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베트남식 개혁 개방 정책인 ‘도이모이(Doi Moi)’ 배우기에 나섰다며 언론들이 떠들썩하다. 이는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이번 달 16~18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으로는 호지민 주석 이래 50년만에 북한을 방문한데 이어, 김영일 북한 총리가 지금 베트남을 공식 방문 중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달 평양을 방문한 농 득 마잉 공산당 서기장에게 베트남의 개혁 개방 노선을 벤치마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김영일 총리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김정일 위원장의 베트남 답방에 앞선 사전 정지작업용”이라고 보도했다. 즉 김영일 총리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곧 있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도이모이 벤치마킹’의 길 닦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배움의 길을 택한 ‘도이모이 학습’이라는 이 당연한 사실이 왜 주목을 받을까? 그 이유는 ‘개혁 개방’ 때문이다. 사회주의 나라에서 개혁 개방의 역사는 1978년 중국 덩샤오핑의 실사구시 노선, 1985년 소련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 그리고 1986년 베트남의 도이모이 정책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번에는 북한 차례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북한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악의적인 사람들은, 북한은 개혁 개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거나 더 나아가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하면 붕괴될 것이라는 어떤 맹신에 집착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편견과 맹신은 북한의 ‘개혁 개방 학습’의 본질을 모르는데서 나온다. 늘 그래 왔지만 이번 사안의 본질도 ‘개혁 개방’에 있는 게 아니라 ‘학습’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은 개혁 개방 정책이든 그 무엇이든 다른 나라의 것일지라도 그것이 우수하다면 평가하고 배우겠다는 의지를 늘상 밝혀왔다. 지난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상하이 푸둥 지구 등 개방 지역을 둘러보며 ‘천지개벽’ ‘신사고’ 등의 발언을 했을 때 언론들은 북한이 본격적인 개혁 개방의 길로 갈 것이라고 성급하게 전망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남측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시한 적이 있는데 이때도 일부 언론에서는 북한이 새마을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는 웃지 못 할 억측을 하기도 했다. 북한의 의도는 중국식 개혁 개방이든 남측의 새마을 운동이든 베트남의 도이모이든, 똑같이 흉내를 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배워 ‘우리식’ 개혁 개방과 ‘우리식’ 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의 개혁 개방과 관련해서는 이미 그 진의가 나온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10월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오전 단독정상회담 직후 옥류관에서 가진 오찬장에서 역지사지에서 북측에 대해 개혁 개방이라는 말을 쓰지 말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 북측 인사들은 ‘개혁’과 관련 “개혁의 반대가 보수인데 우리가 보수를 하냐? 우리는 체제 성격상 ‘계속혁신’한다”고 볼멘소리를 하며, 또한 ‘개방’과 관련 “개방의 반대가 폐쇄인데, 미국이 우리를 밖에서 빗장 걸어놓고는 개방 안 한다고 하니 이게 할 말이냐”며 항변한다. 북한이 베트남의 도이모이를 ‘학습’하는 일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 개방’으로 갈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이 이상한 일일뿐더러 불순하기조차 하다.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학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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