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길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오전 9시5분경, 남측 국가원수로는 정전협정 후 처음으로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넘었다. 역사적인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노 대통령은 MDL을 넘기에 앞서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 간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어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이며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 질 것이다. 장벽은 무너질 것이다”라고 기대를 표했다.

원래 군사분계선에 특별한 표시는 없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하게 50Cm 정도의 폭으로 도로를 가로지르는 노란색 선을 표시했다. MDL을 걸어서 건너는 행위와 ‘금단의 선’을 넘는다는 평화의 메시지는 그 의미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그 속내를 엿보면 못내 아쉽다.

다름 아닌 정전협정에 따르면 누구라도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MDL을 넘어갈 때 군사정전위원회 및 유엔군사령관의 허가를 거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일지라도 예외가 아니다. 남북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유엔사 모자를 쓴 주한미군사령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도 이번에 MDL을 넘기 위해 유엔군사령관직을 겸임하고 있는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통과의례를 거쳤다. 현실이 이렇기에 노 대통령의 MDL 도보 통과가 평화의 메시지라기보다는 분단의 재확인으로 다가오는 것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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