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욱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장)

통일뉴스는 한국민권연구소와 공동으로 특별기획『북한의 핵시험 어떻게 볼 것인가?』를 7회에 걸쳐 싣는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 편집자 주

①북한 핵시험은 미국의 대북전쟁정책에 대한 자위적 조치이다
②북한 핵실험은 미국과의 최후대결전이다
③북한의 핵능력, 어디까지 왔나?
④북한의 핵시험, 과연 위협인가?
⑤북한의 핵시험 이후 민심은 무엇인가?
⑥한반도 전쟁위기, 진보진영은 무엇을 할 것인가?
⑦새로운 세계는 가능하다-새로운 핵강국의 등장과 국제 질서의 지각변동


1. 새로운 핵강국의 등장

10월9일 북한은 세계에서 9번째로 핵클럽에 가입하였다. 하지만 북한은 세계 9위의 핵강국이 아니라 사실상 세계 4위 이상의 핵강국이다. 그것은 북한이 단지 핵탄두뿐만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사실상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클럽(Nuclear-Weapon Club)도 서열이 있다. 1급 핵보유국들은 미국, 러시아, 중국이며, 2급 핵보유국은 영국, 프랑스, 인도 등이다. 마지막으로 3급 핵보유국들은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이다. 핵클럽의 서열은 핵탄두의 운반능력에 따라 정해진다. 1급은 사거리 1만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한 나라들이다.

이 나라들은 핵탄두를 지구 상 어느 곳이든 실어 나를 수 있으며, 따라서 전지구적 안보책임을 갖는다. 2급은 사거리 최대 1만Km에서 5천Km 사이의 중거리 정도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국가들로 아시아나 유럽 같은 광역 지역적 안보책임을 갖는다. 3급은 사거리 5천Km 이하의 제한적인 탄도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거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한 나라로 단지 주변지역에 대한 안보영향력을 가질 뿐이다.

북한은 이미 1만Km 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1급 핵보유국이다. 즉 북한은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1급 핵클럽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북한은 세계 4강의 핵강국으로 국제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새로운 지위를 갖게 된다. 핵은 일거에 약소국을 강대국으로 만드는 특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핵 보유만으로 재래식 군사력의 우열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존 울프스탈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고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을 핵클럽의 회원으로 인정한 전례에 따라 앞으로 제재를 버티기만 한다면 ‘존경받는 회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울프스탈은 “지구촌 전략 게임은 커다란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며 “북한은 현실적으로 위험한 존재가 됐으며 협상의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견제와 제지의 시대가 됐다”고 규정했다.

울프스탈의 지적처럼 이제 ‘새로운 시대’가 되었다. 그 시대가 ‘견제와 제지의 시대’가 될 지 ‘자주의 시대’가 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북한의 핵무장이 세계 질서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 오리라는 것은 명백하다.

유엔 안보리는 5개의 상임이사국과 10개의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명단은 ‘공식 핵클럽’-핵확산금지조약이 체결된 1967년 이전에 핵무장을 한 나라-의 명단과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핵무기의 보유 여부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절대적인 자격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군사력과 국제 정치의 영향력이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핵무장이 국제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다.

유엔 안보리는 사실상 유엔 총회를 능가하는 막강한 지위를 갖는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특히 1급 핵클럽은 국제 정치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며 사실상 세계 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초대국들이다.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이 국가들의 독점적 지위는 조금도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인정하건 말건 이제 네 번째 강대국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3등분되었던 막강한 세계 권력은 이제 4등분될 수밖에 없다. 그 중 1/4의 지분은 미국이 그토록 저주하고 증오하였던 북한이 갖게 되었다. 미국이 인정하건 말건 북한의 부상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것은 새로운 핵강국에 등장,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저항하는 새로운 강대국의 등장을 의미한다.

2. 동북아 질서의 지각변동 : 해양 축의 몰락, 대륙 축의 부상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무장으로 동북아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일게 될 것이다.

세계 4강의 군사대국이 주변에 존재한다는 것은 동북아 국가들에게 큰 군사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강대국과 적대적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악몽이다. 이제 북한과 안보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군비부담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완전히 압도하는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라고 할지라도 언제든지 적대국의 핵선제공격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위협감 때문에 100% 안전보장은 어렵다.

결국 핵무기를 능가하는 새로운 무기가 개발되지 않는 한 군비경쟁보다는 관계정상화가 훨씬 더 효율적인 안보의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동북아시아는 북한, 러시아, 중국의 대륙 축과 미국, 일본, 한국의 해양 축이 격돌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세력의 중심축인 미국의 대중국, 대러시아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동안 해양 축이 대륙 축보다는 더 견고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냉전해체 이후 미국은 동북아에서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고 북한은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으로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언제 붕괴할지 모른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그들의 동맹에 대해 더 확고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한반도가 상대적으로 안정됨에 따라 이들은 보다 큰 확신을 가지고 북한과 밀착하게 될 것이다. 특히 북미 핵대결의 불똥이 언제 자국으로 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추구하는 북한의 노력을 지지함으로써 자국의 안보이익을 보장하려 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도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북한과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 국가들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을 완전한 안전보장 장치라고 믿기는 어렵다. 특히 북한과 백년숙적인 일본의 안보불안감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미국의 대북 억제능력이 한계에 다 다른 지금 일본은 새로운 안보의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독자적인 핵무장도 그중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이미 일본의 정계에서는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공공연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본의 핵무장은 해양 축의 붕괴를 의미한다. 독자적인 핵무장에 성공하게 되면 일본은 미국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은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군사대국, 경제대국의 지위에 걸 맞는 대접을 원하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독자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본이 독자적인 핵무장을 추진하게 되면 미일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수밖에 없다.

북한과 일본의 핵무장은 한국의 핵무장을 부추길 것이다. 북한의 핵능력이 계속 증대되고 일본의 핵무장으로 미일관계가 불편해지면 한국은 안보 불안감은 극점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만 동북아에서 고립되는 형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마저 독자적인 핵무장을 하게 되면 한국 역시 핵무장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핵무장은 한미, 한일, 미일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복잡한 상황으로 만들게 될 것이다.

동북아 핵도미노는 해양 축의 근간인 워싱턴-도쿄 축과 워싱턴-서울, 서울-도쿄 축의 붕괴, 즉 해양 축의 몰락을 의미한다. 이것은 미국 중심의 동북아 질서가 보다 독자적인 경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뜻하며 이에 따라 미국의 동북아패권체제는 급격히 약화될 것이다. 특히 대만까지 핵무장을 추진하게 되면 미국의 동북아시아체제는 완전히 엉망이 되어 버린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대만의 핵무장은 분리 독립의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대만이 핵무장에 성공하면 중국의 영구분단은 현실이 된다. 때문에 중국은 대만의 핵무장이 가시화되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무력사용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게 되면 미국은 매우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중국과 전쟁하든지 아니면 대만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전쟁은 1급 핵클럽에서 미국의 고립, 소위 왕따를 의미한다.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을 선언하면 북한과 러시아는 미국의 침략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미국은 혼자서 나머지 핵강국들과 전쟁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될 수 있다. 때문에 미국은 발만 동동 구르면서 중국의 통일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결국 북한의 핵무장으로 동북아에 핵연쇄반응이 촉발된다면 미국은 동맹국들은 하나 둘 그들의 곁을 떠나게 될 것이며 그 결과는 해양축의 붕괴로 귀결될 것이다.

물론 동북아의 핵도미노에 따른 군비경쟁의 확산을 우려 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 역시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과 한국이 독자적인 핵무장에 성공하더라도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정리하지 않는 한 안보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북한의 핵공격을 완벽하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지 않는 한 핵선제공격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안보불안을 해소하는 현실적 방법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뿐이다. 때문에 이 나라들이 핵무장에 성공하더라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결국 미국이 배제된 상황에서 동북아 국가들이 중심이 된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미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방치해 둘 경우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동북아의 핵도미노로 귀결되고 그 결과 미국의 동북아 패권체제가 급속히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부시 행정부의 신보수주의자들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미국이 일본이나 한국의 핵무장을 그대로 용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동맹국들의 핵무장을 저지하려 할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대미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정치, 군사, 경제 모든 영역에서 일본과 한국은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핵개발을 이유로 일본과 한국을 제재하거나 봉쇄하면 두 나라는 경제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 두 나라는 북한의 경우보다 더 강력하게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을 저지하려 할 것이며, 제재 대열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과연 일본과 한국이 미국, 중국, 러시아의 제재와 봉쇄로 초래될 경제 붕괴, 정치 위기까지 감수하면서까지 핵무장을 추진할 수 있을까? 북한의 핵무장에 따른 ‘동북아 핵도미노’는 단지 가설일 뿐 현재 국제 정치의 역학 관계를 고려할 때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방치한 채 가중되는 일본과 한국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쨌건 ‘한미일 삼각동맹’은 이완될 수밖에 없다. 두 나라는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이 허울뿐이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될 것이며, 미국의 무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과 적대관계를 갖는 것은 설령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매우 큰 안보상의 부담이다. 핵무기도 없는 이 나라들이 느끼게 될 불안감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행동은 동북아 긴장을 크게 고조시킬 수밖에 없다. 이제 일본과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 때문에 북한의 핵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이 나라들이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뿐이다. 역설적으로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될수록 한국과 일본은 안보위협 때문에 대북관계 개선의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은 일본과 한국을 동맹 틀에 묶어 두기 위해서라도 결국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북한 핵무장의 복잡한 정치함수가 내포하고 있는 결론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어떤 형태로건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또는 동북아 패권의 붕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는 자주적이고 평등한 새로운 동북아 체제의 출범을 의미한다.

아직은 그 변화의 체감온도가 낮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온도는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다.

3. 북한 핵무장의 세계사적 의미 : 사회주의의 부활, 작은 거인의 등장

소련의 해체 이후 미국에 대항하는 핵강국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다. 최근에는 양상이 다소 변화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또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편입되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냉전 해체는 곧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모든 진보적 가치들이 구태의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암흑의 시대를 혈혈단신으로 뚫고 나왔다. 서방 세계의 대변자들은 소련과 동유럽사회주의가 붕괴되자 ‘역사의 종언’, ‘사회주의의 종말’을 성급하게 선언하였지만 역사는 단호하게 이들의 설익은 이론적 시도가 완전히 실패하였음을 입증하였다.

북한의 성공은 단지 핵무기 몇 개를 개발한 것이 아니다. 북한의 성공이 의미하는 가장 큰 시사점은 ‘새로운 세계’는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성공은 사회주의 이념의 부활을 의미한다. 소련의 붕괴 이후 현존하는 전통적 의미의 사회주의 체제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시류에 편승한 유럽의 사회주의자들은 재빨리 자본가로 변신하였고 가혹한 자유경쟁의 논리와 시장경제의 법칙이 세계를 휩쓸었다. 그러나 북한은 다른 길을 걸었다. 그들은 ‘사회주의는 필승 불패’라는 신념을 가지고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그 길을 완고하게 고집했다.

세계는 그들의 ‘고난의 행군’이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사회주의는 과학’이라는 그들의 믿음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입증하였다.

미국과 서방진영의 가혹한 봉쇄와 과거 사회주의 형제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도 북한은 그들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고난의 행군’을 스스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이 어디인가도 보여 주었다. 이제 세계의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좋건 싫건 북한의 사회주의 실험에 대해 연구할 수밖에 없고 북한의 성공을 통해 자신들의 또 다른 미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제 사회주의는 실현가능한 인류의 또 다른 미래로써 자신의 지위를 회복하게 될 것이다. 소련의 붕괴 이후 다소 위축되었던 세계진보운동은 다시 활력을 되찾게 될 것이며, 미국 중심의 세계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한 북한의 성공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평화지향적인 강대국의 등장, 작은 거인의 등장을 의미한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법칙은 유사 이래 변함없는 국제 정치의 원리이다. 승자가 언제나 모든 것을 독식하였고 약자들은 예속과 수탈, 빈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형태와 방법은 변했을지 모르지만 약육강식, 승자지배의 원리는 인류사를 불가피한 법칙처럼 여겨졌다.

북한은 누가 보아도 작은 나라이다. 인구는 3천만이 채 되지 않으며 영토도 작다. 그렇다고 경제력이 막강한 것도 아니다. 이런 작은 나라가 세계 4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게 된 것은 실로 기적 같은 일이다. 소련이 붕괴되고 북한이 단독으로 미국과 맞설 때 그들의 행동은 ‘돈키호테적 모험주의’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북한은 최악의 조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냈다. 그 원동력이 무엇일까? 북한 사람들은 그 원동력을 ‘신념, 의리, 배짱’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오직 빈손으로 세계 4강의 군사대국이 되었다. 이러한 작은 신화가 국제 사회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는 뻔한 일이다.

이러한 북한의 성공은 예속의 굴레를 벗고 자주적인 발전을 열망하는 제3세계의 모든 약소국의 민중들에게 커다란 시사점을 안겨 줄 것이다. 그들의 식민적 굴레가 약소국의 숙명이 아니며 그들의 신념과 의지에 따라 그들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 역시 ‘작은 거인’을 꿈꾸게 될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작은 거인의 등장이다. 소국도 그들의 의지에 따라서는 대국이 될 수 있으며, 작은 나라도 자주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으로 입증하였다.

이제 대국의 시대, 약육강식의 시대는 서서히 내리막을 걷게 될 것이다. 세계 도처에서 작은 거인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며, 작은 거인의 확산은 세계 질서의 지각변동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4. 새로운 세계는 가능하다 : 몰락하는 아메리카 제국

소련의 붕괴가 탈냉전의 서막이었다면 북한의 핵무장은 탈냉전의 마지막 장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새로운 세계의 탄생, 새로운 질서의 태동을 의미한다. 이제 ‘자주의 시대’, ‘다극의 질서’가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역사의 승리’, ‘제국주의의 종말’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가 되고 있다. 이미 제3세계 자주세력, 진보세력은 제국주의 진영을 압도하며 약진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참패, 남미를 휩쓰는 좌파열풍, 제3세계 국가들의 고도성장과 독자화, 제국주의 연합 체제의 이완 등 아메리카제국의 몰락을 예고하는 징후들은 세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은 이러한 세계사적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아마도 이란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라크와 북한의 사례를 집중 비교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그가 어떤 사례를 모델로 삼을지는 분명하다. 남미의 좌파열풍을 선도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역시 그들의 볼리바안 혁명을 방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검토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세계적 범위의 핵확산은 불가피하며, 각 대륙의 ‘반미의 진지’, ‘자주의 교두보’, ‘진보의 초소’들은 더욱 견고해 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머지않아 각 대륙마다 진보적인 핵교두보가 등장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될 것이며 미 제국의 패권이 어떻게 몰락하게 되었는가를 역사책에서 읽게 될 것이다.

아메리카 제국의 몰락은 역사발전의 합법적 과정이며, 불가피한 시대적 대세이다. 제국주의의 시대는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지난 백 년 간 인류는 암흑과 같은 제국주의의 시대를 경험하였다. 온갖 야만적인 폭력과 전쟁이 난무하는 인간성 파멸시대를 견뎌내야 했다. 지구상에 영원한 제국이 없었듯이 이제 아메리카 제국의 시대로 끝이 보이고 있다. 인간과 인간이 평등하게 교류하고 서로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은 단지 한반도 위기의 종착점 또는 파국적 결말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의미한다. 럼스펠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핵기술을 확산하게 되면’,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럼스펠드의 말처럼 우리는 이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에서 살게 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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