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위원장 김원웅) 상정을 막기 위해 12일 통외통위 회의실을 점거했다. 강 의원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의원단이 지난 11일 위원장실을 점거해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막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13일 또다시 비준동의안을 상정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경위권이 발동될 것을 예상해 이날 새벽 보좌진 30여 명과 함께 통외통위 회의실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강 의원은 비준동의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지 않는 한 임시국회가 끝나는 26일까지 농성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강 의원은 점거농성에 들어가기에 앞서 배포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한.미FTA 국회비준동의안을 2월 국회에 상정하겠다는 것은 요식행위만 거치고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상임위장 점거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농업, 수산업, 의약품, 자동차, 투자, 서비스, 금융, 섬유, 보건의료, 노동, 환경, 전자상거래 등 총 17개 분야에 걸쳐 협상이 진행되었고,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칠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이같은 협상결과를 국회 통외통위에서 한두 차례 공청회 하고 처리하겠다는 것은 검증이라기 보다는 요식행위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국회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내실있는 검증과 심의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보름도 채 남지 않은 2월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의 심사를 마무리 하겠다는 것이 '졸속'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강 의원은 <통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임시국회 일정상 비준동의안을 상정하는 것은 졸속심의를 전제한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뻔하기 때문에 상정 자체를 막지 않을 수 없었다"며 "또 미국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 수입을 분명하게 전제하고 있고 캘리포니아산 쇠고기 도축장 같은 검역의 은폐가 백일하에 드러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준절차를 밟는다는 것은 아주 굴욕이고 외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김원웅 위원장과 강 의원은 이날 오후 5시께 면담을 갖고 절충안을 찾아보려했지만 각자의 입장만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의 책무에 따라 비준동의안을 상정해 논의하자고 했지만, 강 의원은 17대 국회 일정상 물리적으로 비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비준동의안을 상정하지 안하겠다는 약속을 하면 농성을 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은 또 총선을 앞두고 있어 국정조사가 제대로 되기는 힘들것으로 보고, 통상절차법만 이라도 17대 국회에서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2006년 2월 강기갑, 권영길 의원 등 40명 의원이 공동발의한 통상절차법은 통외통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한편,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비준동의안을 반드시 상정시킬 방침이어서 13일 오전 강 의원을 강제로 끌어내려는 경위들과 이를 막으려는 민노당 의원들 사이에 충돌이 우려된다. 김원웅 위원장은 장소를 옮겨서 상임위를 개회할 것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 의원단은 오전 8시께 총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세울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