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10.4선언' 1돌에 즈음해 특집기사와 주요 인사 인터뷰 등을 통해 그간 남북관계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진단한다./편집자주

▲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10.4선언 발표 1주년을 맞아, "갑갑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10.4선언은 이미 협의는 끝난 것이다.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이냐의 문제이다."

지난해 10월 4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주무장관이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10.4선언 이행에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단호한 어조로 이 같이 말했다.

장관직을 마치고 성공회대 교수로 다시 교단에 선 이 전 장관은 29일 10.4선언 발표 1돌을 맞아 한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그의 화법과 같이 자극적이거나 정치적인 표현을 최대한 삼가면서 '모범답안'처럼 들리는 말들을 풀어놨지만,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일순간 허물어진 것에 낙담한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10.4선언이 이행되지 않고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정부.여당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것에 대해선 할 말이 많은 눈치였다.

이 전 장관은 현 정부가 북측과의 추후협의를 통해 10.4선언 실행의 우선순위와 실행여부를 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 문제야 말로, 우리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 계획이라는 것은 우리 정부에 달린 것이지 협의 자체에 달려 있지 않다"고 정부의 의지가 관건임을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정부.여당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재정 부담'의 문제도 크지 않다고 반박하면서, 대부분의 사업들이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말했다.

그는 "본래 우리가 계획할 때도 가령 국제금융에서 부담하는 개발기금이 일정 들어와야 된다는 생각이었고, 민간투자가 상당한 부분은 차지해야 된다는 것이었기에 실제로 정부의 재정 부담이라는 것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었지 정부 부담만으로 하자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고 설명하면서 "대부분이 투자의 개념이다. 이 문제야 말로 국민들에게 올바로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 10.4선언이 '재정부담'을 이유로 정부.여당으로부터 공격 받는 것에 이 전 장관은 할 말이 많았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10.4선언은 '통일시대를 열어갈 고속도로'라고 표현한 이 전 장관은 10.4선언 발표 1돌을 맞는 소감을 묻자 "갑갑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참여정부의 '평화.경제 선순환론'을 역설하면서 "남북대화의 여러 가지 틀들을 제도화하고 체계화 할 필요로 총리회담을 비롯한 장관급 회담들과 차관급 회담 등을 조직화 했는데, 이런 것들이 다 중단상태에 있다 보니까 갑갑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10.4 정상회담 당시를 회고하면서, 북측이 가장 관심이 가졌던 부분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이었다고 했다.

그는 "북측에서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이 미국 대통령이 북에 대한 또는 한반도에 대한 기본정책의 진위가 어떤 것이냐는 것이다. 회담장에서 상당히 심도 있게 논의가 됐다"면서 "특히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의 종전선언에 관한 문제나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의제에 관해서 이야기한 것이 북쪽에서는 대단히 큰 관심사 중의 하나였다"고 전했다.

향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의 해결방향에 대해선 "금강산 문제만으로 풀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전체적인 측면에서 당국 간의 대화를 풀 수 있는 명분을 북쪽에 만들어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남북대화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정말 지난 60년간 분단의 역사에서 처음 열렸던 2000년 6.15공동선언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뤄낸 10.4정상선언의 역사적 가치와 개념을 인정을 하고 그 바탕 위에 북과의 대화의 길을 열어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때 몸담았던 통일부에 대해서는 "통일부는 평화와 통일에 대해서는 국민들 앞에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부처"라며 "통일부가 단호하게 새로운 방향과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 주지 못하면 어떤 부처도 감당해 나갈 수 없다"고 조언했다.

1994년부터 성공회대학교 총장을 지낸 뒤 2000년 16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본격 정치계에 입문, 8년 만에 '정치외도'를 끝내고 제 자리로 돌아온 이 전 장관. 내년 8월이면 정년이 되는 그는 현재 보제(溥齊)이상설기념사업회 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다음은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어떻게 민족적 이해로 확대시켜 나갈지를 새로운 숙제로 삼고 있다'는 이 전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10.4 1주년, "갑갑하고 안타깝다"

▲ 이재정 전 장관은 8년만의 '정치외도'를 끝내고 교단으로 다시 돌아왔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통일뉴스 : 학교로 돌아와서 여건이 많이 바뀌었을 텐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 정치권에 들어가서 꼭 8년 만에 돌아왔는데, 긴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분이다. 여기 와서 직접 학생들을 대하고 보니까,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관심 또는 정치에 대한 기대 이런 것이 너무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놀라기도 한다. 정치에 무관심이라고 하는 것이 결국 정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을 만들 수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는데. 국민들 속에 정치에 대한 보다 더 정확하고 강력한 비판의식이 있다면 정치가 그것을 바탕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텐데.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에 대한 것은 거의 무관심 일변도인 것 같아서 퍽 안타깝다고 느꼈다.

□ 장관 재임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나, 잘된 것 아쉬운 것이 있다면?

■ 벌써 그만둔 지가 7개월이다. 사실 7개월이란 게 긴 기간은 아닌데 돌이켜 보면 여러 가지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변화가 많았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이 역시 나는 철도시험 운행할 할 때의 감격 그리고 정기운행을 하게 되면서 '아! 통일이라는 것이 이뤄진다면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가졌었고. 제일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금강산 지역에 실제로 기업 차원에서 금강산을 관리해 왔기 때문에 이것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해 나가기 위해서 금강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남북 간에 합의해 놓고 그것을 미처 완료하지 못한 채 정부를 떠나게 되서 그게 참 안타까운 일중에 하나였다. 만일 금강산관리위원회가 당국 간에 관리하는 그런 기관으로 설정이 됐었다면 금강산문제도 좀 더 효율적으로 다루고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 10.4선언 1주년 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준비하고 있는 기념행사를 간단히 소개해 달라.

■ 이번 10.4정상선언 1주년 기념행사는 남북관계가 현재 단절돼 있다 싶은 상황에서 크게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해서, 소박하고 견실하게 준비하기로 합의를 하고 10월 1일 저녁에 만찬 기념모임이 있는데 이 모임에서는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이 노무현 대통령께서 10.4정상선언의 1주년 돌이켜 보면서 남북관계 전반에 관한 말씀을 하시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몇몇 분들이 축사도 하고, 몇몇 분들이 건배사를 통해서 소회도 밝히고 축하공연도 작지만 마련돼 있다.

□ 오늘 아침 통일부가 이 행사에 장관이 축사를 요청받았지만 차관이 참석하기로 발표했다.

■ 아직 내용을 모르겠다.

□ 10.4정상선언 발표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서 주역을 맡았는데, 1주년을 맞는 소감은?

■ 글쎄 좀 갑갑하다. 작년에 정상회담을 하면서 남북 간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 평화와 경제를 어떻게 선순환적으로 엮어서 이것을 달성해 가느냐가 하나의 큰 목표였고, 또 하나는 그동안 긴장과 대결로 치달았던 현장들을 가능한 한 남북 간에 협력하고 평화로 만들어갈 수 있는 그런 안정적인 지역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점과 이런 일들을 위해서 남북대화의 여러 가지 틀들을 제도화하고 체계화 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 해서 총리회담을 비롯한 장관급 회담들과 차관급 회담 등등을 조직화 했는데 이런 것들이 다 중단상태 있다 보니까 저희로서는 갑갑하고 안타깝고 그렇다.

□ 그 당시 정권말기 기간으로 보자면, 정상회담이 상당히 전격적 추진된 것 아니냐 평가가 많다. 쉽지 않은 정상회담이 마지막에 추진되게 된 배경이 있다면.

■ 정상회담은 노 대통령 임기 중에 참여정부의 출발서부터 원칙이 언제 어디서든지 조건 없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었기 때문에 급작이 이뤄졌다기보다는 때가 돼서 이뤄졌다고 본다. 정부로서도 원칙적으로 1차 정상회담 때 다음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합의사항을 지켜야 하는 관점에서 정상회담이 진행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은 적절하게 됐는데.

북쪽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상회담이 이뤄진 배경을 설명하기를 제일 중요 한 것으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정세가 아주 호전됐을 뿐만 아니라 남북 간 대화를 통한 남북신뢰 관계가 상당히 진척이 됐다는 관점에서 북이 정상회담을 수락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정상회담이 그럴만한 분위기 성숙, 여건이 이뤄졌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10.4선언, 통일시대 열어갈 고속도로"

▲ 이재정 전 장관은 10.4선언을 '통일시대를 열어갈 고속도로'라고 표현했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10.4선언에 여러 가지 항목들과 내용들이 광범하게 포괄돼 있는데, 장관께서 특별히 의미를 부각시키고 싶은데 생각보다 관심이 덜 기울여지고 있는 것이 있다면?

■ 10.4정상선언이 첫 번째 했던,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열렸던 2000년 6월 정상회담과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원론적으로 6.15정상선언이 기본적인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이정표를 만들었다고 하면,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열렸던 정상회담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통일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구체적 고속도로를 만들어가겠느냐 하는 큰 발전이고 변화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평화체제를 한반도에 구축하고,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을 위해서 남북이 협력해서 관련 당사국들을 한반도에 초청해서 한반도 내에서 그런 회담을 가짐으로써 성사시켜 나간다는 것은 진일보한 합의였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까,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설치라고 하는 것인데, 서해상이라는 것이 늘 우발적으로 군사적 충돌이 가능한 곳이 아닌가? 육상에는 휴전선이 있고 비무장지대가 있기 때문에 군사적 우발충돌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데 해상에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서해지역을 어떻게 평화협력지대로 만드냐는 것은 정말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었고, 이것을 합의하는데 상당히 긴 시간을 정상회담 과정에서 보냈다. 그래서 우리로서도 굉장히 역점을 두고, 북으로서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마침내 합의를 했고, 실무회담까지 했었는데 이점이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 아닌가?

우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가장 중요한 것이 해주공단을 만든 것이고 해주항의 문호를 여는 것이고, 그리고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어서 어민들의 이익을 양측에 평화롭게 해 나간다는 것이고, 바다목장 같은 것을 만들어서 어족을 보호하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역시, 서해지역 전체를 어떻게 양측이 군사적으로 충돌하지 않고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지역으로 하느냐, 관할하고 관리하는 방법까지도 바꾸자는 것이어서 대단히 중요한 사업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조선산업단지와 철도도로에 대한 문제인데, 조선산업단지를 개발한다는 것은 사실상 남북 간에 보다 더 넓은 틀에서 이제는 경제협력단계를 넘어서 경제투자를 해서 공동이익을 가져 갈 수 있는 것으로 발전하자는 계획이었는데, 이와 함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이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만들고 철도를 다시 개보수를 해서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은 앞으로 대륙 간의 철도연결이나 물류라는 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사업이었다고 판단한다. 이런 것이 남북정상선언에 담겨진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총리회담에서 논의되고 결정된 것이지만, 남북 간에 경제협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3통문제였는데 3통문제가 원칙적으로 합의가 되고 진전을 못 본 것은 안타까운 문제다.

北 최대 관심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진의

▲ 이재정 전 장관은 장관직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자극적이고 정치적인 말을 삼간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거야 말로 남북정상이 만났기에 가능했던 것이구나 하고 느낀 것이 있다면?

■ 그것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이 북측의 주장은 6.15정상선언과 두 번째 맞이한 정상회담과의 연계의 원칙이었다. 북측에서는 아주 강력하게 요청한 것이 6.15정신에 의해서 남북 간에 주도적으로 평화를 만들어가는 그런 노력을 하자는 것이 중심의 내용이었고, 그 점에 대해선 우리도 전폭적 찬성하고 받아들였던 것이고.

북측에서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이 미국 대통령이 북에 대한 또는 한반도에 대한 기본정책의 진의가 어떤 것이냐는 것이다. 회담장에서 상당히 심도 있게 논의가 됐는데, 역시 정상 간에 만나지 않으면 논의를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미국 정상을 우리 대통령께서도 정상회담에서 몇 차례 만나서 논의를 했고, 특히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의 종전선언에 관한 문제나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의제에 관해서 이야기한 것이 북쪽에서는 대단히 큰 관심사 중의 하나였다.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했고, 그 결과가 남북이 협력해서 한반도 내에서 관련국들과 함께 회담을 함으로써 여기에서 종전과 평화체제를 만들어가자는 합의를 이뤄낸 것은 정상간 만남이 없으면 이뤄질 수 없는 것이었다.

□ 3자 또는 4자 정상의 종전선언은 북측이 제의했나? 어떤 의미가 있나?

■ 구체적으로는 북측이 제의한 하나의 제안이었는데 3, 4자라는 것이 생각해 보면, 회의석상에서도 합리적 제안 아니겠냐 했는데, 종전이라는 문제를 논의할 때와 평화체제를 논의할 때와 역시 다른 판단도 있을 수 있고, 그 구성이 3자냐 4자냐에 따라서 조합이 여러 가지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의제에 따른 참여국들을 유연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그럼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문제를 남북이 주도해, 주관해 나간다고 하는 중요한 의제의 합의였다. 본래 이 문제는 우리도 종전과 평화체제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의제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남북 간에 공통토의를 통해 합의로 한 것이지만, 대단히 중요한 합의였다고 생각한다.

□ 당시 노 대통령에게 하루 더 묵어가라는 것에 대해 논란도 있었다.

■ 그 문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식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하나의 호의로 제안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우리도 친척이 방문해 오면 '하루 더 묵어 가시죠' 하는 얘기고 늘 할 수 있는 얘기였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도 이것이 국가와 국가 간의 정상회담이 아니고 한 집안에서 만나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만나자는 의견이 있었고, 그런 관점에서 좀 격식 없이, 하루 더 만나서 이야기 하고 깊이 있는 얘기도 나누고 음식도 나눠먹고, 오래간만에 만났으니까. 또 두 분은 처음 만났으니까 좀 더 얘기를 나누면 좋지 않겠느냐 하는 호의적인 제의였다고 본다.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로는 하루 더 있었으면 좋겠다 했지만, 그것은 결정되지 않았다.

□ 석유문제도 논의됐다고 발표했는데.

■ 합의된 사항 이외에는 특별하게 발표할 것이 없다. 그 문제는 주요의제는 아니었다.

"이미 협의는 끝난 것... 실천의 문제"

▲ 인터뷰는 이재정 전 장관이 교수로 있는 성공회대학교 교수연구실에서 진행됐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현 정부는 10.4선언을 이행하는데서 재정 부담이 크다, 모든 것을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나서 협의를 해서 실행의 우선순위, 실행여부를 협의하자는 입장인 것 같다.

■ 이 문제야말로 우리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 계획이라는 것이 우리 정부에 달린 것이지 협의 자체에 달려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협의는 끝난 것이다.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이냐의 문제이다.

재정 부담이라는 것을 일방적으로 그렇게 얘기할 것이 아니고, 본래 우리가 계획할 때도 가령 국제금융에서 부담하는 개발기금이 일정 들어와야 된다는 생각이었고, 민간투자가 상당한 부분은 차지해야 된다는 것이었기에 실제로 정부의 재정 부담이라는 것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었지 정부부담만으로 하자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이렇게 비판적으로 얘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정부의 재정부담은 적은 것이다.

두 번째로, 과연 이것을 비용으로 볼 것이냐 투자로 볼 것이냐? 이런 관점에서 대부분이 투자의 개념이다. 가령 고속도로 놓거나 철도를 놓는 것도 투자의 개념이었고, 조선산업단지나 해주공단을 만드는 것도 투자의 개념이고, 더 나아가서 서해평화특별지대를 만드는 것도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지, 그것을 단순한 비용으로만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더구나 조선산업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조선산업계에서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기에 전체적으로 민자로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SOC 투자 같은 경우는 국제개발기금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우리 경비라는 것은 비교적 상당히 적게 들어가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 문제야말로 국민들에게 올바로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

□ 전직 장관으로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 새 정부가 역시 대북정책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가지고 새로운 대화의 길을 열어가겠다는 의지는 일찍부터 읽을 수 있었다. 통일부를 없애겠다는 얘기부터가 대화의 방법을 과거와 다르게 해 나가겠다는 것과 함께 통일정책을 수정하겠는 뜻이 아니었다하고 정부를 떠나기 전부터 이해를 했지만, 이 문제는 신중하게 과연 그것을 북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제안을 했으면 좋지 않았겠나?

특별히 우리가 염두에 둘 일은 남북관계라는 것이 상대를 두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존중과 상대에 대한 대화 상대로서의 이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데 정부가 이점을 소홀히 한 것 아닌가? 결과적으로 남북대화가 장기간 경색국면에 와 있는데, 앞으로도 이 문제만큼은 정부가 과감하게 대화의 길로 들어가야 하지 않겠나? 그러려면 '대화하자, 하자' 이런 것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여건 또는 명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현 정부에서 흔히 지적하기를 이전 두 정부에서 남북관계에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막지 못하고 북측의 개혁개방을 이끌지 못했다고 하고,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옷을 벗기려다가 스스로 벗었다고 평가하는데.

■ 일일이 지금 정부에 대해서 평가하고 비판할 뜻은 없고. 다만, 10년간 소중한 남북 간 대화의 성과는 이 역사에 영원히 남아있는 것이 될 것이고, 결국 대화의 결실들이 앞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하나의 기본이 될 것이다.

다만, 이 정부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국민이 혼란스럽게 생각하는 것처럼 정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뭔가? 정말 대화로서 문제를 풀어가려고 하는 것인가? 정말 경제발전을 이야기하면서 경제성장 동력을 북에서, 남북협력에서 찾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인가? 이제까지 남북대화의 결실에 대해서 정말 어떤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 어쨌든 현 정부에서는 핵 실험을 막지 못했다는 것과 개혁개방을 시키지 못했다는 것인 것 같다.

■ 핵 실험을 막지 못했다는 얘기를 그렇게 붙이면 핵 실험이 왜 나왔냐는 국제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핵 문제라는 것이 벌써 20년 가까이 된 이야기 아닌가? 어느 날 문득 떨어진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북도 분명히 얘기하지만, 북미 간의 관계에서 미국의 적대적 관계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핵 문제가 해결하기 어렵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핵 문제라고 하는 것을 북미관계 속에서 나온 하나의 결과물로 본다고 하면 오히려 남북대화는 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조를 한 것이지, 핵 실험을 하는데 남북대화가 기여했다는 것은 잘못된 평가이고 잘못된 판단이다.

"통일부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 못하면 어떤 부처도 감당 못 해"

▲ 지난해 10.4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대면한 이재정 전 장관은 당시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새 정부 들어서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이 일어나서 남북관계가 정체돼 있는 것 같다. 풀어가기 위한 해법을 제언한다면?

■ 금강산 문제는 금강산 문제로서 풀어지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까지 와 있는 것 같고, 전체적인 측면에서 남북대화를, 당국 간의 대화를 풀 수 있는 명분을 북쪽에 만들어 주고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먼저 남북대화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정말 지난 60년간 분단의 역사에서 처음 열렸던 2000년 6.15공동선언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뤄낸 10.4정상선언의 역사적 가치와 개념을 인정을 하고 그 바탕 위에 북과의 대화의 길을 열어나가야 되지 않을까? 이것을 열지 않는 한 금강산 문제를 풀기가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대대적 보도됐다.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보기도 했는데.

■ 대개 언론들은 2000년도 정상회담 때 직접 만났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과 7년이 지난 이후, 다시 말하면 50대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0대 중반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교하니까 사람이 좀 나이가 들은 것으로 보이고,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저는 당시에 회담에서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지 않았고, 지금도 사실은 우리가 제대로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언론이 여러 가지 유추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너무 지나치게 과대해서 추측을 하거나 하는 것은 남북관계에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서로 많이 영향을 주는데, 현 정부에 대해서 6자회담과 북.미관계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지 제언을 한다면?

■ 결국 우리 정부로서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북.미 간의 합의사항, 6자에서의 합의사항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입장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 편에 선다는 것이 아니고, 한반도 평화라는 긴 과제를 위해서 북미 간의 합의사항과 6자간의 합의사항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북도 얘기하고 미국도 얘기하는 것처럼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정했기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의해서 합의된 것들을 하나하나 지켜나갈 수 있도록 6자 속에서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북측과 오래 상대해 왔는데, 현 상황에 대해서 북측에 해 주고 싶은 말은?

■ 북측은 금년 초에 발표한 것이 2012년까지 경제개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가경제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고 개혁하겠다고 의지를 밝히고 있는데, 그런 측면이라면 북은 북.미관계의 개선과 6자회담의 합의사항을 실천해 나간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북.미관계 개선이 앞으로 국제관계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고, 북이 원하는 경제개발을 이뤄나가려면 이 관계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결국 목표하는 바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다. 북은 과감하게 북.미 간의 대화를 이어가면서 6자회담의 합의사항을 지켜가야 될 것이고, 미국은 합의된 내용을 합의된 내용대로 충실하게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현 시점은 미국의 대선정국에 맞물려서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왜곡되거나 또는 미국이 이런 모든 문제를 이행해 나가는데 어려운 걸림돌이 많이 나타나는 것 아닌가?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과 대선정국 맞물려서 미국의 네오콘들이 들고 나서서 미국도 똑같이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왜 미국이 끌려 다니느냐? 미국이 주도적 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비판들도 네오콘들 속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미국도 미국이 가지고 있는 공화당의 외교활동들이 막 하나의 한반도에서 성공적 사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기회를 놓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재임 당시 '남북문제, 통일문제에 적극적이다, 오히려 국민보다 앞장서는 것 아니냐' 등 이 전장관께 남남갈등의 용어가 많이 쓰였는데, 지금 정부는 보수진영의 입장을 많이 반영해서, 또 다른 갈등의 소지들이 있는 것 같다. 국민과 함께하는 통일은 어떻게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내년 정년퇴임을 앞둔 이 전 장관은 현재 보제이상설기념사업회 회장으로 있기도 하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통일부는 다른 부처와 호흡을 같이 하면서 어떤 문제든 함께 조율해 나가면서 업무를 해 나가지 단독적으로 한 부처가 독선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통일부가 국민들에게 충분히 납득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그리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재임기간동안 세 가지 역점을 뒀다. 하나는 평화교육이라는 것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그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역점을 뒀었고, 국민 참여가 없는 통일론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참여를 넓히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강구했었고. 세 번째는 역시 통일문제라는 것은 남북 간에 합의된 논의의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데, 제가 노력했던 것이 남북 간의 대화의 틀을 체계화하고 조직화하고 정례화하고 하는 노력을 했었는데, 일정정도 그런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일정책, 국민들이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통일시대, 이런 점에서는 정부도 역점을 두고 해 나가야할 것이다.

□ 통일부에서 최근 발간한 공식적 책자들이 보수화되고, 심지어 통일부의 근현대사 역사교과서에 대한 의견개진도 남북문제에서 후퇴하는 조짐이 보이는데.

■ 통일부는 평화와 통일에 대해서는 국민들 앞에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부처이다. 통일부가 단호하게 새로운 방향과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 주지 못하면 어떤 부처도 감당해 나갈 수 없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꿈과 가야할 길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요즘에 어떻게 하는지는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직접 평가 하기는 좀 어렵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전체적으로 남북문제가 경색된 국면이 오래간다는 것이 한국경제나 한반도의 미래에서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남북대화가 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당분간은 학교에 있나?

■ 그렇다.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때까지 가르치고, 내년 8월이면 정년이 되기 때문에 그때가 되면 다른 계획을 세워보고자 한다.

□ 강의 외에 대외적으로 하는 일은?

■ 독립운동을 하셨던 보제이상설기념사업회 회장으로 있다. 와서 활동한지 2-3년 됐는데, 보제이상설기념사업회의의 일을 하면서 보니까,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이라는 것을 기념하는 행사가 단체들에 의해서 돌아가신 날을 기념하거나 이런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 그 분들의 정신을 어떻게 민족적인 이해로 확대시켜 나갈 수 있을까가 하나의 숙제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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