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명단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 )가 29일, 오는 8월 말 출간 예정인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할 인물 4,77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 2005년 8월 1차 명단 발표 됐던 박정희 전 대통령 등 3,000여명 외에, 이날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무용가 최승희 등 문화.예술인, 해방 후 국무총리를 지낸 신현확,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낸 고재필 등 일제시대 군.관료를 비롯해 1,800여명의 추가 명단이 발표됐다.

이번 추가 발표된 명단에는 문화.예술분야 친일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애국가의 작사자로 알려진 윤치호와 함께 작곡가인 안익태도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가게 됐다.

'편찬위'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안익태는 에텐라쿠(강천성악)와 같은 일본천황 찬양곡을 작곡했고, 나치 독일에서 '일독회'와 같은 친나치 단체에도 가담했다. 편찬위는 "안익태의 경우 국내에서의 친일활동은 아니지만, 해외에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하고 나치에 협력했던 행위가 너무도 명백하여 이론의 여지없이 수록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향의 봄>을 작사한 이원수를 비롯해, 아동문학작가 김영일, 시인 윤해영, 박팔양도 포함됐다. <선구자>로 유명한 작곡가 조두남도 "<룡정의 노래>를 해방 후 일부 가사와 제목을 <선구자>로 바꾸어 독립군 노래로 둔갑"시켰다고 편찬위는 지적했다.

한국 무용계 전설적인 인물로 손꼽혔던 최승희도 10여회에 걸쳐 국방헌금 7만원 이상 국방헌금을 납부하고 위문공연을 반복했다는 이유로 친일인명 수록대상자에 포함됐다.

최승희의 제자 등 연고자와 기념사업회 등의 이의제기에 대해 편찬위는 "현재까지 확보한 자료에서는 그 같은 부일협력 행위의 자발성과 능동성을 부인할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국방헌금과 위문공연이 일제의 강요에 의해 불가피하게 이뤄졌고, 일제 말 남편 안막을 통해 독립자금을 지원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돼 "구체적인 자료가 제출되면 이를 다시 심의하여 선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인 유치환의 친일인명사전 수록 여부는 '유보'됐다. 최근 만선일보에 실린 친일 논설이 추가적으로 확인됐으며 만주친일단체인 '협화회' 근무도 간접 확인됐지만, 정밀한 분석 결과를 수렴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 편찬위의 설명이다.

이번 추가발표 명단은 주로 만주.일본을 비롯해 해외 조사를 통해 발굴된 것이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1차 명단과 큰 차이점은 만주에서 친일행위를 했던 다수가 포함됐다"면서 "만주에서 친일행위를 했던 자들은 주로 중국인들을 지배하는 지배층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남대문.독도를 지키는데도 논쟁이 필요하냐”

▲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명단.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명단발표 기자회견'에서 주최측은 친일인명사전이 각종 역사자료를 통해 엄밀하게 선정됐다고 강조했다.

편찬위는 '수록대상'에 대해 "'을사조약' 전후부터 1945년 8월 15일 해방에 이르기까지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식민통치.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우리 민족 또는 타 민족에게 신체적 물리적 정신적으로 직.간접피해를 끼친 자를 수록대상으로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최종 수록대상자는 친일에 대한 자발성, 능동성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고, 반복성과 지속성도 참조했다는 것이 편찬위측의 설명이다. 또한 친일행위를 하다가 항일운동으로 전환한 '선친일 후항일'의 경우는 수록대상자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이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남대문을 지키고, 독도를 지키는데 무슨 논쟁이 필요하냐"며 "국토와 민족혼을 앗아간 이들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정리하는 일"이라며 각종 논란을 일축했다.

윤경로 편찬위 위원장은 "인물에 대해서 전 생애 행적을 다 기록할 것"이라며 "한분 한분들이 어떻게 공만 있겠나? 과도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객관화하자는데 이번 사전발간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위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결코 정치적 목적이나 특정한 인물을 매도하려는 것이 아닌 '역사화 작업'이라는 점을 국민 앞에 다시 천명한다"고 밝혔다. 당초 2007년 말로 계획되어 있던 발간 시기가 다소 늦어진 것도 대선과 총선에 이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편찬위는 이날을 기준으로 60일 간에 걸쳐 유족 또는 관련 기념사업회의 이의제기를 받아 8월에 발간될 친일인명사전 수록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 밖에서는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 등 보수.수구단체 회원 10여명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박정희 대통령, 안익태 선생이 무슨 친일파냐", "민족문제연구소 해체하라"고 외치며 주최측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장 밖에서는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 등 보수.수구단체 회원들이 친일인명사전 명단발표에 항의하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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