하고 실천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못박았다.

반면,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두 정당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12일 "이번 조치는 사실 북한이 역행할 뻔 했던 2단계 조치를 마무리하고, 3단계의 전향적인 조치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결단이었다"며 조심스런 환영입장을 밝혔으나, 13일에는 조윤선 대변인이 '철저한 검증'을 강조하는 등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 자유선진당은 13일 이회창 총재가 직접 나서 "원래 테러지원국 지정이 우리 KAL기 폭파 사건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북측이 아무런 사과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 정부나 국민에 대해 어떠한 양해나 위로의 표명도 없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 조치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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