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 일간지에 ‘대북정책은 외교다’는 글이 실렸습니다.

민족이라는 틀이 아니라 “두 개의 국가권력이 대치하고 있는 국제관계”라는 관점에서 남북관계에 접근하자는 것이며, “대북 지원의 조건과 단계를 핵 폐기 절차와 연계시켜”, “에누리 없이 주고받는 반듯한 '대북 외교'로 대북 정책을 전환”하자는 것입니다.

먼저, 이런 주장을 하는 세력이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에누리 없이 주고받는 반듯한 대미외교’를 주장한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새롭지도 않은 글을 굳이 거론한 데는 전날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북핵해결’이 최우선 국가과제라며 "남북대화는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한 지원적.보강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천명한 사정과 관련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 이후 우리 통일.외교.안보 정책은 ‘북핵해결-남북관계 발전 병행추진론’에 입각해 왔으며, 이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근거한 것입니다. 이와 달리 송 장관의 언급은 이른바 ‘국제관계론’의 틀, ‘대북정책도 외교’라는 맥락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에 기반한 우리 ‘외교’의 현실과 민족간 화해협력(민족공조)을 지향하는 대북정책은 그 뿌리가 다릅니다. 그 때문에 통일.외교.안보 정책 결정과정에서 외교부와 통일부 간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 돼 왔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견제와 균형이 급속히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반발해 쌀.비료 지원을 중단하면서 통일부의 목소리가 급격히 잦아들더니 올해 ‘2.13합의’ 전후해서는 외교부의 위세에 주눅 든 기색조차 엿보입니다.

아예 ‘2007 통일부 업무계획’을 통해서는 북한의 핵폐기를 촉진하는 것을 '핵심적이고 중점적인 과제'로 설정하고 대북정책을 여기에 종속적으로 연계시킬 뜻까지 시사했습니다.

외교부야 워낙에 그렇다지만 통일부에서조차 ‘한.미 대 북’이라는 대립구도를 전제하는 북핵외교에다 남과 북의 화해협력을 지향하는 통일정책을 연계시킨다는 발상을 내놓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 혼란을 극복하려면 통일부가 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통일부의 존재근거는 평화통일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우리 헌법 4조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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