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후 3시 대전지법 서산지원 제108호 법정에서 '만리포 한미상륙훈련 반대 기자회견' 관련 2차 공판이 진행됐다.사진은 재판이 열리기 전 법정 안 모습.(법정 밖에서 창을 통해 촬영)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3월말 한국전역에서 한미연합으로 실시되는 'RSOI/FE(전시증원연습/독수리연습)'이 '대북침략전쟁연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RSOI 일환으로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진행된 한미상륙연습 반대 '기자회견'에 대한 공판이 속행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공판에서 검찰 측은 범민련 남측본부 이규재 의장 등 만리포훈련 반대 '기자회견' 참가자 7명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주장하고 있지만, 피고인들은 '한미상륙연습이 적법한 공무가 아닌 이상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다'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재판부가 이 사건에 대해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한미상륙훈련의 적법성'에 대해 판단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군사문제로 베일에 싸여있던 RSOI 및 한미상륙훈련의 위법성이 드러날 지 주목된다.

법정에서 제기된 한미상륙훈련의 '침략성'

16일 오후 3시 대전법원 서산지원 제108호 법정에서 형사1단독(재판장 진광철)으로 열린 2차 공판에서 피고인과 변호인 측은 한미상륙연습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며 헌법 및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반대신문에서 "2006년도 한미군사훈련의 근거가 된 5027-04에 따른 반격전의 핵심은 공군, 지상군, 해군 및 해병대의 합동 전력에 의한 공중우세를 장악한 속에서 한미연합해병대가 동서해안에 상륙해 제2전선을 구축하고 특전부대의 내륙침투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평양을 포위하여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킨다는 것"이라고 훈련 내용의 침략성을 지적했다.

또 당시 만리포 상륙훈련의 가상상황으로 "한미연합군이 전선에서 총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각 구성군 사령부의 합동작전으로 북한의 해안방어부대 및 지원포병을 무력화시키고, 지대함 미사일, 방공 미사일, 지휘통신시설 등 북한 전략거점에 대한 타격과 평양 인근의 거점 확보로 상륙작전을 실시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한 후, 한미연합사령관이 평양 점령을 결심하고 한미연합해병대에 의한 북한 서해안 지역 상륙작전을 실시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훈련이 작계5027-04의 3단계 2부에 해당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며 이같은 내용이 당시 훈련통제관의 브리핑 내용에서 밝혀졌으며, <오마이뉴스>와 <통일뉴스>에 보도된 점도 확인했다.

'작전계획 5027'의 작전목적도 '북한군의 격멸', '북한정권의 제거', '한반도 평화여건 조성'이라고 권영길 의원이 폭로한 '한미군사위 전략기획지침'도 인용됐다.

즉 "2006년 3월 30일 개최된 만리포 한미상륙훈련은 대 북한 선제공격, 북한군 괴멸에 다름 아닌, 말하자면 '침략행위'에 다름 아니라는 것".

이같은 만리포 한미상륙훈련은 헌법 제5조 1항의 평화주의 원칙, 헌법 제4조 평화통일원칙에 반하는 것이며, 남북 사이의 주요한 정치적 합의 및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제법이 허용하는 무력사용은 타국의 무력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무력행사에 그쳐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만리포 군사훈련의 목적은 방어를 뛰어 넘어 침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외부로부터 무력공격에 대한 방어로서 '상호방위'의 범위를 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반된다. 변호인 측은 "극단적으로 설사 북의 남침을 가정한다 하더라도, 북한군에 대한 격퇴와 무력화의 수준을 현저히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유영재 미군문제팀장도 변호인 신문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는 공무의 적법성과 정당성이 있을 때 성립할 수 있는데, 헌법에 위반되는 이런 작계와 그에 따른 전쟁연습이라면 적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최소한의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특수공무집행방해는 우리에게 해당되지 않고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검찰 공소장 변경, 훈련 참가 부대 명시해

 

▲ 오후 2시 30분경 서산지원 앞에서 범민련 남측본부와 평통사가 공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이날 검찰 측이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대한민국 해병대 사령부가 한미연합사령부로부터 위임을 받아 대한민국 해병대 1사단 3연대 상륙단, 해군 53전대, 미군 31MEU 해병 원정부대, 미 해군 11전대를 지휘, 통제하여 한미연합상륙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혀 훈련 주체, 참가 부대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는 지난달 첫 공판에서 훈련 현장에서 군인을 붙잡는 등 공무를 방해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 측이 '해외 미군을 붙잡았어도, 한국군은 붙잡지 않았다'고 반박해, 방해당한 대상을 명확히 하라는 재판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난 재판에서 제기된 '해외에서 증원된 미군도 공무수행의 주체가 될 수 있나'라는 논란은 해결되지 않았다.

이날 진행된 두 번째 공판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해 사실관계를 신문했지만, 한미상륙훈련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대부분의 행위에 대해 인정했으나 한국군 병력과 장비를 가로 막은 사실에 대해 일부 부인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행위가 단순 기자회견이 아니라 집회.시위에 이른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 '기자회견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맞섰다.

이날 검찰 측이 제출한 증거목록 중 변호인 측은 해병대 사령부 고발장을 비롯해 고발인 자술서 등에 대해 동의하지 않아, 증거조사는 차후로 미뤄졌다.

특히, 검찰 측이 신청한 당시 해병대 사령부 과장이 증인으로 채택돼, 군 관계자로부터 법정에 제기된 문제를 확인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 측도 <오마이뉴스>, <통일뉴스> 기자와 동국대 이철기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국방부 사실확인 요청 제안도 받아들여졌다. 다음 공판은 4월 16일, 23일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범민련남측본부와 평통사는 공판에 앞서 서산지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을 통해 작전계획 5027에 따른 RSOI/FE의 불법성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평통사 오혜란 평화군축팀장은 "이 재판장에 세워야 할 것은 불법적 상륙훈련 계획을 세운 한미연합사령관과 국방부 장관"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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