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첫 전체회의가 제때 열리지 못하고 남측 위원장의 기조발언에 항의해 북측 대표단이 회의장에서 철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회의가 본 궤도에 접어들었다.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제13차 경추위 회의는 회담 사흘째인 20일, 남북은 서로 공동보도문 초안을 교환하고 본격 협상에 들어갔다.
양측은 오전 10시부터 30분간 남북 위원장 접촉을 통해 전날 남측이 기조발언에서 ‘2.13합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경색됐던 분위기를 털어내기 위해 애썼고 현안문제 협의를 위해 회의를 정상화시키기로 합의했다.
남측 위원장인 진동수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전날 북측 대표단의 전체회의 퇴장에 대해 "어제 부분에 대해서 유감을 피력하고 이런 일이 다시 있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회담 관계자도 "위원장 접촉과 위원간 접촉에서 2.13합의 초기조치 이행이 북측에 부담을 주려는 게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이행해달라고 이야기했다"며 "북측은 별다른 반응 없이 듣기만 했다"고 전했다. 또한 "회의 진행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오해가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당국자, "쌀, 특별히 쟁점화 되지 않을 듯"
이어 오전 11시부터 1시간 반동안 위원접촉을 갖고 공동보도문 초안을 교환하고 본격적인 현안 논의에 들어갔다.
회담 관계자는 위원접촉 결과에 대해 설명하며 "열차시험운행 등 제기된 경협 의제 협의를 했다"며 "쌍방 보도문안을 중심으로 이견을 좁혀나가는 후속회의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쌀 차관제공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논의는 있었지만 세부적 논의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며 "장관급회담 논의에 대한 후속조치를 말하는 것이니 특별히 쟁점화 되지는 않을 듯 하다"고 전해 사실상 쌀 40만톤 제공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열차 시험운행 문제에 대해서는 "열차시험운행과 경공업 자재지원 관련해서는 그동안 쟁점화 되었던 부분에 관해 서로 의견교환만 1차적으로 했다"며 시험운행 날짜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차이가 별로 없다"고 말해 5월중 열차 시험운행이라는 큰 틀에서의 의견접근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경공업 원자재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북에서는 (열차 시험운행과)가장 근접한 시간에 경공업 자재를 받기 희망했다"며 "우리 내부적으로 걸리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했고 북에서도 이해하는 수준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전해 열차 시험운행 이후 일정한 남측 내부의 절차와 과정을 거친 뒤 경공업 원자재가 지원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북측을 설득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측이 전날 기본발언에서 제기한 개성공단내 북측 은행 개설, 라진선봉지구 원유화학공업기지 건설 등 새로운 의제들에 대해서는 "논의해 봐야 알겠으나 판을 벌이기 보다 벌인 판 가지고 구체화해야 할 듯 하다"고 답해 남측은 이번 회담에서는 이같은 의제들에 대한 본격 논의는 미룰 것으로 보인다.
주동찬, " 14차회의서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만나자"
진동수, "합의를 이루기에 충분한 시간 있다"
남북의 경추위 대표단은 오후 4시경 전날 미뤄두었던 김책공업종합대학 전자도서관 참관에 나서 첫 평양 나들이를 함께 했으며, 오후 7시부터는 북측 주동찬 위원장이 주최하는 환송 만찬장에 나란히 앉았다.
전날의 파격과 갈등을 딛고 본격적인 협상과 참관 등이 이루어진 탓인지 남북 위원장들의 만찬사도 잘 해보자는 취지를 담았다.
북측 주동찬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쌍방은 민족과 겨레 앞에 지닌 책임과 사명을 자각하고 서로 마음과 뜻을 합쳐 나감으로써 일련의 문제들에서 긍정적인 합의를 이룩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번 제13차회의를 단순히 경제인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실무적 과정으로서가 아니라 민족경제의 통일적 발전을 바라는 우리 민족 앞에 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지위를 검증받는 중요한 계기로 생각하고 그 성과적 실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여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쌍방 대표들이 자기 앞에 지닌 사명과 임무를 자각하고 헌신분투하여 이번 회담에서 훌륭한 합의를 이루고 성실히 리행함으로써 앞으로 있게 될 제14차회의에서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희망섞인 건배를 제의했다.
남측 진동수 위원장도 "우리는 이미 합의한 사업들의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남북간의 경제협력을 심화.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하여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중이다"며 "일부 의제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좀 더 많은 쌍방간 토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진 위원장은 "우리에게는 하루 더 기회가 남아 있고, 이는 우리가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으로 좀 더 지혜를 발휘해 나간다면 보다 많은 부분에서 합의를 이루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남과 북의 우수한 경제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우리는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가 있을 것이다"고 역시 희망적 전망을 내놨다.
회담 마지막 날인 내일(21일)은 오후 2시에 종결회의를 갖고 공동보도문을 채택할 예정이며, 남측 대표단은 종결회의를 마치고 전세기 편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 기자명 평양=공동취재단/김치관 기자
- 입력 2007.04.2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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