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제5자 6자회담 2단계회의가 막바지에 이르자 회담장 주변에서는 참가국들의 공통된 의사를 담은 공동문서가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차 2단계회의 때야 9.19공동성명이라는 역사적인 합의문건이 나오기도 했지만 통상 합의서, 의장성명, 공동보도문 등의 형식으로 공동문서가 나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일 오전 현재까지는 의장국인 중국이 공동문건을 제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는 각국의 최종 입장이 아직 취합되지 않았다는 뜻이며, 북미간 협상 결과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우선 형식 면에서 보면 이번 회담에서는 의장성명 수준이 발표되면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공동보도문 형식의 간략한 발표로 마감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특별한 합의서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내용 면에서는 9.19공동성명의 '포괄적 이행방안' 합의는 일단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물론 한국과 중국측도 회담에 임할 때는 이행방안 합의를 염두에 뒀으나 북측이 BDA문제를 제기하면서 '선 제재 해제'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신보는 북측의 입장을 '핵무기를 제외한 현존 핵계획의 포기문제'를 토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조건이 성숙되는데 따라 녕변에 있는 핵시설 등 현존핵시설의 가동을 중지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감시를 허용할수 있다"는 것이다.
'조건 성숙'은 당연히 북미간 진행된 BDA회담에서의 금융제재 해제 문제로부터 출발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IAEA 사찰은 물론이고 가장 첫 조치가 될 수 있는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마저도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적극적으로 동결단계와 신고단계로 나누어 북한 행동을 요구하며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명시한 이른바 '수정안'을 제시하고 있고, 여기에 한국과 중국이 중재역을 자임하며 '초기단계 행동조치'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타결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북측이 '조건 성숙'이 안 된 상황에서 이를 곧바로 수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북측은 초기단계 조치 역시 일괄 패키지 방식보다는 보다 세분화된 각 조치별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바랄 수도 있다.
천영우 한국측 수석대표의 표현처럼 회담은 지금 북측의 초기 조치에 대한 '값 매기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공개된 미국측의 상응조치는 주로 '서면화된' 체제안전보장이나 종전협정 서명 등인 것으로 알려져 그나마 북측이 동의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측의 상응조치에 한국측이 추가적인 '물질적' 지원을 얹어주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쌀.비료 지원은 남북간의 인도주의적 지원이므로 그 자체로는 협상에 힘을 보태주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또다른 경제적 지원카드가 논의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런 논의가 본격화 될 수 있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이번 회담의 핵심은 BDA회담이었고, BDA회담이 다음 회기를 기약하고 마감된 만큼 6자회담도 다음 회기를 기약하고 마감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다만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위한 상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탐색전', 다음 회담을 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는 '징검다리'라는 점에서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의장국인 중국이 마련할 초안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갈 수 있을까?
그것은 20일 리자오싱 외교부장이 6개국 수석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말한 바 있는 △9.19공동성명 이행 의지 재확인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핵문제 해결 의향 재천명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 견지 재확인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선언적 내용과 6자회담의 유용성을 재확인하는 내용이 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직도 협상이 진행중이므로 초기 조치에 관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여기에 다음 회담 일정을 명시하면 공동문건은 채택될 수 있을 것이다. 차기 회담 일정을 잡는 문제는 실무적인 문제일 뿐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제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의 일정은 대체로 내년 1월 경으로 예상되며, 6자회담의 차기 회담 일정이 확정되면 뉴욕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은 BDA회담 2단계회의 일정도 자연히 그에 준해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라면 의장국 중국은 오늘 저녁이나 늦어도 내일 중에는 공동문서를 작성, 제출해 참가국들에게 회람시킬 것이고 빠르면 22일 오전, 늦어도 23일까지는 종결회의를 갖고 공동문건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