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기 사건을 다룬 소설 『배후』(창해, 2003)의 작가와 출판사 대표가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의 명예훼손 고소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9일 오후 2시 서울형사지법 526호 법정에서 형사11단독 최병률 판사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2년을 구형받은 서현우 작가와 전형배 창해 대표에게 고소인들의 명예훼손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민사소송에서도 승소한 바 있다.

재판장은 국정원발전위의 재조사 결과 기존 수사결과가 맞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언론에서 많이 다뤄진 내용을 소설로 재구성했다면, 실화소설이라 하더라도 독자 입장에서 소설로 인식하고 읽는다는 점 △국가기관이 수사결과를 발표했더라도 민간차원에서 의혹이 제기됐을 때 의혹을 해소해줄 의무가 있는데 그것을 방기했다는 점 △사건 직후부터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고 안기부가 스스로 재조사를 천명했다는 점 △소설 『배후』에서 의혹이 제기된 것이 아니고 기존의 의혹제기를 소설 배후가 종합하여 진상규명 촉구라는 공적 차원에서 문제제기 한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1987년 11월 29일 미얀마 안다만 해상 상공에서 사라진 KAL858기 사건을 소재로 한 ‘실화소설’ 『배후』가 출간되자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은 작가와 출판사 대표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 민사소송에서 기각 패소당했으며, 5년 만에 형사소송에서도 패소한 것.

서현우 작가는 “사필귀정이다”며 “KAL858가족회가 청구했던 수사기록 청구소송에서 5년만에 승소했고, 노다 미네오 선생의 『파괴공작』 가처분신청 기각, 『배후』 민사소송 승소, 이번 형사소송까지 무죄를 받았다는 것은 사법부가 우리에게 정당성을 확인해줬다는 것이다”고 평가하고 “제기된 의혹은 여전히 유효하고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형배 대표는 “당연지사다. 재판부가 의미있는 결정을 내렸다”고 평하고 “공안정국 상황을 우려했는데 판결이 전향적으로 이뤄져 다행이고 공안정국을 타파하는 실마리가 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변호를 담당했던 심재환 변호사는 “이런 소설을 얼마든지 낼 수 있고 국가기관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재판장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설시했다”고 전하고 “명예훼손에 관한 법리가 특이했던 사안이라 내심 걱정도 많이 했는데 사실관계를 정확히 꿰뚫어 본 것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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