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을 3만여개 촛불이 가득 메웠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반대', '이병박 타도'를 외치며 산화해 간 故이병렬 씨를 추모하는 촛불이 서울 시청 광장 앞에 타올랐다.

14일 오후 7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38차 광우병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3만여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가슴 앞에 촛불을 켜고 고개를 숙였다.

첫 무대에 오른 한상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이병렬 님과 우리는 한 몸이다. 우리 대신 스스로 불꽃이 된 이병렬 님을 촛불혁명으로 살려내자"고 열변을 토했다.

무대 오른쪽 분향소 옆에는 故 이병렬 씨를 추모하는 엽서 수백장이 널려 있었다. 시민들은 엽서에 남긴 글귀는 고인에 대한 죄송함과 '촛불을 지키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 추모편지를 낭독하고 있는 여중생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죄송합니다. 시험기간 때문에...라며 변명하던 제 자신을 원망했습니다. 죽음을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 나이 스무살, 처음으로 열사라는 단어를 알았습니다. 이병렬 열사님 마음으로 슬퍼한 것이 오늘이 처음이어서 죄송합니다. 이름 석자 꼭 사람들 마음에 기억되도록 촛불을 지켜가겠습니다."

이날 오전 영결식에서 추모글을 낭독했던 황금령(15)양과 교복을 차려입은 중.고등학생 20여명이 무대에 올라 '이병렬' 씨를 추모하며 '광야에서'를 합창했고 3만여 시민들도 촛불을 흔들며 따라 불렀다.

"반미좌파 세력이라고요?"... 주말 맞아 가족단위, 학생들 대거 참여  

▲ 이날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많았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보수'신문들이 '광우병 촛불문화제'가 '반미좌파 세력'이 장악한 반정부 집회라며 연일 '촛불을 끄라'고 외쳐대고 있지만, '광우병 촛불'은 여전히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초기의 '신선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주말을 맞아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여전히 많았다. 전날 참여했던 1만여 '전국 노점상 연합회' 회원들이 차지했던 자리에는 가족 참가자들과 학생들이 대신 들어왔다.

촛불문화제에 처음으로 참여했다는 백성심(37)씨는 7살, 5살 난 아이들과 남편 등 온 가족이 함께 광장으로 나왔다. 백 씨는 "한번쯤은 이 아이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는 안 먹으면 되지만 어린 아이들은 급식이나 햄버거 등 너무 노출돼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3학생인 배종은 양은 '보수'신문들이 '반미좌파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이게 어떻게 반미냐? 국민들이 뭘 원하는 지 우리의 의견을 들어달라는 것"이라며 "학생들도 요즘 시험기간이 다가오지만 오히려 관심도 많고, 촛불문화제에 참가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전날 '대한민국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이 KBS, MBC 방송국 앞에서 가스통을 동원해 항의한 것에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프레스센터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서경석(왼쪽) 목사에게 한 시민이 따져 묻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무대에 오른 김영만(64)씨는 자신이 '베트남 전쟁 고엽제 피해자'라고 소개하면서, 고엽제 피해자들이 국가유공자가 된 것은 자신들을 베트남 전쟁으로 내몬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니라 "민주화 된 덕"이라며 "고엽제 전우회 여러분들은 민주화운동 하는 사람들 따라다니면서 밥 사주고 술 사주고 해야 한다. 정신 좀 차려라"고 말하기도 했다.

행진을 시작하기전 '뒤질랜드'라는 유행어로 유명해진 배우 박철민씨가 깜짝 등장해 "착한 소에게 광우병을 걸리게 한 사람은 뒤질랜드! 자기도 먹지 않는 부위를 마구잡이로 수출하는 사람 뒤질랜드! 자연에 역행하면 뒤질랜드다"라고 외치자, 참가자들은 "이명박, 뒤질랜드!"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은 8시 50분 경 본 행사를 마치고 종로, 명동 일대를 거쳐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무대에 올라 "6.10 촛불 이후에 정부가 협상단을 파견하면서 촛불시위를 자제하고 행진을 멈춰라고 하지만, 오늘 우리는 여전히 도심에서 강력한 행진을 보여주고 명동, 종로의 시민들과 함께 행진을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의 요구를 외면하고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에게 광화문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알릴 것"이라고 이날 행진 취지를 전했다.

한편, 이날 촛불문화제가 열리기 전 서울 시청 광장 인근인 프레스센터 앞에서 서경석 목사 등 보수단체 회원 30여명이 피켓 시위를 벌이다가 '촛불 참가자'들과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촛불집회가 '반미좌파세력'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서경석 목사 일행들의 주장에 한 시민은 "가스통에 불을 붙이고 방송사를 협박하는 고엽제 전우회 사람들과 촛불을 든 사람 중에 어느 쪽이 더 과격하고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일부 시민들은 '우리는 세금내고 집회한다. 목사들은 세금부터 내라'고 비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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