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6차협상에서 고위급 별도협상이 진행되는 등 '빅딜설'이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협상 3일째인 17일, 협상장인 신라호텔 인근에서는 한미FTA협상중단을 요구하는 각계의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장충교회 앞에서 한미FTA저지 보건의료대책위와 지적재산권대책위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조건 완화와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 빅딜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양국은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은 합의하고 6차 협상 막바지에 이른바 '빅딜'을 성사시키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를 드러냈다"며 한미FTA의 성사조건으로 "6차 협상기간을 전후하여 미국 쇠고기 수입 조건 완화에 합의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무역구제 대신 빅딜, 즉 거래의 대상이 된 것은 다름 아닌 자동차 세제와 의약품"이라며 "결국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전국민의 건강과 환경, 조세, 보건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이번 한미FTA 6차협상이고 이것이 바로 정부의 '빅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을 거래대상으로 삼는 정부는 더 이상 정부의 자격이 없음을 노무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같은 장소에서 오전 11시부터 영화배우 문소리 씨 등 영화인 2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화인대책위는 "한미FTA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스크린쿼터 146일을 73일로 반쪽 내버리더니,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방송마저 죽이려 한다"며 "영화와 방송은 대중들과 직접 호흡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정신을 표현하는 핵심적인 두 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무현 정부와 국회는 한시 바삐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을 비준하도록 해야 한다"며 스크린쿼터 축소정책과 방송시장 개방정책 즉각 중단 및 "그것을 강요하는 한미FTA협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은 지난 2005년 10월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가 찬성해 오는 3월 18일 국제협약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한국은 국회비준을 받지 못한 상태다.

또, "영화인들은 방송인들과 힘을 합쳐, 한미FTA를 반대하는 양심적 세력과 힘을 모아 노무현 정부를 끝장내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길 건너편 신라호텔 입구에서 노숙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의원단을 지지방문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30분 시청각․미디어분야 대책위도 기자회견을 가지고 방송개방 중단과 한미FTA협상 중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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