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15일 부산 민주공원 소극장에서는 부산지역 장기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행사가 열렸다. 행사를 마치고 장기수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모두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강정호 통신원]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15일 저녁 7시30분 부산 민주공원 소극장에서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부산경남연합(이하 범민련 부경연합)과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주최로 부산지역 장기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행사가 열렸다.

행사는 굿패 영산마루의 풍물판굿이, 참석한 100여 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흥겹게 어울리면서 시작되었다.

이 날 사회를 맡은 범민련 부경연합 신임 사무처장 김정애 씨는 “스승이 사라진 이 시대에 우리들의 사표로 서 계시는 선생님들을 모시고 오늘 이 곳 민주공원에서 장기수 선생님을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이라는 행사로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선생님들을 모시게 되었다”고 행사 취지를 알렸다.

김 사무처장은 “특히, 지난 13일은 고 이상철 선생님의 49재가 되는 날”이라고 상기를 시킨 뒤 “통일의 여명이 밝아오는 이 시기에 한 평생 통일을 위해 험난한 길을 헤쳐오신 선생님들의 정치적 생명을 우리 후대들이 정말 곱게 잘 받들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민족의 역사와 함께 고동쳐온 선생님들의 심장에, 오늘 이 후배들이 붉은 꽃 한 송이 곱게 바치려 한다”며 여는 말을 대신했다.

이어 카네이션 달아주기 행사가 진행되었다.

▲ 장기수들 가슴에 학생들이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강정호 통신원]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장기수를 비롯한 지역 원로들에게 한 어린 학생이 짧은 감사의 글을 낭독하고, 곧이어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삶과 실천의 스승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통일운동가들의 귀감이 되어 줄 것을 당부하며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

카네이션을 받은 지역의 원로대표를 대표하여 6.15공동위 부산본부 이정이 상임대표가 눈물을 흘리며 화답했다.

▲ 카네이션을 받은 지역의 원로대표를 대표하여 6.15공동위 부산본부 이정이 상임대표가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강정호 통신원]
이정이 상임대표는 “고 이상철 선생님을 떠나보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면서 “한 평생 오로지 조국의 자주와 민주, 통일을 위해 제 한 몸 돌보지 않고 살아오신 선생님들이 통일조국의 품에 안겨보지 못하고 이렇게 한 분 한 분 떠나가는 것이 너무도 원통할 따름이다”고 이상철 선생을 추모했다.

계속해서 이 상임대표는 “이미 그 생명이 다한 국보법이 아직도 우리 선생님들의 발목에 족쇄를 채워 통일조국으로 가는 길을 붙잡고 있다. 다가오는 5.18 광주 영령들에게도 볼 면목이 없지만 절대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하고는 “오늘 이 자리에서 선생님들과 부산지역 통일일꾼들이 힘을 합쳐 다가오는 6.15와 815를 성대히 성사시켜내서 하루라도 빨리 통일조국을 안아 와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서 젊은 예술인 포럼(굿패 영산마루, 노래패 고구려, 평상필름, 시인 이나라)과 노래패 사람들, 동아대 노래패 연합이 공동으로 준비한 공연, 장기수들의 평생의 삶과 의지를 표현한 ‘조국이 그대 심장에 꽂아준 꽃 한 송이’가 노래, 글굿, 무언극 등으로 이어지자 장기수들을 비롯한 소극장 곳곳에서는 울음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공연이 끝난 후 부산 민중연대 안하원 공동대표가 그간 후원사업에 대한 경과보고를 하였다.

안 대표는 “장기수 선생님들은 우리 인생과 삶, 그리고 통일운동의 영원한 스승”이라고 한 뒤 “늦었지만 우리가 선생님들의 여생을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차에 뜻있는 부산지역 단체들이 후원회를 결성하기로 마음을 먹고 더 이상 선생님들이 경제적 문제로 병원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기로 했다”고 후원회 결성 소식을 알렸다.

이어서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 속에서 장기수들을 무대 중앙으로 맞이하였다. 장기수들은 한 사람씩 짧지만 열정적인 발언을 했다.

▲ 장기수들은 한 사람씩 짧지만 열정적인 발언을 했다. 왼쪽부터 박순자, 하태연, 김동수, 구연철, 한창우, 안학섭 장기수들. [사진-통일뉴스 강정호 통신원]
박순자 장기수는 “처음 후원회 결성에 반대했다. 그 후원회에 모을 돈이 있다면 모두다 남김없이 통일운동하는 데 써야 된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라고 한 뒤 “그래도 이렇게 동지들이 함께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태연 장기수는 “너무나 원통하게도 치매라는 놈이 나의 정신을 앗아가고 있다. 기억력도 떨어지고 몸도 불편하지만 동지들을 만나고 싶어 이렇게 찾아왔다” 하고는 “동지들에게 드릴 것은 없고 노래 하나 부르겠다”고는 ‘일송정 푸른 솔은~’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수 장기수는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하루라도 빨리 미국과 한나라당을 이 땅에서 몰아내고 자주로운 조국을 안아오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한창우 장기수는 “분단 반세기를 넘어 이제는 우리에게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구연철 장기수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조성된 당면 정세는 쥐도 궁지에 몰리면 마지막 발악을 한다는 옛 말을 떠올리게 한다”며 새 시대를 주동적으로 맞아하자고 말했고, 안학섭 장기수는 “부산으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오늘 이 자리에 불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며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장기수들의 발언에 이어 참가자들 모두가 ‘청춘’ ‘조국을 위하여’ 노래를 합창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밤 9시경 행사를 마쳤다.

다음은 이 날 공연에서 낭송된 이나라 시인의 시다.

에필로그

저 산 너머 저 언덕에는 무슨 꽃이 피어 있을까
그 꽃을 찾아 한 소년이 달려갑니다
그 소년의 모습을 기억하시나요
그 소년의 이름을 불러보신 적 있으신가요
언덕을 넘고 내를 건너
핏줄처럼 불거진 산을 내달려온
작고 여린 짐승을 어여삐 여기고
선하고 어질게 사는 사람들을 사랑했던
어린 소년의 가슴에
붉은 꽃으로 안기렵니다
모진 역사의 길을 걸어오신 흙발 흙손에
입을 맞추렵니다
조국이 그대들의 심장에
늙어도 청춘인 그대들의 심장에
죽어도 북소리처럼 고동칠 드대들의 심장에
영생의 심장에
꽃 한송이 건넵니다
조국의 봄날 들녘처럼
환하게 웃으며 달여와 주시니
감사합니다 선생님

▲ 행사장 주변에[서는 장기수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강정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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