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희 의원, 거리에서 '미친소'와 '미국'을 말하다 

▲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주한미군 범죄사' 등을 주제로 돌발강연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많은 시민들이 이 의원의 강연을 경청했다.[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언제까지 100년, 200년 미군이 여기 있어야 합니까?”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 사흘째 시민들의 축제가 한창인 밤 11시경 세종로 사거리 한켠에서 미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200여 촛불들이 모여들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인권변호사 시절부터 미군관련 범죄를 도맡아왔던 그는 고 윤금이씨 사건부터 여중생 사망사건까지 주한미군의 범죄사를 원고도 없이 줄줄이 엮어나갔다.

‘돌발강연 - 버시바우 추방하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정희 의원의 비판의 칼날은 마침내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에게 겨눠졌다. “이 촛불은 청와대로 가는 촛불이 아니라 재협상을 거부하는 미국을 향해 가는 것이다”며 “버시바우부터 사과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정희 의원은 기자에게 “촛불집회 때 시민들에게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원 활동을 하고 싶어 나왔다”며 “버시바우 대사의 모독적인 발언을 이야기하고 국민의견을 듣고 싶었다”고 돌발강연을 마련한 취지를 설명했다. 이 의원은 내일(8일)도 돌발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 대책회의는 프락치?

▲ 인터넷 모임 위주의 '강경파' 시위대들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의 '온건' 전술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청와대로 가자’는 서대문과 안국동 쪽 대열들이 경찰 저지선에 맞서 일합을 겨루고 있는 사이 세종로 사거리는 이순신 동상 앞 경찰 저지선을 배경으로 한가로운 민주주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밤 10시 30분경 세종로 사거리 행사진행 차량 앞에서는 작은 소란이 일었다. 일부 아고라 회원 등 이른바 ‘강경파’ 시위대들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측에 강력한 항의를 하다 서로 언성이 높아진 것.

이들의 주장은 주로 △대책회의가 대열을 시내 곳곳으로 분산시키려 한다 △강성 발언자들에게 발언기회를 주지 않는다 △청와대 진격을 말로는 선동해놓고 결국 슬그머니 뒷걸음질 친다 △심야투쟁을 책임지지 않고 결국 끝까지 싸우는 이들만 부상당하고 연행된다 등이다.

대책회의 관계자들이 나름대로 해명하려고 했지만 이들의 불만을 해소하지는 못했고 결국 ‘강경파’들 사이에서 대책회의 관계자들은 ‘프락치’라는 말이 나와 이에 흥분한 대책회의측에서도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맞고함을 쳐 한때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이날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로 간다는 것은 공간적 상징성이 아니고 정치적 상징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청와대 진출시도가)충분히 심정적으로 이해하고 공감이 가는 바지만 큰 투쟁에 자칫 역공의 빌미를 주는 오점으로 작용하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 5호선 전철 광화문역 무정차 통과

▲ 지하철 5호선 광화문 역을 무정차 통과하자, 시민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밤 11시경 귀가를 서두르던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지하철 5호선 방화행 열차가 광화문역에 정차하지 않고 통과해버린 황당한 상황에 어처구니 없어 하다가 지하철 관계자들 만나자 격렬하게 항의했다.

한 시민은 “누구의 지시로 무정차 통과했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이명박 정권이 이렇게 밖에 못하냐”고 항의했고, 지하철 관계자는 “위에서 시킨 일”이라고만 답해 빈축을 샀다.

다행히 11시 30분경부터 열차들이 광화문에 정차해 ‘촛불시위대 손님들’을 싣고 떠났지만 일부는 여전히 분이 안 풀린 듯 항의하느라 이 열차에 승차하지 못했다.

▲ 누군가 혜정교터 표지석의 문구를 바꿔 놓았다.
[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세워진 ‘혜정교터’ 표지석에 누군가 장난스레 ‘이명박’ 스티커를 붙여두는 바람에 지나는 사람마다 배꼽을 잡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글귀가 조금 섬뜩하다는 점이 흠이기는 했지만.

○ 동호회, 동아리, 동문회 모두 모여라~

▲ '디브이디 프라임' 회원 등 동호회나 단체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예전 집회에서 학교, 노조, 당 단위의 깃발이 대부분이었으나 이번 촛불집회에서는 정치적인 목적이 배제된 동호회나 단체 등도 깃발을 들고 대거 참석한 것이 특징이다.

DVD 정보제공 사이트인 ‘디브이디 프라임’ 회원 30여명은 자체 제작한 손깃발을 들고 디브이디 프라임의 로고가 새겨진 깃발 아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구호를 외쳤고 고전 음악 애호가 동호회 ‘고클래식’도 깃발을 들고 참석을 했다.

또한 ‘횽아 야구 쫌 보자’라는 글이 적혀 있는 깃발을 들고 참가한 야구동호회에서는 일부 회원들이 야구복을 입고 나오기도 했다.

6월, 야유회나 체육행사 등의 모임을 촛불집회에서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신대학교 졸업생 김 모씨는 “원래 일년에 두 차례 정도 동아리에서 체육대회를 하거나 야유회를 가곤 하는데 이번에는 촛불집회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다”며 “한 30여명의 회원이 행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인 ‘김세진 이재호 기념사업회’는 아예 광우병 국민대책위의 소속단체로 활동하며 회원들의 촛불집회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와 경기대학교 민주동문회도 큰 촛불집회가 있을 때마다 회원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각종 모임이 활성화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모임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다”고 입을 모은다.

○ “쥐를 잡자~”

▲ 소풍나온 듯 '쥐 잡기' 놀이에 즐거워하고 있는 어린이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어린이와 함께 나온 가족단위의 참가자들이 많은 가운데 일부 가족들은 아예 돗자리를 깔고 김밥을 비롯, 준비한 음식들을 먹으며 소풍을 나온 듯 행사를 즐기고 있다.

특히 교보빌딩 앞에 자리를 잡은 가족의 어린이들은 둘러앉아 ‘쥐박이를 때려잡자’라는 8박자 구호에 맞춰 ‘쥐 잡기’ 놀이를 즐기고 있어 지나가는 어른들의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참가한 이 가족은 72시간 ‘국민엠티’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 아프냐? 나도 아프다

▲ '너무 아프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이 야심차게 복구한 청계광장에 어린 학생들까지 촛불을 들고 나와 가슴이 아프다고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 한 달이 넘도록 계속된 집회에 허리가 아프다거나 다리가 아프다는 등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참가자들이 많다.

30대의 한 여성 직장인은 “예전엔 몸이 이렇지 않았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직장에 다니면서 매일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 힘들다, 그러나 이명박이 죽든 국민들이 죽든 해야 끝장이 날 것 같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을 다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잠 좀 자자’는 구호가 등장했으며, 한 참가자는 ‘스트레스성 성대결절에 걸렸다’는 홍보물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요즘 가장 뜨는 당은? 아고라당!

▲ 행진의 선두에 선 '네티즌의 힘, 아고라당!'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16.9%까지 떨어진 가운데 최근 가장 인기가 높은 정당이 어디일까?

민주노동당도, 진보신당도 아니고 통합민주당도 아닌, 그렇다고 한나라당은 더더욱 아닌 바로 아고라당(?)이다.

네티즌의 힘을 보여주듯, 아고라당의 현수막 뒤에는 수 천, 수만 명의 네티즌들이 함께 행진을 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행진 대열 가장 앞에 아고라 깃발이 서기도 했으며 참가자들은 아고라 깃발이 나서면 놀라울 정도로 높은 환호성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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