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위력이 광주에서도 일어났다. 5.18민중항쟁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연결시켜준 것은 촛불이었다. 17일 광주광역시 (구)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린 ‘5.18민중항쟁 제28주년 기념 전야제’에서 광주 시민을 비롯해 서울 등 각 지역에서 내려온 시민들은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5월 그날’의 감격을 되새겼다.

오후 3시부터 열린 길거리 난장전을 시작으로 분위기가 달아오른 금남로는 오후 7시경 거리행렬단이 금남로 입구에 나타나 (구)도청으로 향하자 분위기가 최대로 올라갔다. 특히 행진 도중 계엄군과 시민군이 대치하다가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자욱한 화약연기가 금남로를 덮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에게 그날의 광경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28년 전 ‘5월 그날’을 재현하는 이날 행사를 더욱 빛나게 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현재적 가치’가 결합하면서부터였다. 거리행렬단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표지판을 들고 행진했고, 행진 중간 중간에 반대 구호를 외치고 연설을 했다. 거리에서 어떤 시민은 최근 경기도 과천의 가정집이나 아파트 베란다에 걸리고 있는 ‘우리 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5.18과 쇠고기의 결합은 전야제 행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사회자는 28년 전과 비교해 세상이 바뀌어졌나 싶었는데 하나도 안 바뀌었다며 그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를 들었다. 정권이 미국측 입장을 대변해 국민을 못살게 구는 게 28년 전과 똑같다는 것이다.

자유발언대에 오른 아마추어 연사들도 대개가 5.18을 광우병 쇠고기와 연결시켰다. 그럴 때면 참가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환호하며 화답했다. 발언대에는 중.고 여학생들이 많이 올랐다. 여학생들은 “고등학생은 철부지가 아니다”라며 “이명박 정부는 고등학생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거침없는 항변을 했다.

어떤 발언자는 1980년 5.18 때도 교련복 차림의 고등학생들이 있었다며 지금 쇠고기 시위를 이끌고 있는 10대들을 격려했다. 어떤 발언자는 5.18 때 도청을 지킨 사람들이 노동자 서민들이었다며 미국산 쇠고기 반대도 서민들이 앞장서자고 호소했다. 그리하여 공수부대를 막듯 쇠고기를 막자고 읍소했다.

참가자들은 구호에서도 반정부 반이명박 정서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명박 정부 반대”, “쇠고기 수입 반대” 구호는 기본인데다 “미친 소를 청와대로”, “미친 소 너나 먹어”라고 외쳤으며 “Boys, Be Ambitious(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를 패러디한 “Boys, be MB shuts(소년이여 MB 입 좀 막아라)!”라고 해 참가자들의 분노와 함께 웃음을 이끌었다.

전야제는 지난 4월 11일 마산에서 출발한 김주열 열사 봉화가 36일만에 (구)도청 앞 연단에 도착해 점화가 되고 이어 ‘김주열 열사 추모사업회’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열사의 죽음의 의미를 알리자 숙연해졌다. 이어 사회자가 ‘사월에서 오월로, 오월에서 통일로’라고 구호를 외치자 도청 앞 분위기는 극점에 달했다. 28년 전 ‘5월 그날’을 기리는 이날 전야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의 촛불을 타고 한층 의미있는 행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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