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이틀 앞둔 23일 대북 메시지로 볼 수 있는 발언을 하면서 그 의미와 북이 보일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당선인은 이날 고촉동 싱가포르 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새 정부 출범으로 북한이 긴장할 이유가 없다"며 "새 정부는 남북한이 화해하고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당선인이 지난 달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에서 합의된 것을 성실히 행동으로 지켜 나간다면 본격적인 남북협력의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고 했던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재차 새 정부가 남북간의 화해.협력 기조를 부정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 발언으로 보고 있다.

이날 발언이 비핵화라는 전제조건을 언급하지 않았을 뿐 후보시절부터 밝힌 비핵.개방.3천 구상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란 얘기다.

다만 취임을 이틀 앞두고 나온 이날 발언은 이 당선인의 대북 정책 기조를 '침묵' 속에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북한을 향해 '잘 해보자'며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볼 수 있다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특히 그간 강경한 대북관을 피력해온 남주홍 경기대 교수를 통일장관으로 내정한 것이 북한 입장에선 새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확연히 다른 대북 정책을 취할 것임을 본격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당선인의 발언이 즉흥적인 '덕담'이 아닐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북핵 문제의 진전을 남북 협력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입장을 바꾸지는 않았겠지만 자신이 먼저 남북관계의 앞길을 막거나 퇴행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당선인의 이번 유화적 제스처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이 머리를 맞댈 첫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 비료지원, 이산가족 대면상봉 등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제 북한이 이 같은 당선인 발언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양상이다.

북한 당국은 2007 남북정상선언의 성실한 이행 필요성을 강조한 지난 달 신년 공동사설 이후 새 정부를 향해 가급적 말을 아껴왔지만 취임식을 즈음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반응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해왔다.

김용현 교수는 "북한이 이 같은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덥석 물듯' 성급하게 반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새 대통령 취임사 내용을 심도있게 분석, 어떤 대북 정책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판단이 서면 반응을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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