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98년 7월에 체결한 '국경지역에서 국가의 안전과 사회질서 유지사업에서 호상 협조할 데 대한 합의서(이하 국경지역 업무협정)'는 당시 탈북자가 급증하던 시기에 체결됐다는 점에서 우선 눈길을 끈다.

지난 94년부터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한 탈북자는 95∼96년 대홍수에 따른 극심한 식량난으로 대량의 아사자가 발생하면서 봇물을 이뤘고 98년에 절정에 달했다.

98년 국경협정은 이러한 시점에서 체결됐다는 점에서 북중 양국이 탈북자의 대량 발생에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음을 잘 드러내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북중 양국이 탈북자 강제송환의 근거가 되는 협정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국이 60년대 초반 체결한 '탈주자 및 범죄인 상호 인도협정'이나 86년 8월 단둥(丹東)에서 체결된 국경지역 업무협정이 바로 그것이다.

98년 협정은 탈북자의 대량 발생에 대처하기 위해 처리 절차를 신속화하고 불법 월경자의 개념을 확장시킨 내용 등이 86년 협정과는 달라진 특징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98년 협정은 86년 협정에서는 "상황에 따라 비법월경자들의 명단과 자료를 상대측에 넘긴다"고 규정했던 것을 "비법월경자들의 명단과 관계자료는 즉시 상대측에 넘겨준다"고 명시했다.

중국이 탈북자를 체포할 경우 실제로 송환 절차를 밟기에 앞서 명단부터 북한측에 우선 넘기도록 의무화한 셈이다.

상대측 지역으로 도주한 범죄자에 대해서도 체포 즉시 넘겨주도록 했다.

이 규정이 탈북자를 겨냥한 것인지 여부는 다소 불분명하지만 북한에서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한 것 자체도 범죄가 된다는 점에서 탈북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탈북자와 범죄자를 북한측에 송환할 때도 양국이 그때그때 합의에 따라 임의의 장소를 택해 신병을 넘길 수 있도록 했다.

불법월경자의 정의를 확장했다.

86년 협정에서는 불법월경자를 '합법적인 증명(여권 또는 통행증)을 소지하지 않은 경우'로 한정했지만 98년 협정은 '정당한 증명서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에 지적된 통행지점과 검사기관을 거치지 않은 경우'도 불법월경자에 포함시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런 규정은 여권이나 통행증을 소지한 합법을 위장한 탈북에도 양국이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중 양국은 비자면제협정에 따라 공무여행여권 소지자나 국경지역에 거주하는 양국 주민들은 통행증만으로 비자없이 양국을 드나들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북한군의 무장탈영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98년 협정에 반영돼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협정은 군(軍)이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무기나 폭발물을 비롯한 각종 위험물품을 가지고 상대측 지역으로 도주할 우려가 있는 범죄자'에 대한 통보 의무를 규정했다.

사실상 북중 접경지역에서 '위험물품'을 갖고 탈북할 수 있는 대상은 군인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규정은 사실상 북한군의 빈번한 무장탈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국경질서를 위반하는 자'가 폭력으로 반항해 쌍방 경비대와 경찰들의 생명에 위험을 주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총을 쏘지 말고 군견을 풀지 않도록 한 조항도 삽입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 조항들은 대량으로 발생하는 탈북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형태의 '인명사고'가 많았음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도주 범죄자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북한측이 중국 영내에서 탈북자 등에 대한 수색 활동을 벌이는 것을 방지하려는 차원에서 "상대측 관할지역에서 수사활동을 진행할 수 없으며 상대측에 수사체포 의뢰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선양=연합뉴스) 조계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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