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주미 한국대사관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신동아> 9월호에 실린 기사 내용을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대사관 홍보과는 워싱턴 주재 특파원들에게 이 보도참고자료를 돌렸고, 외교통상부도 20일 이 자료를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했다.
<신동아>는 <MB정부, 2006년 ‘백성학 스파이 사건’ 재규명 나섰다>는 제목의 단독취재 기사 중 ‘한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지명위원회의 독도표기 문제를 해결한 장본인이 바로 ‘백성학 스파이 사건’의 배후로 거론되고 있는 리처드 P. 롤리스 미국방부장관 특별보좌관이라고 보도했다.
“7월29일 부시 미국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자유무역협정 관련 행사장에서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를 우연히 만나, 이 대사가 미국 지명위원회의 독도 표기를 ‘주권미지정’에서 ‘한국령(領)’으로 원상회복시켜 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수락한 일이 있다. 이에 따라 독도 문제가 해결됐다. 이번 독도 표기 변경과 관련해 한국 측에 ‘부시 대통령을 직접 만나 해결하라’고 제안해 실무적으로 성사시켜준 사람이 롤리스 특보였다. 이 대사와 롤리스 특보는 오랜 친분이 있다. 이 대사가 롤리스 특보의 국방부 부차관보 퇴임 1주년 모임을 열었는데, 그 무렵 롤리스 특보가 이런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 한국 대사가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을 우연히 만나게 되어 그 자리에서 영토 문제와 관련된 중요한 외교 현안을 해결했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그렇게 발표되도록 한 것일 뿐이고 실제로는 시나리오에 대한 사전 협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대통령과 대사가 우연히 만나 즉석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설정 자체를 롤리스 특보가 기획하여 한국 측에 아이디어를 내 성사시킨 것이다.”
이 기사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시점에 갑자기 미국발 독도문제가 불거졌다가 슬그머니 없던 일이 돼버린 석연찮았던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 내막의 일단을 보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즉각적인 반박으로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 허만섭 기자는 21일 <통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주미대사관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사 내용에 대해 “사실로 확신한다”고 재확인했다.
롤리스는 누구?

롤리스는 1946년생으로 아내가 한국계이며,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1972년 CIA(중앙정보국)에 ‘입사’해 한국에서도 근무했으며, 1981-87년 사이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외교관 신분을 위장한 ‘화이트’ 요원으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아 2007. 8 참조)
CIA를 퇴직한 롤리스는 1987년 ‘유에스아시아 커머셜 디벨롭먼트 코포레이션’(유에스아시아)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는데, 바로 ‘백성학 미국간첩 사건’이 한창일 당시인 2006년 10월에도 이 유에스아시아 한국사무소의 등기상의 대표도 맡고 있었다.
문제는 ‘미국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백성학 경인방송 대주주가 수집한 첩보가 유에스아시아 한국사무소에서 번역돼 롤리스 당시 국방부 부차관보에게 보고됐다는 것이 2006년 10월 신현덕 전 경인TV 공동대표의 국회청문회장 폭로 이후 밝혀졌고, 지금은 법정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시사저널 891호 참조)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롤리스는 CIA를 퇴직한 것이 아니라 유에스아시아를 통해 지속적인 정보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 된다.
롤리스는 한국의 정권 교체기인 2002년 10월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로 공직에 들어서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 회의와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의 미국측 수석대표를 맡아 한미관계의 대형 이슈들을 다뤘다.
이라크 파병을 시작으로 용산기지 이전을 포함한 주한미군 재배치, 전략적 유연성,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 등 숱한 마찰음을 내며 미국의 이해관계를 관철시켰고, 이 과정에서 정동영 당시 NSC 상임위원장이자 통일부 장관에게 이종석 당시 NSC 사무차장을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7년 7월 퇴임까지 참여정부 시기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신임 하에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으며, 6자회담 미국측 국방부 대표로도 활약했다. 럼스펠드 장관의 퇴장과 맞물려 국방부를 떠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됐던 그는 다시 이례적으로 후임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이번 <신동아>의 보도로 '미국판 독도문제'의 전말이 도마에 오르고 있으며, 미국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는 ‘백성학 사건’도 다시 한번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백성학 사건’은 지난 14일 <오마이뉴스>가 ‘백성학 회장 사무실에서 중국 대사까지 관리했나?’라는 기사를 통해 백성학 경인방송 대주주가 전 중국 대사 리빈을 관리할 계획을 담은 문서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함으로써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2008.8.1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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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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