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15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채 미얀마 인근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사라진 ‘KAL858기 사건’이 다시 한번 국가 기관에 의해 재조사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 진실화해위)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5공화국 시절 대표적인 사건인 ‘KAL 858기 사건’에 대해 조사개시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발전위’에 이어 국가 기관로서는 두 번째 조사가 시작된 셈이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에 대한 의혹에 대해 당시 안기부의 사전 개입여부와 KAL 858기의 사라진 원인, 1987년 대통령 선거 활용여부 및 신청인들의 인권침해와 김현희의 북한 공작원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은 2005년 12월 국가정보원이 자체 기관 내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를 설치, 자체 조사를 실시한 사건 중의 하나로서 2006년 8월 1일 중간발표를 통해 1987년 대통령선거에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일명 ‘무지개 공작’차원에서 적극 활용되었다는 중간발표를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국정원 발전위는 아직까지 최종발표를 미루고 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조사개시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정원 발전위 조사결과, 이 사건이 예정된 대통령선거에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공작(‘무지개 공작’) 차원에서 적극 활용되었다는 사실은 규명하였으나, 진실규명에서 가장 중요한 조사대상인 김현희를 비롯한 당시 안기부의 핵심 간부들을 조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건을 둘러싼 세간의 의혹을 전혀 풀지 못한 상태”라는 점을 들었다.

진실화해위는 10일 전원위원회에서 KAL858기 사건 외에도 “1974년 8.15 광복절 기념 행사장에서 발생한 ‘8.15 저격사건’과 유신시대 대표적인 인권침해사건인 ‘오종상 긴급조치 위반사건’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를, ‘납북어부 서창덕 간첩조작의혹사건’에 대해서는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일동포 2세 문세광 씨가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다 육영수 여사를 사망케한 사건으로 알려진 ‘8.15저격사건’도 그간 세간에서 꾸준히 의혹이 제기돼온 사건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책위.가족회 성명, "진실 밝혀지기를 희망"

한편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와 ‘KAL858기 사건 가족회’는 11일 환영 성명을 통해 “KAL858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가슴 아픈 역사의 그늘이 걷히기를 바랄뿐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명 전문 보기]

성명은 “오늘, 진상규명신청 6개월 만에 KAL858기 사건에 대한 조사개시 결정이 발표된 것이다”며 “우리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개시 결정을 환영하며, 진지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를 희망한다”고 표명했다.

특히 그간 제기된 핵심 의혹들에 대해 △안기부의 사전인지 또는 개입 여부 △KAL858기 실종 원인 △‘무지개 공자’의 실체 △실종자 가족 인권침해 여부 △김현희의 북한 공작원 여부 등이라고 재정리했다.

성명은 “오직 진실이 밝혀지는 것 하나만을 위해 지난 20년을 살아왔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KAL858기 사건과 더불어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조작되고 날조된 모든 사건들의 진실이 하루속히 밝혀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KAL858기 가족회’ 차옥정 회장은 이번 진실화해위의 조사개시 결정에 대해 “조사신청을 해두고 개시결정을 기다리며 불안하고 힘들었는데 조사한다고 하니까 이제는 진상규명이 되려나 보다 싶다”며 “국정원에서 조사한다고 해서 가족 입장에서는 믿었는데 기만당했다. 여기서 만큼은 제대로 조사돼서 진상규명이 되길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조사개시 및 직권조사 사건 개요

1. KAL858기 사건

○ 신청인 : 차옥정 외 72명(실종자 유가족)

□ 사건 개요
○ 1987. 11. 28.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을 출발하여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아부다비를 경유, 태국 방콕을 거쳐 서울로 향하던 KAL 858기가 11. 29. 미얀마 근해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폭발 추락하여 승객, 승무원 등 115명이 전원 사망한 사건으로, 당시 당국은 수사결과 “88서울올림픽 참가신청 방해를 위해 대한항공여객기를 폭파하라”는 김정일의 친필 지령을 받은 북한 공작원 김승일, 김현희에 의해 저질러진 행위라고 발표하였음

□ 조사개시 필요성
○ 위와 같은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 사건에 대해서는 세간에서 많은 의혹이 제기되었던바,
○ 2005. 12. 국가정보원은 자체 기관 내에 ‘과거사건진실규명을통한발전위원회’를 설치, 과거 국정원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의혹과 오해를 받아온 사건들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시행한바 KAL858기 사건은 그 하나로서, 지난 2006. 8. 1. 조사 중간발표를 한 바 있음
○ 국정원 발전위 조사결과, 이 사건이 예정된 대통령선거에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공작(‘무지개 공작’) 차원에서 적극 활용되었다는 사실은 규명하였으나, 진실규명에서 가장 중요한 조사대상인 김현희를 비롯한 당시 안기부의 핵심 간부들을 조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건을 둘러싼 세간의 의혹을 전혀 풀지 못한 상태였음
○ 이에 실종자 가족들은 이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진상규명과 더불어 자신들을 정신적·물리적으로 억압하는 등 광범위한 인권침해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2006. 11. 15.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하였음
○ 이 사건에 대해서는 수많은 의혹 사항들이 제기된바, 크게 보면 대략 다음의 5가지로 모아짐
가. 이 사건에 안기부가 사전인지 또는 개입하였는가
나. KAL858기가 사라진 원인은 무엇인가 : 폭파인가 추락인가 아니면 실종인가
다. 이 사건을 1987년 대통령선거에 활용하였다는 ‘무지개 공작’의 실체는 무엇인가
라. 실종자 가족들이 정권에 의해 반북선전 차원에 활용되고, 공안기관의 감시와 미행 등 정신적, 물리적으로 인권침해를 당했는가
마. 이외 김현희의 북한 공작원 여부(어린시절 사진, 조선로동당증, 가족관계, 행적, 자필진술서에 북한식 표기로 쓰여지지 않은 점 등)와 평양 출발 이후 그의 행적을 둘러싼 의혹 등


2. 8·15저격사건

□ 사건 개요
○ 1974. 8. 15. 제29회 광복절 경축행사장에서 육영수 여사가 저격당하여 사망하였고, 현장에서 체포된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이 사건 저격범으로 중앙정보부 및 검찰의 수사를 받은 후 법원의 1,2,3심의 재판을 거쳐 국헌문란목적살인 등의 혐의를 확정 받아 1974. 12. 20. 사형을 집행당한 사건으로,
○ 이에 대하여는 비표도 없는 문세광이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경위, 우리 수사당국의 수사결과와 일본 수사결과의 상이, 격발자 및 그 탄착점, 탄두의 개수 및 감정여부 등과 관련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바,

□ 조사개시 필요성
○ 본 사안은 당시 대통령 영부인 저격 사건이라는 그 역사적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전일인 1974. 8. 14. ‘김대중 납치사건 수사종결’ 발표로 일본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던 시점에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당시부터 조작 의혹이 제기된 바 있으며
○ 수사기록상으로도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청와대 경호실 지시로 이례적으로 그 경호가 완화되었으며 문세광이 식장으로 들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경호원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는 점, 총탄에 대한 회수와 감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확인되는 등 여러 의혹이 발견되었는바,
○ 관련자들의 진술 확보, 사건현장에 대한 실지조사 등 전반적이고 심도 있는 조사의 진행을 통한 이 사건 실체 규명이 절실히 요청됨


3. 오종상 긴급조치 위반사건

□ 사건 개요
○ 피해자 : 오종상
○ 1974. 6. 버스에 동석한 여학생에게 유신정책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였다는 혐의로 긴급조치 1호 및 반공법(찬양․고무) 위반으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되어 가혹행위를 당하고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만기복역한 사건임
○ 오종상은 평택군 평택읍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군교육청 주최 웅변대회에 참석하러 가는 옆 좌석 여학생에게 저축, 수출증대 같은 것은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는 발언을 하고, 며칠 뒤 위 학생이 오종상의 집에 찾아온 자리에서 재차 유신반대발언과,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발언(‘유신헌법체제하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으니 차라리 이북과 합쳐서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을 하였다는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되어 1주일간 가혹행위를 당하였다고 하는 사건임
○ 위원회는 위 사건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 제2조 제1항, 제6호에 의거하여,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 진실규명이 필요한 사건’으로 인정하여 직권조사를 의결함

□ 조사개시 필요성
○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는 1974. 1. 8. 유신헌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헌법개정청원운동’을 처벌하기 위해 발동되어 유신헌법을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자는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었던바,
○ 본 사건에서와 같이 긴급조치로 인한 인권침해는 중대하였던데 비해 그 피해자에 대한 구제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당시 긴급조치의 피해실태를 파악하고 진실을 규명하고자 위원회가 직권조사하는 것임
○ 또한 위 사건에서 피해자 오종상은 중앙정보부에 연행되어 수일간 감금된 채 처남(사상계 편집장 출신으로 당시 도피중)의 소재를 추궁당하며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에 대한 실체관계를 파악할 필요성이 매우 높음


4. 납북어부 서창덕 간첩조작사건

□ 사건 개요
○ 신청인 서창덕은 승룡호의 선원으로 조업 중 1967. 5. 28. 북한 경비정에 피납되어 9. 28. 귀환, 1969.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징역2년, 자격정지2년, 집행유예3년을 선고, 그로부터 14년 뒤인 1984. 5. 26. 전주보안대 소속 군인들에 의해 연행되어 국가보안법 제4조제1항제2호(기밀탐지), 제7조제1항(찬양고무), 형법 제98조제1항(간첩), 구국가보안법제2조(군사목적수행) 위반 혐의로 11.15.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이후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각각 기각됨
○ 신청인은 판결문상에 나타난 자신의 범죄행위는 모두 수사기관의 장기간에 걸친 구타․고문 등 가혹행위를 통한 조작에 의한 허위의 사실이라고 주장, 간첩이라는 오명으로 이혼 당하고 자식이 백안시하고 형제가 외면하는 등 피해를 입었고, 현재까지도 고문과 폭행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함

□ 조사개시 필요성
○ 기록에 따르면 최소한 33일간 영장 없는 불법구금 상태였고, 신청인 및 주요 증인에 대한 고문․가혹행위가 확인되었음
○ 신청인의 범죄사실과는 관계없는 가계의 좌익 부역사실, 고모부의 간첩사건 등이 송치기록으로 제출되어 연좌제에 의한 예단을 확인
○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국군보안부대의 민간인 수사 사실과 위법한 수사로 범죄사실 조작 여부

<자료 - 진실화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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