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4시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제39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오는 6-7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39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규탄하는 집회가 3일 오후 4시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선 한미 군사안보 분야 관련 ‘뜨거운 감자’들이 모두 도마 위에 올랐다. 전시 작전통제권을 비롯해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 무건리 훈련장 확장, 군산.제주 군사기지,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 등 그간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침략.종속적 한미군사동맹’이라는 보따리를 한꺼번에 풀어 놓은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SCM에 대해서 반발하고 나서는 이유는 이 회의에서 한미 군사안보 분야의 핵심 사안들이 줄줄이 논의되기 때문이다.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한미 군사안보 분야의 핵심 사안들이 논의된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일반 국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SCM은 한미 국방장관급 협의체로서 양국 간 군사안보 분야의 굵직한 사안들을 결정해 왔다.

지난해 38차 회의에서는 '새로운 동맹군사구조 로드맵'을 합의하는 등 한미 양국 간 굵직한 사안들을 결정해 온 바 있고, 이번 회의에는 지난 달 19일 열린 제15차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SPI)에서 논의된 평택미군기지확장 사업, 반환미군기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작업, 유엔사 역할 조정 등의 현안들이 보고된다.

“거리가 멀고 힘들어도 이 집회는 꼭 성사시키고 결의를 만드는 집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날 집회의 포문을 연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의 말이다. 이 의장뿐만 아니라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들의 표정에선 ‘SCM의 폐해’를 국민들에게 알려내야 한다는 절박성이 묻어났다.

이들이 SCM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한미 군사당국간 협의되는 내용들이 6자회담의 순항과 남북정상회담으로 가시권 안에 들어오기 시작한 한반도 평화체제에 제동을 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작전계획, 작전지휘, 병력이동, 무기강매, 파병압력… 하여튼 못된 것은 여기서 결정된다”고 분개하며 “역사발전에 역행하고 도전하는 미국과 국방부는 발전하는 현대사에 범죄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영재 '평화와통일을만드는사람들(평통사)' 미군문제팀장은 “전시 작전통제권이 이양된 뒤에도 공군은 통합운용 한다고 돼 있다.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한미 간 군사구조가 통합형에서) 병렬형으로 바뀌는 것이다”며 “근데 공군을 현행 통합으로 운용하고 미 공군 사령관이 지휘한다고 돼 있다. 이렇게 하면 공군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 참가자들은 전시작전통제권의 온전한 환수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유 팀장은 “현대전의 핵심이 공군전인데, 공군의 작전 통제권을 환수 안 한다는 것은 육군과 해군도 여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작전통제권의 전반을 미군이 운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략과 작전을 한미 양국이 합의하도록 돼 있고, 각급 군사협조기구를 설정하게 돼 있다. 미국의 개입과 간섭 통로를 열고 있다”며 “결국 한국군은 전술적 차원에서 사단과 군단급 지상군의 작전을 미군이 짜주는 것에 따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미연합사를 형식적으로 병력체제로 바꾸면서 유엔사를 강화하려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기만적으로 전작권이 환수되고, 유엔사를 강화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군사주권이 회복되는가?”라고 반문, ‘무늬만 전작권 환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평택 미군기지 기공식 대추리 이장 초청 소식에 ‘격분’도

▲ 이날 3시 30분경 무건리 주민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건리 훈련장 확장을 반대하는 사전집회를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이날 집회에는 현 550만 평에서 1,100만 평 규모로 확장될 계획인 군사 종합훈련장이 들어서 있는 무건리 주민 20여 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본 집회에 앞서 사전집회를 열어 무건리 훈련장 확장계획을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1970년대 말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직천리, 무건리 일대에 조성된 이 훈련장은 처음 350만 평 규모로 조성했으나 현재 550만 평으로 늘어났고, 이로 인해 당시 주민 900여 명이 강제로 내쫓겼다. 이 지역은 20년이 넘도록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졌으며, 1996년부터는 토지 매매거래마저도 금지됐다. 국방부는 이 훈련장을 1,100평 규모로 확대하기 위해 2008년 예산으로 1,390억 원을 책정했다. ‘무건리훈련장백지화대책위’ 주병준 위원장에 따르면, 무건리에서 오현리 일대까지 훈련장이 확장되면 200가구 600여 명이 또다시 터전을 잃게 된다. ‘제2의 평택주민’들이 생겨나는 셈이다.

주병준 위원장은 “노인분들은 ‘내가 죽기 전까지 만이라도 여기 살았으면 좋겠는데…’라고 한다”며 탄식했다.

▲무건리에서 오현리 일대까지 훈련장이 확장되면 200가구 600여 명이 또다시 터전을 잃게 된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평통사 김종일 사무처장은 “대추리.도두리 국민들의 피눈물을 갖고 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무건리 확장을 막으면 군산, 광주 투쟁 살아나고 제주 해군 군사기지 못 짓게 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대추리 주민 44가구가 송화3리로 이사를 한 뒤 7개월여. 이날 집회에선 미군기지 부지조성공사 기공식이 열리는 오는 13일을 ‘그냥 둘 수 없다’는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평택범대위 박래군 집행위원장은 “11월 13일 2시, 1,500명을 모아놓고 ‘우리가 전쟁기지 만들어서 노력하고 있다. 당신들 뜻대로 전쟁기지 만들어 놓겠다’는 약속을 하려고 한다”며 “대추리, 도두리에 들어가서 최소한 재는 뿌려야 한다”고 격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눈물을 삼키며 떠나야 했던 땅에 ‘100년 가는 미군기지’를 세우는 첫 삽을 뜨는 행사를 곱게 둘 수 없다는 박 위원장의 호소에 참가자들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 150여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치고 국방부 인근을 둘러싼 채 '인간 띠 잇기'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박 위원장은 “우리는 평택문제가 한반도의 문제, 모든 국민들의 문제, 동북아.세계의 평화와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했다”며, 군산 무건리 제주 등 군사기지 관련 문제들을 언급 “대추리에서 물러나자 마자 서해안 전쟁벨트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집회의 사회를 맡은 한국진보연대 정용준 반전평화국장은 “(평택기지) 기공식에 (정부가) 신종원 이장을 초청했다고 한다”고 전해, 참가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한국진보연대, 평택범대위, 민주노총, 평통사, 사회진보연대 등 8개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이날 집회는 150여 명의 참가자들이 국방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인간 띠 잇기’를 하는 것으로 오후 5시경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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