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이계환 기자가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 주최 ‘평양-백두산 참관’(평양문화유적참관단, 6월28일-7월2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아울러 겨레하나는 주요 대북 협력사업 중에 하나인 김일성종합대학에 있는 항생제 공장도 현장방문하였다. 이 기자가 겨레하나와 모든 일정을 함께 하면서 느낀 소감을 참관기사 형식으로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특히 이번 백두산 참관은 3년만의 일로서, 북측 민화협 정덕기 부회장은 “(겨레하나의) 백두산 참관 등반은 처음이라서 특혜”라고 말했다. 백두산은 그간 보수공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겨레하나 관계자는 “겨레하나가 지난 2005년 ‘아리랑’ 축전 첫길을 연 이래 이번 백두산 참관을 계기로 앞으로 남측 사람들에게도 백두산 참관의 첫 문을 열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편집자 주


▲ 지난 6월 28일 '겨레하나 평양유적참관단'이 평양공항에 도착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6.15행사가 잘 안됐다.”

정덕기 민화협 부회장은 남측 참관단 주요 인사들과의 평양공항 귀빈실 상면 인사말에서 정세 평가에 이어 지난 6.15민족통일대축전에 대해 이렇게 한마디로 평가했다.

아울러 “북쪽 인민들 감정이 그렇다”고 덧붙이고는 “한나라당 패거리들이 행사를 제동 걸고 방해를 했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표정이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보다 넓은 개념인 '정세'가 좋기 때문인 듯싶었다. 하지만 할말은 꼭 하고 잘못된 것은 꼭 고쳐야겠다는 투였다.

정 부회장은 “원래 우리가 한나라당을 안 받으려 했다”면서 그 이유로 “한나라당은 6.15공동선언을 반대하는 것을 넘어 폐기를 주장했다. 그 외에도 퍼주기라 하고 전쟁불사도 주장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정 부회장은 “남에서 반대도 있겠지만 우리 북에서도 한나라당을 반대한다. 한나라당 하면 ‘전쟁과 대결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6.15민족통일대축전(6.15대축전)에서 민족단합대회가 파행된 것에 대해 길게 얘기하려 하다가 시간이 지연되자 “한나라당은 개별인사들로 왔다. 북에서 그렇게 승인했다. 그런데 대회에서 주석단에 앉겠다고 했다. 그래서 문제가 복잡해졌다”고 말하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했다.

북측 민화협 성원들의 최대 관심사, 민족단합대회 파행 문제

▲ 만찬장에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격의없이 오갔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이번 6.15대축전에서 민족단합대회가 파행된 것과 관련, 그 원인에 대한 사실(fact) 여부와 평가는 북측 민화협 성원들에게 최대 관심사였다. 아울러 남측에서 이번 6.15대축전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이번 겨레하나의 평양-백두산 참관단의 방북이 6.15민족통일대축전 이후 이뤄진 남측의 첫 대규모 방북이어서 그런지, 북측은 남측 기류에 민감해했고, 안내를 맡은 민화협 성원들의 숫자도 평소보다 많아 보였다.

기자는 4박 5일 방북 기간 내내 이들 북측 민화협 성원들과 6.15대축전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대부분의 민화협 성원들은 6.15대축전에서 민족단합대회가 파행된 것과 관련 남측 언론보도를 상세히 물으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입장과 목소리가 남측에 정확히 전달되기를 바랐다.

기자는 특히 참관 3일째인 대동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대동강 풍광을 감상할 때는 북측 민화협의 관계자와 이 문제에 대해 문답식으로 길게 얘기할 수 있었다.

‘주석단 11인 안’이 민족단합대회 성사의 분수령

▲ 6월 30일 겨레하나 참관단은 대동강 유람선에 올랐다. 6.15대축전 당시에도 민족단합대회를 마치고 15일 오후에 대동강 유람선을 탈 예정이었지만 대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취소됐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지금은 널리 알려졌지만, 이 관계자가 밝힌 민족단합대회 파행의 원인과 대책을 중심으로 해서 기자가 만난 북측 민화협 성원들의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 관계자는 이번 민족단합대회가 파행된 직접적 원인으로 된 한나라당 의원의 방북초청과 주석단 배치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북측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초청한 것은 맞는데 개별자격으로 초청했으며, 주석단 배치 문제는 이름만 통보되었기에 누군지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현장에서 자리 배치 문제로 다투다가 뒤늦게 한나라당 의원인 것을 알게 되자 여기서부터 완전히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여기까지는 우리의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그 말뜻은 한나라당 의원을 공식적으로 개별초청은 했지만 주석단에 오르는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데도 미처 점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 의원이 주석단에 오르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 점에 거듭 잘못을 시인하고는, “그 이후가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어차피 사고는 터진 것. 즉 이후 대책을 세워야 했다는 것이다.

이때 북측이 내 놓은 안은 이른바 ‘주석단 11인 안’이다. 15일 오후 북측은 지연되고 있는 민족단합대회 진행을 위해 6.15남북해외공동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연설자와 사회자만 주석단에 앉는 ‘주석단 11인 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 합당한 제안을 당시 남측이 왜 안 받았는지 이상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다.

‘주석단 11인 안’이 민족단합대회 성사의 분수령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남측은 북측의 이 제안을 하루가 넘은 16일 저녁에서야 받아드려 합의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백낙청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처음부터 북측의 제안을 덥썩 받았다고 하면 대회를 빨리 여는 결과가 됐을지 모르지만 우리 내부에 엄청난 갈등이 생겼을 것이고, 이번 대회가 무산됐어도 엄청난 갈등이 생겼을 것이다”며 “지금(16일 저녁 이후) 대회를 하는 것이 다른 두 어느 경우보다 더 나은 결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총평한 바 있다.

“6.15남측위에 책임소재 묻겠다”

▲ 참관단은 묘향산과 백두산을 둘러봤다. 사진은 묘향산 보현사 대웅전 전경.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다음으로, 이 관계자는 두 가지 평가를 내놨다.

하나의 평가는 “한나라당과 다시는 상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파행의 당사자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의 한나라당 책임론은 북측의 공식 입장을 대변한 것이었다.

북측은 지난 6월22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보도 제931호 발표를 통해 “이번 축전이 진통을 겪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한나라당’ 때문”이라고 적시한 바 있으며, 7.4공동성명발표 35돌 대변인성명에서는 “그들(한나라당을 비롯한 극우보수세력)은 서울에서 반6.15집회니, 시위니 하는 광대극을 벌리다 못해 평양에까지 기어들어 북과 남, 해외가 모인 신성한 통일행사를 파탄시켜보려고 어리석게 책동하였다”고 지적했다.

다른 하나의 평가는 이번 파행의 책임소재를 가려 응분의 대가를 치르자는 것이다.

이 민화협 관계자는 북측은 자숙하고 있다며 남측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도 한 발 더 나아가 6.15남측위원회(6.15남측위) 책임론을 제기했다.

15일 오후 ‘주석단 11인 안’을 6.15남측위가 받았으면 평양시민들도 허탕을 치지는 않았고 또 민족단합대회도 이틀씩이나 지연되지 않을 것을 6.15남측위의 판단 착오로 대회를 그르쳤으며, 그 과정에서 6.15남측위가 한나라당을 비호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파행 책임이 한나라당과 그에 동조한 6.15남측위 일부에 있다는 ‘한나라당-6.15남측위’ 동반 책임론을 거론한 것이다.

기자가 6.15남측위 책임론이 무엇을 뜻하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6.15남측위 특정 인사를 지칭하며 퇴진 요구를 했다. 그러면서 이 인사는 “우리는 지금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8.15대회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 백두산에서 북측 안내원의 해설을 경청하고 있는 참관단.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한편, 일각에서는 민족단합대회 파행 진행이 8.15대회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8.15남북공동행사는 남측에서 하기로 되어 있으며, 남측에서는 행사지를 부산으로 결정해 놓고 있다.

기자가 민화협 성원들에게 "8.15때 남측에 와야죠" 하고 말했더니 대부분이 "이번 6.15가 이랬는데 남측에서 열겠습니까" 한다. 그래서 기자가 다시 "북측에서 가겠다고 하면 성사될텐데 왜 그러냐"고 하자, 이들은 “먼저 6.15에 대한 책임소재가 가려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측은 남측에 6.15대축전 파행에 대한 인책론을 요구하면서 그 정도에 따라 8.15대회 참가 정도를 저울질하는 것 같았다.

이같은 북측 민화협 성원들이 밝힌 6.15대회 파행의 원인규명과 인책론 요구 그리고 8.15대회 견해 등이 북측의 공식적인 견해는 아니더라도, 북측의 일반적인 정서에서 나온 것이고 또한 북측 민화협 성원들 대부분의 입에서 한 목소리로 나왔다는 점에서 일단 ‘총화’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파행으로 진행된 민족단합대회에 대한 북측의 견해는 완고해 보였다. 6.15공동선언 발표 7돌을 지나면서 남북 모두에게 혁신의 순간이 오고 있으며, 그 혁신의 하나로서 어느 측도 이번 민족단합대회 파행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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