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정부는 '한미FTA반대'를 외치는 집회라면 방식을 불문하고 무조건 막아나서는 모습이었다.
오후 2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공동대표 오종렬)' 결의대회가 예정됐던 서울 종로4가 종묘공원은 경찰 1,500여명에 의해 점거된 채 곳곳에서 불심검문이 진행됐다.
경찰병력은 지하철 입구, 횡단보도, 인도 등지에서 집회 참가자로 판단되는 이들의 이동을 막아나섰으며, 수 명의 사람들이 곳곳에서 경찰에 의해 고착당했다.
집회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무리하게 인도를 막아나서자 "시민들을 왜 못가게 하느냐"는 항의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범국본 이원재 공동상황실장은 "오고 가는 시민들을 막무가내로 막고, 화장실도 못가게 막으면서 경찰들은 직책도 못밝히고 있다"며 "한미FTA가 얼마나 잘못되고 있는지 경찰이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집회에서 한미FTA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불만이 터져나왔다.
민주노동당 박인숙 최고위원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7차 협상은 중대결정의 기로에 있다"며 "그런데 정부는 우리의 정당한 집회시위 권리조차 봉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범국본 오종렬 공동대표는 "한미FTA는 정권담당자, 사대주의자들이 미국의 경제침략자들의 발맞춰 추진할 일이 아니다. 한미FTA는 국민들의 공론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국민의 참여를 가로막는 정부를 비난했다.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고위급 회담', '빅딜' 등 한국정부의 무조건적인 양보로 타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정부는 미국에 받아낼 보따리를 크게 포장해 놨지만, 정부 뻥튀기 보따리"라면서 "알짜배기를 내주는 빅딜을 7차협상에서 하고 있다는데 민중들이 어떻게 하겠나"고 심정을 전하고, 집회 허용을 촉구했다.
전국빈민연합 김흥현 의장도 "7차협상을 한다지만, 미국에게 우리가 협박당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양보할 것을 다 내놓고, 미국이 그것을 받을지 심사받고 있다"며 "반드시 이 한미FTA를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범국본은 결의대회에 이어 종각에서 청계광장까지 3보1배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보신각 일대와 종로타워 앞이 경찰병력과 버스로 봉쇄돼 무산됐다.


이날 특히 농민 300명이 본대오와 별도로 움직이면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오후 2시 명동일대에서 염소 4마리, 돼지 1마리를 끌고 나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이때 농민 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농민들은 오후 4시 주한 미상공회의소가 위치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앞에서 기습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주한 미상공회의소 태미 오벌비 대표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아울러 오후 8시경 동대문 운동장에서 횃불을 든 채 기습행진을 벌이고 명동으로 이동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누차 요구해왔던 협상 중단의 요구를 묵살하고 외면한 채 이제 막바지에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것을 내어주는 협상을 진행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망국적 협상을 전국의 350만 농민들이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결의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6시40분 경 학생.청년 등 150여명은 경찰을 따돌리고 충무로 대한극장 앞에서 일시에 거리로 쏟아져 나와 기습행진을 벌였다. 노동자 100여명도 서대문 일대에서 기습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오후 9시10분 경 명동성당 길목에서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전농 장동화 부의장은 "사선을 뚫고 전국 방방곡곡 이자리에 참석한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며 "우리 끝까지 싸워서 한미FTA 만큼은 기필코 막아내자"며 결의를 높였다.
범국본은 이날 촛불집회를 마치고 명동성당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집단노숙농성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후 농성장을 거점으로 각종 선전전이 진행되며, 13일 오전 10시 외교통상부 규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노동자, 농민, 종교인 결의대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관련기사
정명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