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중국 뤼순(旅順)에서 시작되는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조사에서 실제로 안 의사의 유골이 발견될 가능성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에 비교될 정도로 희박하다는 평가다.

안 의사 순국 당시 재직한 교도소장 딸의 증언과 사진자료 등을 근거로 뤼순 지역의 여러 장소 가운데 교도소 뒤쪽 야산 일대에 유해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로서는 유해 매장장소를 특정하지 못하고 이러한 추정을 근거로 발굴조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와 관련, 보훈처 관계자는 "이번 조사지역은 북한이 여러 차례 발굴을 시도한 지역으로 (이미) 중국과 북한이 조사할 만한 곳은 다 했기 때문에 발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신중론을 폈다.

이처럼 가능성이 낮은 만큼 이번 발굴조사에는 금속탐지기와 DNA 감식 등의 기술이 동원된다.

이번 발굴조사는 발굴 구역을 획정, 발굴에 필요한 탐사장비를 선정한 뒤 실제로 탐사장비와 인원이 투입되는 작업 등 3단계로 나눠 이뤄질 예정인데 보훈처는 각 단계별로 10일, 20일, 30일 등 2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굴작업에는 통상 금속탐지기가 동원된다. 금속탐지기는 군이 전사자 유해를 발굴할 때 자주 이용하는 장비로 전사자가 사망 당시 철모와 탄띠를 착용한 경우가 많기 때문.

전사자의 경우 대개 유골과 함께 인식표를 지니고 있어 여기에 기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생존 유족을 찾아 DNA 비교를 하면 어렵지 않게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안 의사가 평생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속으로 된 묵주가 함께 매장됐을 경우 금속탐지기가 이를 포착, 의외로 쉽게 유해가 발굴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오랫동안 매장된 유골이라도 극미량의 DNA를 추출, 실험실에서 증폭시킬 경우 충분히 감식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유해 발굴 전문가는 "안 의사가 순국한 지 99년이 지났지만 이번에 조사가 실시되는 지역에 매장된 사실만 확실하다면 유골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 DNA 감식을 통해 실제 유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안 의사 유해 발굴에 실패한다면 작년 10월부터 진행된, 아파트 건설을 위한 부지공사로 인해 훼손됐는지 여부를 여부를 놓고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 측이 부지공사 당시 어떤 유골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북한 측도 여러 차례 발굴조사를 벌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점 등으로 미뤄 부지공사로 인한 훼손에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제가 안 의사의 시신을 뤼순 교도소 뒤쪽 야산에 매장했는지 여부도 100% 단정할 수 없는 상황.

서명훈(徐明勳) 중국조선족역사학회 이사가 쓴 '안중근, 하얼빈(哈爾濱)에서의 11일'에 따르면 하얼빈 주재 일본 총영사관이 1910년 2월22일 외무대신 앞으로 보낸 문건에서 "한국인들이 안중근의 사형 집행 이후 시신을 수습해 하얼빈 한인 묘지에 매장하고 기념비를 세울 계획이라는 첩보 있으니" 안 의사의 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하지 못하도록 제안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는 일제가 안 의사의 시신을 화장했거나 의외의 장소에 매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한 조선족 인사는 이와 관련해 "안 의사의 강력한 기를 두려워 한 일제가 매장 대신 화장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선양=연합뉴스) 조계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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