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전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이 정부를 대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대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현재 국내 언론들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렇지만 아직까지 확인된 내용은 없으며, 정부로서는 깊은 관심을 갖고 상황을 주시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하룻만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이상설에 대해 ‘신중 모드’로 돌아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오후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월 14일 이후 순환기 계통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았고 현재 호전된 상태라며 ‘뇌졸중 또는 뇌일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신관 제2브리핑룸에서 정부를 대표해 기자들 앞에 선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아직까지 확인된 내용은 없”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현재 예를 들어서 기자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다음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김호년 대변인은 “관련된 첩보에 대해서 일부 우리가 입수해서 파악 중에 있다는 점은 어제 장관님께서도 확인”했다고 말해 국정원의 정보보고가 ‘첩보’수준이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전날 국회 정보위 한나라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김정일의 건강과 관련, 국정원은 최근 김정일이 ‘순환기’ 계통에 이상이 발생해 치료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 이에 대한 정밀 검증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며 “지금은 집중적으로 치료를 해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는 첩보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까지 첩보 수준이며 검증작업이 끝나지 않은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첩보와 정보는 엄연히 개념이 다른 것으로 첩보는 단편적으로 수집된 초기 정보로서 사실관계 확인과 분석을 거쳐야 비로소 정보가 될 수 있는 것.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같은 중대한 첩보의 경우 더욱 신중한 사실관계 확인과 정밀한 분석과정을 거쳐야 정보로서 가치가 있고, 대외적 공개가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9일 김성호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밝힌 ‘첩보’ 수준의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이 언론의 머릿기사를 대문짝만하게 장식한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하루뒤 김호년 대변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월 10일 시리아 대통령한테 생일축전을 발송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북한 내에 군사동향을 포함해서 특이한 동향이 없다”고 애써 ‘신중 모드’로의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측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모두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도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신중한 입장에 서 있다.

따라서 한국 국정원발 ‘수술후 회복중’이라는 첩보가 전부인 상황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 한 소식통은 “국정원에서 신뢰할만한 첩보 수준이라고 판단해 국회에 보고한 것 아니겠느냐”며 “그러나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인만큼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의 한 소식통은 “금강산 사건 당시 대북 정보가 전무하다고 비판받은 국정원이 정보력을 과시하기 위해 섣부르게 확인되지 않은 첩보를 흘린 것”이라며 “큰 문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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