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통일뉴스 방북 취재단은 내년 2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공연할 동평양대극장을 찾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미국의 대표적 오케스트라인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년 2월 북한 공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과연 북한에 세계적 수준의 공연이 펼쳐질 마땅한 장소가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뉴욕 필하모닉은 뉴욕 링컨센터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사 등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2월 25일부터 27일까지 평양에 체류하며, 26일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과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 등을 연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미국이 6자회담에서 ‘행동대 행동’ 단계에 들어서는 등 협상이 급진전하면서 지난 10월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미국 순회공연을 가진데 이은 미.중 간의 '핑퐁외교'를 연상케하는 문화교류의 일환이다.

▲ 내부시설은 모두 평산 대리석으로 번쩍였고, 수만 점의 조각과 장식들로 단장됐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평양을 방문한 통일뉴스 취재단이 찾은 곳이 바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공연할 ‘동평양대극장’이다.

7일 오전 소탈한 웃음으로 취재진을 반갑게 맞은 김룡웅 지배인(67)은 “원래 이 극장이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계기로 건설됐었는데 그 후에 위대한 장군님께서 극장을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현대적으로 꾸릴데 대한 말씀을 주셔서 극장을 새로 보수했다”고 말했다.

89년에 건립돼 최근 1년 반 정도의 개보수를 거쳐 올해 1월 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보수 공사를 완료했다는 것이다.

개보수 공사를 지휘했다는 김 지배인은 현관 로비에 매달린 화려한 ‘무리등’(샹들리에)과 대형 벽화 ‘울림폭포’에 대한 자랑부터 시작했다. 가장 큰 무리등은 높이가 12미터에 무게가 2.4톤이나 되고, 울림폭포는 높이 24미터 폭 17.2미터에 달한다.

김 지배인은 기자가 궁금해 하는 뉴욕 필 공연에 대해서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며 “10월달에 뉴욕 필하모닉 단장과 선발대가 보고 여기서 크게 세계적인 공연을 하겠다고했다. 여기서 공연해서 세계에 한번 소리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새로 단장한 건물은 모두 황해북도 평산시에서 나는 대리석들로 번쩍였고, 13개나 되는 분장실에는 각각 10명씩의 출연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돼있다.

▲ 동평양대극장은 원래 2천석이었지만 1,500석으로 여유있게 개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통일뉴스 취재진이 찾은 이날에도 극장 안에서는 무용축전 준비 무대가 한창이었다.

김 지배인은 “원래 2천석 극장인데 장군님께서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극장을 현대화하면서 관람자들도 편안히 앉아서 공연할 수 있도록 의자 간격도 넓혀 2천석이 1,500석이 됐다”고 소개했다.

또한 “극장 무대는 다기능 무대로 만들었다”며 “전기 확성해서 컨서트 공연도 할 수 있고 생소리(라이브)공연도 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어떤 공연들이 무대에 올려지느냐는 질문에는 “평상시에는 만수대예술단이 주로 사용하고 공연도 자주 열린다”며 “2005년 조용필 공연도 이곳에서 했지만 보수가 끝난 뒤 아직 남측 공연은 없었다”고 전했다.

김 지배인은 “올해 6.15공동행사가 있었을 때 남에서 온 동포들이 관심을 가졌다”며 “수뇌분들 상봉도 있었고 총리 내왕도 있고 여러 갈래 내왕도 있으니까 앞으로 남쪽 공연도 많이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 취재진이 찾은 이날도 무용축전 준비가 한창이었다. 참가팀 11번의 3군무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동평양대극장은 부지면적 6만 평방미터에 극장 1만 2천 평방미터를 비롯해 중앙홀 4층과 뒷 건물 7층을 포함해서 연건평 역시 근 6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59,640 평방미터나 되는 대형 건물이다.

건물 내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각화, 장식화’하라는 지시에 따라 다양한 조각과 장식으로 멋을 냈으며, 일체의 재료들을 국산만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새단장을 마친 동평양대극장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울려퍼질 때 세계의 이목은 다시한번 평양으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보통강변에 자리한 보통강려관에 도착해 로비에서 우리 일행을 맞이하는 것은 대형 모사도(模寫圖)였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란히 대동강변을 걷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는 유명한 그림이다.

다음날 45년 광복 후 돌아온 김일성 주석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거대한 개선문을 참관하고 바로 인근에 김 주석이 조국에 돌아와 그해 10월 14일 첫 군중연설을 했던 김일성 경기장을 볼 수 있었다.

김일성 경기장 앞에는 무려 290만개의 돌조각으로 모자이크한 45년 10월 14일을 상징하는 길이 45미터, 높이 10.14미터에 달하는 대형 벽화가 있다. 만수대 창작사 벽화창작단이 9개월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벽화 옆에는 605톤에 달하는 거대한 기념석에 당시 김 주석의 연설중 가장 유명한 ‘힘있는 사람은 힘으로, 지식있는 사람은 지식으로, 돈있는 사람은 돈으로 건국사업에 적극 이바지 하여야 하며...’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 김일성경기장 앞의 대형 모자이크 벽화와 기념비. 기념비와 벽화의 총길이는 75미터이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 전문기자]
이처럼 평양은 어느 곳을 가던지 대형 그림과 조형물을 마주치게 된다. 사회주의 나라 특성이 반영된 것이기는 하겠지만 북녘의 일상 생활 속에는 늘 기념비적인 창작물이 있다.

특히 둘째날 참관지인 동평양 대극장 로비의 ‘울림폭포의 가을’은 올 초 새로 단장을 마친후 남녘에도 알려지기 시작해 관심이 갔다.

이 그림은 올해 6.15공동행사 대표단의 참관 시에도 높이가 24미터 폭이 17.2미터라는 그 크기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그림이다.

그 크기가 말해주듯 이 그림은 한사람에 의해 완성된 것이 아니라 만수대 창작사의 30여명 화가들이 2개월 남짓의 시간을 들여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개성이 다른 화가 30여명이 하나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해 동평양 대극장 김룡웅 지배인은 “색조과 구조를 맞추는 재간이 있다”며 집단 작업에 참여한 만수대 창작사 작가들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동평양대극장의 '울림폭포의 가을'. 높이만 24미터나 되는 아크릴 벽화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 전문기자]
그림에 대해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아크릴을 재료로 그린다는 것은 곧 밑그림이 보이지 않게 작업이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쯤을 알 것이다. 이같은 아크릴화가 마치 한사람의 붓길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울림폭포는 평양과 원산 사이 법동에 있는 폭포로 200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지지도를 나갔다가 발견한 것으로 그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10리를 간다고 해서 울림폭포로 이름 지어진 곳으로 유명하다. 백두산 해돋이, 철령 진달래, 대홍단 감자꽃바다 등과 함께 선군팔경(先軍八景) 중 하나이다.

울림폭포는 공훈예술가 송시엽의 ‘울림폭포’, 인민예술가 김룡권의 ‘울림폭포의 가을’, 차성철의 ‘울림폭포’ 등 조선화의 소재로 애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거대한 폭포에서 힘차게 떨어지는 물줄기와 가을의 빛깔을 한껏 머금은 단풍들, 그리고 긴세월의 풍파에도 끄덕 없이 그 자리를 지켜온 바위의 질감, 그 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폭포를 발견한 당시인 ‘2001’년이라는 글발이 새겨져 있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한겨울이라는 것도 잊고 가을 그 폭포 앞에 시간이 멈춰선 듯 한 느낌이 든다.

1층 현관 로비에서 울림폭포를 올려다보며 넋을 잃고 있다가 2층에 이르러서 다시한번 울림폭포를 바라보면 또다른 정취가 안겨온다.

제법 눈높이가 맞으면서 울림폭포는 원만하게 굽어진 건축구조를 고려하더라도 타원형의 원근감이 생동하게 되고 울퉁불퉁한 계곡 속으로 들어설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 동평양대극장 2층에서 만난 33미터의 회벽화 '삼지연 못가'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 전문기자]
울림폭포의 울림이 가시기도 전에 조금 어두운 조명 속에 숨겨져 있는 듯한 회벽화 ‘삼지연 못가’가 만나게 된다. 이 벽화 역시 폭 33미터에 높이가 3.7미터인 대형 벽화로 백양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삼지연을 차분한 색감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역시 만수대 창작사 화가들의 집단작업에 의해 완성된 작품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와 같이 회를 먼저 바르고 그 위에 색을 칠한 후 다시 파내는 작업을 거쳐 완성된 각화(刻畵)의 일종인 회벽화(灰壁畵)이다.

긴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백양나무 숲길에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햇빛에 반짝이는 삼지연 물가를 산책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북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창작방식을 표방하고 있어 아름다운 풍경 속에 정치적 의미를 담으려 했겠지만, 이러한 의미를 떠나 곳곳에서 만나는 ‘대단한’ 그림들은 한겨울 추위에 얼어붙은 마음을 한결 따뜻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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