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일고 있다. 북미는 한반도 핵문제를 발생시킨 근본원인이었던 적대관계 청산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였고, 경색되었던 남북관계도 서서히 복원되고 있다. 또한 2.13합의 실현을 위한 6개국 간의 다양한 대화들이 열리고 있다. 바야흐로 한반도에 짙게 깔렸던 냉전의 장막이 서서히 걷히면서 평화의 꽃봉오리가 만개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한반도 긴장완화와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내외의 근심과 우려를 사고 있다. 바로 3월25일부터 진행되는 RSOI/FE 때문이다.

RSOI/FE는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다는 명목아래 방대한 미 증원군 병력과 전쟁장비들을 전선에 신속히 투입, 전개하는 ‘전시증원연습’과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군사연습’을 통합한 대규모 한미연합작전이다.

미국은 팀스피리트합동군사연습이 중지된 후, RSOI/FE를 통해 북침작전능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전쟁계획들을 검토, 완성하면서 대북 전쟁책동을 확대해왔다. 특히 RSOI/FE는 북한에 대한 핵선제공격과 평양 점령을 목표로 한 ‘작전계획 5027’에 철저히 입각해 전개된다.

한미연합사령부는 매번 이 전쟁연습이 진행될 때마다 “연례적 연습”과 “방어적 성격”을 내세우고 있지만, 앞서 살펴보았듯이 RSOI/FE는 한미 당국의 주장과 달리 그 내용과 성격에서 철저히 침략적이다. 하여 기술적으로 정전상태에 놓여있는 한반도는 RSOI/FE로 인해 전쟁이라는 예측불허의 사태가 벌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

한미당국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RSOI/FE를 무조건, 즉각 중단해야 한다.

우선, 이번에 진행될 ‘07 RSOI/FE는 동원되는 병력과 무력 면에서 그 침략성과 위험성이 어느 해보다 강화되었다는데 이유가 있다.

지난해 12월,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번 전쟁연습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6일, 한미연합사령부는 이번 연습에 미 본토와 하와이에 있는 미군 6천여명과 주한미군을 포함한 2만 9천여명의 미군이 참가하고, 핵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와 F-117 스텔스 전투폭격기(전폭기) 등이 투입된다고 발표하였다.

2006년도 RSOI/FE에 참가했던 병력 규모와 비교해 볼 때, 올해 미 증원군은 지난해 3천여명에서 이의 2배로, 총인원에서도 지난해 2만여 명보다 늘어났다.

문제는 병력의 규모가 커진 것만이 아니라 RSOI/FE에 참가하는 무력이 연초부터 한반도 곳곳에서 진행되는 예비훈련의 연속과정에서 진행되고 있어 그 위험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전쟁연습에 동원되는 로널드 레이건호는 지난 2월24일, 이미 일본 사세보항에 기항하여 작전수행중에 있다. 게다가 지난 1월11일, 군산에 배비된 F-117 스텔스 전폭기 1개 대대는 13일과 14일, KC-135로부터 공중 급유를 받으며 전라도와 경기도, 강원도, 서해안 일대 상공을 돌면서 항법비행연습과 지상대상물 타격연습을 벌였다.

그리고 미7항공소속 F-16 전투전폭기, A-10 습격기들과 협동으로 지형숙지, 각이한 기상조건과 전투정황 속에서 공중목표 포착과 공중전연습, 근접항공지원과 지상목표 연속타격연습, 레이더 유도폭탄 투하연습 등을 진행해왔다.

결국 연초부터 화약내를 뿜어내던 각종 전쟁무력들이 이번 전쟁연습에 집결하여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RSOI/FE를 벌리려는 것은 기회를 틈타 한반도 전쟁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RSOI/FE의 침략성과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음은 화해와 평화, 대화와 협력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현 정세로부터 요구된다.

극한 대결과 대립, 전쟁위기로 치닫던 한반도는 6자회담과 2.13합의에 따라 핵문제 해결의 평화적 길이 열리고 있다. 그야말로 언 땅을 녹이는 촉촉한 대화의 봄비가 모처럼 만에 한반도에 내리기 시작했다.

북미는 실무그룹회의를 통해 관계정상화 실현을 위한 제반 문제를 논의하였고, 남북은 20차 장관급회담을 개최하여 2.13합의의 성실한 이행과 한반도 평화 실현, 그리고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남북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합의하였다. 세계는 이런 긍정적인 흐름과 분위기에 지지와 기대를 보이며, 더욱 활발한 대화와 협력이 진행되어 좋은 성과가 연이어 맺어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당국은 대화를 끝내기가 무섭게 돌아앉아 북한을 반대하는 침략적 전쟁연습인 RSOI/FE를 진행할 것을 발표하였다. 이는 앞에서는 대화와 평화를 외치고, 뒤에서는 총과 칼을 겨누는 것으로 된다. 한미 당국이 이러한 행태는 대화 상대방을 부정하고 우롱하는 것으로 된다. 동시에 대화의지를 의심케 하고 합의의 진실성과 실천의 이행을 가로막는 것으로 된다.

한미 당국이 겉과 속이 다르게 대화 상대방을 기만하는 것은 긴장완화와 관계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사태의 악화, 대결과 전쟁을 추구하겠다는 의사로 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 결국 RSOI/FE는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방해하고 북미․남북관계를 다시금 위기로 내몰며 한반도 정세를 다시 대결과 대립을 고취하는 부정적 결과만을 낳을 것이다.

2.13합의로 조성된 대화와 협상국면은 한반도 평화체제 나아가 동북아 평화체제 실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2.13합의에는 상호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한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고 동북아에서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한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확인하였다.

미국은 ‘행동 대 행동’에 입각하여 2.13합의에 어긋나는 단 하나의 대북 적대행위를 더 이상 해서는 안 되며, 6자회담의 전진을 방해해서도 안 된다. 미국은 RSOI/FE를 즉각 중단하고,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무력증강책동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에 편승한 대북 적대정책과 전쟁책동의 일환인 RSOI/FE 참가를 즉각 거부해야 한다. 또한 민족의 이익을 훼손하는 외세추종행위를 당장 그만두고 예속적인 한미군사동맹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반도 평화의 주인은 우리 민족이며, 그 힘도 우리 자신에게 있다. 우리 민족은 민족중시, 평화수호, 단합실현으로 당면한 RSOI/FE 반대투쟁과 함께 강력한 반미반전, 미군철수 투쟁으로 한반도 평화실현과 통일, 번영할 미래를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