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남측을 방문중인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 부장 일행이 노무현 대통령을 접견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안부 인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따로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청와대는 이날 오후 김양건 부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안부 인사를 전달했으며, 노 대통령도 사의를 표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각별한 인사를 전달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김양건 부장 등 북측 대표단 일행 6명과 50분간 접견한 노무현 대통령은 “2007 남북정상선언 이행과 관련 “남북 양측이 상호간 성의를 갖고 기대수준 이상으로 실천해 나가고 있다”고 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김양건 부장을 서울에 보낸 것 자체가 북측의 정상선언 이행에 대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김양건 부장은 북측도 “쌍방의 노력 속에 10.4 선언에 합의된 사항들이 성과적으로 추진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며, “남측이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신의를 갖고 10.4 선언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 “6.15 공동선언으로부터 시작된 평화 번영의 흐름이 절대로 멈춰서서는 안 된다”고 화답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김양건 부장에게 6자회담에서의 진전을 꾸준히 달성해 가는 한편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접근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이러한 노력은 남북정상선언의 차질없는 이행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어제 종료된 남북국방장관회담에 대해 “공동어로구역에 합의를 보지못한 아쉬움은 있으나, 어려운 문제는 뒤로 미뤄놓으면서 다른 많은 부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며, “공동어로 문제가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안 되는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양측이 서해에서의 평화와 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김양건 부장은 이번 방문기간중 인천과 부산 등을 방문한 것이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하면서, “개성공단 확대와 더불어 해주 특구 개발이 추진되면 북남관계에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질 것이며, 조선업도 전망이 있고 관심이 크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해주특구, 조선산업단지 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3통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며, “남북관계가 상황에 따라 정치적 대화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경제협력과 교류 같은 계속적 사업은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남북 당국이 노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으며, 김양건 부장도 이에 동의하면서 “3통문제도 원만하게 잘 해결될 것”이라고 적극적 입장을 보였다.
이날 접견에는 북측에서 김양건 부장 외에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원동연 실장 등 6명이 참석했으며, 남측에서는 이재정 통일부장관과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문재인 비서실장, 성경륭 정책실장, 백종천 안보실장 등이 배석했다.
이에 앞서 김양건 부장 일행은 이날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와 부산경남지역본부 세관을 방문하고 2005 APEC 정상회의장인 누리마루에서 허남식 부산시장 및 부산지역 통일관련 단체 대표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북한 안변 지역에 선박블록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다.
김 부장 일행은 저녁에는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만찬에는 2007년 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던 민간 인사 40여 명도 함께 했으며 2시간20여분 간 진행됐다.
한편 30일 한겨레신문 등 국내 언론들은 김양건 부장의 갑작스런 방문 목적을 대선 후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방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도했으나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는 김양건 부장과 통일부 장관이든, 국정원장간의 사이에서도 김영남 위원장의 방남 문제에 대해서 어떤 특별한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를 부인했다.
다른 일각에서는 전날(29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부장과의 회담에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과 박선원 안보전략비서관이 배석한 사실이나, 30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이재정 통일부 장관을 찾은 사실을 두고 김양건 부장의 방남 목적을 6자회담이나 종전선언과 관련짓는 해석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9일 저녁 김양건 부장과의 회담을 마친 뒤 종전선언 문제와 관련, "회담에서 상황에 대한 이해는 있었다"면서도 "김 부장은 외무성이 다루는 문제라서 이 회담에서 다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구체적으로 더 논의할 계제는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