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정권은
미국에의 굴욕적인 태도를 수정하지 못하겠으면 물러나라

지금 국제정치의 가장 주요한 핵심은 후진국군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동.서간의 냉전이 어느덧 「어제의 집념」이 되어버리는 한편 평화공존이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오늘의 진로」로서 만인공인의 사실이 되어버린 이즈음에 와서는 새삼스럽게 전문학자들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아.아(亞.阿)후진제국에 관한 문제가 국제정치의 주된 계쟁점이 되고 있다 함은 한낱 상식에 불과한 것이다.

대개, 후진제국개발을 위요한 논쟁은 작금에 이르러 다음과 같은 하나의 결론으로 지양되고 있는 것 같다. 즉「부패 무능한 정부를 상대로 한 경제원조는 직접적인 내정간섭을 불가피하게 하고 헐벗고 굶주린 대중으로부터 「경제적 신탁통치」를 강요하는 제국주의내지는 신형 식민주의라고 하는 비난을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원조를 제공하는 선진 국가는 급진적인 혁신을 과감히 수행할 수 있는 신진 기예한 정치세력의 건전한 발전을 희원해야 하는 것이다.

밑없는 항아리에 물을 붓는 따위의 어리석은 과오를 범할 바에는 차라리 손을 떼는 편이 나을 것이다」-티볼.망드 저「월드.파우어.인.더.밸런스」(균형 짜인 세계정치)참조- 우리는 한.미 경제협정의 내용을 검토하는 일방어제 오늘 국회에서 전개된 질의논전을 들을 때 매우 중대한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매 가슴을 쥐어짜는 울분을 억제할 수가 없다. 한.미 경제협정내용에 관해서 자세한 언급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만 한마디로 이것을 평한다면 「미국정부는 부패 무능한 소아에게 청장년이라야만 담당할 수 있는 과업을 부담시키는 것이고 또 밑없는 항아리를 직접 미국정부가 나서서 밑을 바꿔보겠다는 희비극이다」고 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이렇게 어리석은 처사를 행하는 한.미 양국 정부 당로자에 대해서 우리국민은 실망과 환멸이외에 또 무엇을 느낄 수 있다고 그들은 생각하는가? 만일 우리 국민이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7.29총선을 통해서 다시 한번 보수부패세력에 의하여 농락당했다는 통분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미국정부가 아이로밖에 보지 않는 무능한 정치세력을 건장한 성인으로 오인하게끔 잘못 유도되었다는 억울함이 우리 국민들의 절실한 느낌일 것이라고 해야겠다. 지금 헐벗고 굶주린 근로대중은 실망과 환멸 속에서 「힘」의 등장과 「힘」의 영도를 기다리게끔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힘」의 집결은 급속한 개혁을 약속하고 성실하고 정직한 헌신으로써 통일의 현실을 약속하는 그런 것이 되어줄 것을 대중은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대중은 보수건 혁신이건 의회주의를 신봉하는 모든 정치세력으로부터 이탈해서 극단한 「힘」만의 정치를 환영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우리는 사리가 이렇기 때문에 한.미 경제협정과 관계된 모든 정치현상을 가장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한.미양정부당로자들은 모처럼의 한.미협정이 「반」한.미협정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시급히 문제화된 조항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성의를 표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국민은 아이취급밖에 못 받는 현 정권과 현 국회를 해산시키는 방향에서 그들의 의욕을 집결시키려고 할 것이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현 정권은 문제화된 조항을 책임지고 수정하든지 그렇지 못하다면 즉각 물러나야 하는 것이다. 이것만이 내각책임제를 살리는 길일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당한 울분을 풀어주는 길인 것이며 나아가서는 손상된 국가주권과 국민의 위신을 다소나마 회복하는 길인 것이다.

끝으로 한.미 양국 정부 당로자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그들의 무능집착이 반미감정을 유발해놓고 나서 반미감정의 폭발을 부당하게 위험시하거나 또는 이승만시대의 유풍을 그대로 받아 덮어놓고 「빨갱이」로 몰아치우는 따위의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도록 미리부터 신중히 고려해두어야 한다는 점인 것이다. 「매카시즘」의 횡행은 민주정권이 스스로 묘혈을 파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함은 무엇보다도 「사월혁명」이 웅변하게 증명해놓고 있다. 민족일보 제2호 - 196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