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음악으로 평양과 서울을 하나로 이었다.

북한을 방문해 지난 26일 역사적 평양공연을 가진 뉴욕필이 28일 오후 1시30분 서울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섰다.

북한 공연에서 북한 국가와 미국 국가를 맨 처음 들려준 뉴욕필은 서울공연에서도 남한의 애국가와 미국 국가를 첫 번째 곡으로 연주했다.

첼로 등 일부 악기 연주자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나라의 국가를 연주하자 관객들도 모두 일어났다. 국가 연주가 끝나자 곧바로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뉴욕필은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을 연주한 뒤 2004년 한국과 일본 공연에서 협연한 경험이 있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려줬다.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 치마를 응용한 듯한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나온 손열음은 원숙한 무대를 보여줬다.
마지막 연주곡인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은 서울공연의 하이라이트이자 평양과 서울을 잇는 뉴욕필의 종착곡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곡에는 숙명적으로 연결된 남북한의 운명을 나타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운명'(1808)은 청력이 악화된 베토벤이 전원과 영웅 교향곡 등으로 작품 창작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펼쳤던 시기에 완성된 작품이다.

긴장감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봄날 얼음이 녹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곡은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의 남북한 관계를 보여주는 듯 했다.
뉴욕필이 평양공연에서 조지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과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등 미국적 색채가 다분히 들어있는 작품을 들려줬다면 서울공연은 모두 베토벤의 작품으로 짜여졌다.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의 열광적인 박수가 쏟아지자 지휘자 로린 마젤은 '운명'의 핵심 악기군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금관악기 편성부를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계속되자 노장의 지휘자는 다시 무대로 걸어나와 신나고 힘찬 분위기의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과 비제의 '아를의 여인' 모음곡 제2번 등을 앙코르 곡으로 선사했다.

한 곡의 앙코르 곡이 끝날 때마다 기립박수를 쏟아내던 관객들에게 뉴욕필은 마지막으로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 환상곡'을 들려줬다.

세 곡의 앙코르 곡 가운데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을 제외한 두 곡은 평양공연에서 연주한 앙코르 곡과 같은 작품이다.

앙코르 곡까지 모두 끝내자 관객들은 힘찬 갈채를 보냈고 로린 마젤은 이에 대한 답례로 입술에 맞춘 두 손을 관객을 향해 펼쳤다.

두 손을 다시 가슴에 모은 로린 마젤의 인사를 끝으로 평양에 이어 서울을 잇는 뉴욕필의 공연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날 뉴욕필의 서울공연은 공연장 사정이 여의치않아 평일 낮시간대에 열리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매진이었다.

공연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 등이 함께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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