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전남 광주 금남로 민주광장에서 1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5월 민중항쟁 28주년 전야제가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광주 금남로의 밤이 1만여 촛불로 타올랐다.

17일 오후 7시, 전남 광주 금남로 민주광장에서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5월 민중항쟁 28주년 기념 전야제 ‘다시 서는 금남로’를 열었다.

촛불은 28년 전, 광주의 역사를 환하게 비췄다. 참가자들은 촛불 속에 28년 전, 5월 광주의 민중들과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금남로 외환은행 앞, 스피커에서 터진 총성이 금남로 일대를 덮었다. 광주 한빛고등학교 학생 70여 명이 1980년 5월 시민군과 진압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진압군들은 시민군에게 쫓겨 구 전남도청으로 몸을 숨겼고, 무대 위에서 앉아있는 참가자들에게 총을 난사하는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전야제의 막이 올랐다.

“아직도 도청 앞 금남로에는 우리의 뜨거운 피가 묻어있다”
“80년대 민주주의를 외쳤던 우리들이 지금 그대들 앞에서 힘이 되어주겠노니”

▲'아름나라'의 '광우송' 율동공연 모습.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80년 당시 광주 민중의 삶과 정신을 형상화한 퍼포먼스와 노래가 이어졌고 1만 여 촛불이 금남로의 어둠을 밝히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금세 고조됐다.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세대를 넘어 참가자들은 28년 전, 5월 광주의 아픈 기억을 되돌아보며 무고하게 숨져간 ‘광주의 역사’들을 애도했다. 무대 옆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80년 5월 민중항쟁의 실상과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협상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며 참가자들은 당시 정부의 폭압적인 공권력이 지금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가족단위로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한 취업준비생은 자율발언대에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진실을 말하지 못하면 제2, 제3의 5월 항쟁이 다른 지역에서 일어날 것이다”면서 “산 자로서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윤민호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사무처장은 “5월 항쟁은 계속될 것이다”면서 “4월에서 5월로, 5월에서 통일로”라고 외치자, 참가자들이 따라 외치기도 했다.

자율발언대에서 시민들은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비롯해 각 부문에서 나타난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을 비난했다.

화물연대 노동자는 “광우병 쇠고기가 수입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아무도 운송하지 않을 것이다”면서 “정부가 미국에 가서 직접 들고 오지 않는 이상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광우병 쇠고기를 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가 수입되더라도 운반을 하지 않겠다"는 화물연대 노동자.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광주 충효동에 사는 주부 최은순 씨는 “이 땅의 학부모로 살아가기 너무나 힘들다”며 말을 꺼냈다.

이어 최 씨는 “우리 아이들은 학교 교육만으로도 지치는데 이제는 먹을 것 때문에 더 지치게 됐다”면서 “이명박이 그들만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지금 중고생들이 그것을 막고 있다”고 대견해했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발언은 솔직하면서도 당찼다.

국제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은 “당신(정부)들이 싸워야 할 것은 학생들의 민주화 의지가 아니라 우리를 위협하는 미국산 쇠고기이다”며 정부의 비민주적인 학생 탄압을 규탄했다.

▲5.18전야제 행사에 참가한 중고생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5.18전야제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광주송원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김송이 양 역시 정부의 영어몰입교육과 관련해 “미국인 30%가 쓰지 못하는 영어를 우리가 왜 열심히 해야 하나”면서 “5년 뒤 선거권 얻어서 나라를 바꿔보고 싶은데 미친 소 먹고 죽으면 너무 억울하다”고 또박또박 말을 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날 전야제 무대 한 편에서는 ‘김주열 열사 대장정 성화’가 참가자들의 촛불과 함께 타오르고 있었다. 김주열 열사 추모사업회(공동회장 김영만, 박영철)는 지난 4월 11일, 4월 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김주열 열사를 추모하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성화는 경남 마산에서 전북 남원을 지나 36일 간의 여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7시 광주 금남로에 도착했다.

김주열 열사 추모사업회 마산 대표로 무대에 오른 김영만 씨는 “김주열 열사는 전라도 남원에서 태어나 경상도에서 중, 고등학교를 다녔다”면서 “살아서는 호남의 아들, 죽어서는 영남의 아들이 되었다”고 지역 간의 화합을 강조했다.

▲ 36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금남로에 들어온 '김주열 열사 대장정 성화'.[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김 씨는 “이 성화는 대한민국 최초의 시민항쟁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 오게 된 입장을 밝혔다.

전야제에 앞서, 오후 5시 금남로에는 거리음악회, 전시회, 주먹밥 나누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려 시민들과 광주를 찾은 추모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편, 전야제가 끝난 오후 9시 40분경, 조선대학교 학생회관에서는 광주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장기 투쟁사업장인 로케트 전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추모연대가 간담회를 갖고 당면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함께 연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민가협 어머니들이 나눠준 주먹밥을 받고 있는 어린이.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5.18정신계승을 위해 거리행진을 하는  학생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항쟁의 오월! 노동자의 투쟁으로 부활하라!"[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도청에 마련된 '시민군 재현 포토 콘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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