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15일 러시아철도주식회사 대표단의 방북 후 “올해 중에 라진항으로부터 유럽까지의 시범화물수송이 진행될 것”이라는 북측의 보도가 나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른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한 대륙 운송의 길이 머지않아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러시아철도주식회사 대표단(단장 알렉세이 메르시아노프 부사장)은 북한을 방문해 라진항 ‘짐함(컨테이너)부두’ 건설과 ‘하싼-라진’ 철도 개건, 이를 추진할 북러합영기업 창설 등을 북측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러 간에는 2001년 모스크바선언을 기점으로 라진항 개발과 라진-하산간 철도 연결이 구체적으로 추진돼 왔고, 이번 협의에서는 주로 합영기업 창설에 논의가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4월 북한의 김용삼 철도상은 러시아를 방문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식 합의서를 체결할 예정이며 곧바로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한 소식통은 “북러합영회사는 한러합작회사가 설립된 다음에 설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러시아 간에 합작회사를 설립해 이 회사가 북러합영회사의 러시아측 담당자가 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측에서는 현대 글로비스와 우진 글로버, 범한 판토스 등 6개 사가 ‘RUCO’를 결성해 한러합작회사 사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한러합작회사는 다음달 초쯤 설립 계약서 초안을 만들어서 러시아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따라서 북러합영회사는 아직 ‘구두상’ 협의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북 조선중앙통신은 20일자로 “합영회사창설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들을 가까운 시일내에 마무리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합영법》에 따라 합영회사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내 시범화물운송에 대해 이 소식통은 “가능할 것”이라며 “공사만 하는 것보다 진행 도중 연내에 시범 수송을 해보고 내년에는 본격 수송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교통연구원의 안병민 북한교통연구센터장은 연내 시범수송에 대해 “북한 쪽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조금 힘들 것 같다”고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라진-핫산 철도로 시범화물운송이 이루어지고 내년 경부터 본격 수송이 가능해지면 당장 ‘부산-나진 간 해상 수송 후 TSR 경유 컨테이너 물류수송’이 가능해지고 남북간 동해선 연결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 철도연계사업’은 동해선 중 제진-강릉 구간을 새로 부설해야 하는 등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편 북중 간 조선라선국제물류합영회사를 설립, 라진-훈춘간 철도 연결을 추진해온 중국 측의 입장에서도 러시아에 선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예상된다.

라진-핫산을 연결하는 철도 구간은 55km에 불과하고 러시아식 광궤(1,520㎜)도 이용할 수 있는 홉합궤가 이미 가설돼 있는데 반해 라진-훈춘간(93km)은 도로만 놓여있어 새로 철도를 부설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현재로서는 라진-핫산 선이 여러모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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