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 리붕 의장과 코피 아난(Kofi Annan)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의 기능강화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관영 <인민일보>는 두 사람이 지난 화요일 만나 이같은 의견에 합의하였다고 30일 보도하였다.

현재 세계의원연맹(IPU)이 주최한 의회 지도자 밀레니엄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리붕 의장은 지난 월요일 아난 총장에게 이번 회의는 유엔과 IPU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각국의 의원들이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하고 협력과 조정의 굳건한 기반을 조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는 IPU 역사상 처음 있는 것으로 밀레니엄 정상회의 1주일 앞서 수요일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에서 유엔의 기능과 역할이 가장 큰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리붕 의장은 21세기에 유엔의 역할이 제고하여야 한다고 말하였다고 이 신문은 보도하였다.

리붕 의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아난 총장은 IPU의 지지가 유엔의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고 두 기구간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길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임을 상기하며 중국이 두 기구에서 보다 큰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하였다. IPU의 부의장이기도 한 리붕 의장은 유엔과 안보리의 권위와 헌장은 유지되어야 하며 어떠한 국제적, 지역적 기구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를 넘어서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유엔의 기능 강화를 강조한 중국측의 이같은 발언은 유엔의 틀을 무시한 미국의 일방적인 국제적 행위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되며 이러한 입장은 러시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민일보>는 리붕 의장이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체계가 국제적인 군축 및 군비통제에 역행한다고 지적하며 이를 비난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이에 대해 아난 총장은 NMD에 대한 중국측의 입장을 전적으로 이해하며 동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리붕 의장은 중국이 표방하고 있는 대만과의 통일을 위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언급하였으며 이에 대해 아난 총장은 중국측의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붕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탈냉전 이후 분출하고 있는 국제적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유엔 등 국제기구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국제적 여론을 등에 업고 있어 중국의 전략적 의도와 결합되어 명분을 두텁게 하고 있다. 때문에 유엔의 기능 강화 문제는 안보리 이사국 개편 및 분담금 납부, 기구 운영 개혁 등과 함께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가장 심도깊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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