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저와 같은 대열에 있던 그들의 이야기요, 새파란 젊음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싸우다간 자매들의 이야기로 나는 무엇보다 우선해 그들의 이야기를 역사에 꿰어야 했다. 때문에 나의 책은 그 님들에게 바치는 저의 헌사이며 그들이 왜 산에 들어갔고, 어떻게 살며 싸웠고, 어떻게 죽어갔는가 하는 것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려는 저의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남산 ‘(사)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집’에서는 6.25전쟁 당시 재산기관지 전남노동신문 주필을 지낸 정관호 선생의 신간 출판기념식이 개최됐다.
이날 선 보인 책들은 정 선생이 산사람들의 역사를 남기고자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한 역사서 ‘전남 유격투쟁사’와 장편소설 ‘남도 빨치산-山사람들’(전6권)이다.
이날 행사는 시종일관 각계각층 인사들의 풍성한 말잔치로 진행되었다.
먼저, 축사는 박중기 추모연대 의장과 현기영 소설가가 진행했다. 현기영 소설가는 “지리산 골짜기에 떠돌고 있는 그분들을 진혼하는 것은 역사의 결손된 부분을 채우는데 이바지하는 것이다”며 “위령되지 않고 진혼되지 않은 역사에 대해 젊은 작가들이 역사적 책무를 이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관호 선생과 함께 전남도당에서 빨치산 활동을 함께 했던 김영승 전 전남유격대원의 저자 소개와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회장의 저서 소개가 진행됐다.

다음으로 소설 ‘빨치산의 딸’ 작가인 정지아 씨가 저서 헌정사와 함께 저서 헌정을 했다.
정지아 소설가는 “정관호 선생의 ‘남도 빨치산’은 비극적 삶을 역사 속에 기록함으로써 비극을 희망으로 전환하려는 열정의 소산”이라며 “선생의 뜻을 받들어 인간과 역사를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희철 비전향 장기수의 진혼시 낭송에 이어 탁무권 노원문고 대표의 발간사가 진행됐으며, 계속해서 이명한 소설가의 작가 서평이 있었다.
탁무권 대표는 발간사에서 “정관호 선생이 ‘책을 출간해야 눈을 감는다, 이 책은 먼저 간 나의 동지들에 대한 책무다’라고 해 일생의 역작이라는 느낌을 갖고 출판시장이 어려운 중에도 출간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며 “패잔의 역사 기록이라는 이유로 대형 출판사에서 거절당하기도 했지만 반드시 여기엔 진실과 희망이 있어 앞으로 부활의 역사가 될 것으로 확신 한다”고 말했다.
이날의 주빈 정관호 선생의 저자 인사말이 진행되었다.

정관호 선생은 “이 책들은 패잔의 기록이지만 위대한 패잔의 기록으로, 역사상 유례가 없는 어려움 속에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참인간들의 형상”이라며 “학자는 학자대로, 영상 예술인은 영상 예술인대로 이 땅의 빨치산 역사가 보다 폭넓고 깊이 있게 조명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한 정 선생은 “이제 다시는 이 땅에서 유혈의 상잔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목전의 지상과제인 겨레하나되기를 위해 모든 이들에 건강과 축복이 있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특히 정관호 선생은 이날 행사가 감격에 겨운 듯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 속에서 특히 인사말 때에는 물기 젖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게 했다.
모성용 양심수후원회 운영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추모연대 박중기 의장,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회장, 김영승 전 전남유격대원, 김지영내과 김지영 원장, 노원문고 탁무권 대표, 통일뉴스 이계환 대표 등이 초청인으로 치렀으며, 비전향장기수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 정관호 선생의 지인들, 출판계 인사들 등 100여명이 찾아 자리를 빛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