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 대통령은 27일 오후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특별강연을 가졌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1, 2차 정상회담의 성과로 볼 때 남북연합을 선언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성립됐다."

'2007 남북정상회담(10.2-4)'과 '10.4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총리회담(11.14-16)'을 거치면서 '수시 정상회담-총리회담-부총리급경제협력공동위-장관급 사회문화교류추진위' 등 각종 당국간 대화가 제도화된 것과 관련, 김대중 전 대통령은 27일 이같이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다만 "국민이 연합단계로 들어가는 것을 납득하고 지지해야 실천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는 2차 정상회담의 '통일분야' 합의에 대한 당국의 공식평가와 정확히 일치한다. 정부는 별도 해설자료를 통해 “통일문제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잘 정리되어 있다"면서 여러 당국간 대화를 배치함으로써 "남북연합을 지향하는 남북관계 제도화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반면 북측의 입장과 관련, 정창현 <민족21> 편집주간은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에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한 6.15공동선언의 제2항을 거론하면서, '남측이 연합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고 한다면 북측은 낮은 단계의 연방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같은 세간의 분분한 논란을 감안,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해주기도 했다.

"남북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의 내용은 같다. 북한도 연방제를 버릴 수 없어 '낮은 단계'를 붙였을 뿐이다. (다만) 연합은 (연방과는 달리) 1민족 2독립정부(주-국가)다. 정상-총리-장관급회담을 통해 현안을 협의하고 실천한다. 다만 다수결은 없다. 합의해야만 한다. 독립정부이기 때문이다."

"6자회담 전도 낙관할 근거가 크다"

▲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입장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오후 3시 10분 김 전 대통령은 초청인인 박재규 경남대학교 총장의 안내에 따라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비서진의 부축을 받으며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통일관 정산홀에 들어섰다. 이한동 전 총리를 비롯한 전직 각료들, 북한대학원대학교 임직원과 학생 등은 기립박수로 그를 환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약 20분간 이어진 '한반도와 동북아-대전환의 시대' 제하의 특별강연에서, '6자회담의 진전, 동북아 평화기구의 전망, 남북관계의 내일의 발전'에 대한 평소 지론을 반복했다.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부시 대통령이 '2.13합의'를 통해 "클린턴 대통령과 제가 추진하던 (북미)직접대화와 주고받는 협상의 자리로 돌아왔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6자회담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표명했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그 필요성과 이해관계에 있어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6자회담의 전도는 낙관할 근거가 크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수년 전부터 6자회담이 성공하면 이를 해체하지 말고 동북아 평화협력기구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상기시키면서 현재 순항하는 6자회담을 더 진전시켜 "동북아 평화안전기구를 만드는 호기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의 내일의 발전전망'과 관련해서는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간의 큰 변화를 지적함과 아울러 "국내에서는 일부 보수세력의 거부반응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절대대수가 남북간의 화해협력을 지지하고 있다"며, 햇볕정책을 계속 견지할 것을 촉구했다.

▲ 이날 강연장에는 이희호 여사(가운데), 박지원 비서실장(왼쪽)도 함께 자리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이어 '국제공조와 민족공조의 조화방안'에 대해 질문을 받은 김 전 대통령은 '독일'의 예를 들어 "국제협력과 민족적 화해협력을 동시에 밀고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주변 4대국 어느 하나라도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심술을 부리고 방해하고 나서면 통일은 어렵다"면서 "동북아 안정자로서 미국을 붙들고 다른 세 나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민족이 갈라서면 강대국에 이용 당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개성공단 등 현재의 남북경협 흐름이 지속될 것인가'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떤 정부가 나와도 필요한 일은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개성공단이 돈벌이가 되고 자원전쟁의 시대에 북한 지하자원개발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데 누가 정권을 잡는다고 그걸 막을 수 있겠는가"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다만, "북한에 지나치게 거부감을 가진 정권이 나오면 북한과의 관계가 상당히 악화될 수 있다"면서 "국민들이 이런 점을 잘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가진 뒤, 휠체어를 타고 이희호 여사와 함께 강연장을 떠났다. 극동문제연구소 통일관은 2004년 6.15공동선언 4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곳으로, 당시 기념식에는 리종혁 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참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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